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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체육 싫은 애
김수현 지음, 장선환 그림 / 풀빛 / 2024년 7월
평점 :
이 책의 표지에는 출발선에 서서 곧 달리기 시합을 앞두고 있는 네 명의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유독 한 아이의 얼굴에만 근심이 가득하고 무언가 불안해 보인다. 책의 제목처럼 그저 '체육이 싫은 아이여서 그런건가?'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무언가 이 책의 제목과 표지가 나의 흥미를 자극해 왔다.
이 책의 주인공 '노루'는 미술 시간은 너무나 좋아하지만 체육을 정말 싫어하는데, 사실 나는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육상부에 발탁이 되어 1교시 전과 방과 후에는 달리기 연습을 하곤 했다. 그 덕분인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단 한번도 계주 선수로 발탁되지 않은 적이 없었고, 언제나 학급에서 가장 잘 달리는 여자는 바로 나였다. 내가 달리기에 대한 기억이 이렇게 좋은 것은 이런 많은 성공 경험 덕분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우리 아빠에게 있다. 아빠는 내가 운동회에서 계주 선수로 뛰는 날이면 단 한번도 빠짐 없이 나를 보러 오셨다. 바쁜 일과 중에 어렵게 낸 시간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것이 너무 감사했고 뜨거운 사랑이 온전히 전달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체육이란 과목이 좋아졌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내게 미술 시간은 거의 지옥과도 같았다. 나는 학교 미술 수업 외에는 단 한번도 미술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그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살면서 나보다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은 아직까지 단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다. 안타깝게도 그림만 못 그리는 것이 아니다. 완성해야 하는 것이 그림 그리기든 만들기이든 간에 나는 미술 수업 시간이 반 이상 흐를 때까지 아무런 시작하지 못한 날이 대다수였고, 완성에 가까운 작품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멋지게 완성해 나가는 친구들을 그저 바라보며 작아지고 또 작아지던 그런 아이였다.
이런 나의 경험 때문인지 체육 시간을 너무도 싫어하는 '노루'의 마음을 너무나 공감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그러나 노루는 나와는 달랐다. 그저 체육을 계속 싫어하고 피하는 데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마침내 어떤 계기로든 스스로 노력하고 도전해 나가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면에서 '노루'는 나보다 훨씬 멋지고 용감한 사람이다.
한편, 이 책 너무나 재미있었다! 전체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자연스럽게 나의 어린시절이 떠오를만큼 귀엽고 재미있는 대사와 에피소드들이 너무 많아서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이 이야기에 푹 빠져 책을 읽었다. 이 책이 작가의 겨우 두 번째 책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만큼 너무도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책이라 초등 아이에게도 또 어린 시절의 동심을 다시 한번 느끼고픈 어른들에게도 이 책을 너무나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으며, 이 글은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