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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양장) ㅣ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마음속에 밝은 에너지로 가득찬 듯한 설레임을 주는 책을 만났다.
다른 수식어가 필요할까.
너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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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여고생인 17살이 나인.
“어느 날,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끝에서 새싹이 자라난다.
기억에도 존재하지 않고, 사진한장 없는 부모의 존재는 처음부터 없는 것이었다.
나인은 흙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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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지구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2년전 실종되었던 같은 학교 선배 ‘박원우’사건이 자꾸 나인이의 귀에 들어온다.
2년동안 한결같이 전단지를 붙이며 아들을 애타게 찾아다니는 그의 아버지도 자꾸 눈에 밟힌다.
그리고 식물들이 나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진실을 품은 이야기들을.
나인과 또다른 외계인 승택, 그리고 나인의 친구 현재와 미래는 권력과 돈에 가려진 거대한 음모의 바닥에 깔려있는 애닳고 서글픈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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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천개의 파랑’의 뭉클했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었는데 이번 이야기도 너무 좋았다.
글은 확실히 더 깊어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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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한사람의 삶을 지탱하거나 혹은 흔들어 놓는 가치들.
진실, 거짓말, 사랑, 이별, 슬픔, 기쁨, 외로움, 번뇌, 죄책감…
작가는 이런것들에 대해 얼마만큼 깊이 고민했을까.
그 감정들을 토해내는 문장들에 진심이 가득하고, 일상적인 언어들로 완전히 새로운 감각을 맛보게 한다.
언젠가는 느꼈었던 감정들.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흐릿했던 감정들을 선명하게 떠오르게 만든다.
감정들을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검열한 후에 적어 내린듯한 문장들.
따뜻함이 베어있으면서도 직설적이고, 소극적인듯 하면서도 회피하지 않는 당당함이 느껴지는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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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서사속에 이런 문장들이 촘촘히 얽혀진 더할 것도 뺄것도 없이 완벽하게 잘 엮어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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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이인적 없다는 듯이 구는 어른들이, 단 한 번도 동화를 믿어 본 적 없다고 착각하는 어른들이, 환상을 꿈꿔 본 적 없다고 믿는 우매한 어른들이 만든 끔찍한 이야기다._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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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른들도 한때는 서툴고 불안하고 겁 많았던 아이의 시기가 있었다.
과연 어른이라는 시기는 언제부터일까.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나이일까…
어른의 사전적의미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나이로는 다 자랐는데 아직도 스스로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가진것을 움켜지려 하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며 그른것을 가르쳐놓고 옳게 자라지 않는다며 윽박지르고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나이만 어른인 그들의 연약한 모습마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나는,
아마도 세상이 정해놓은 수많은 모순들속에 너무 많이 길들여져 버린 어른이 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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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다운 어른들이 많은 세상.
토닥여줄 줄 알고 인정할 줄 알고 바른길을 알려줄 어른들이 많은, 조금 더 푸르른 세상에서 두려움에 떨고 웅크리고 있는 꽃들이 조금 더 용기를 가지고 활짝 피어날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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