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책들의 전쟁

우당탕탕 책들의 전쟁
멜라니 엘스워스 지음, 제임스 레이 산체스 그림, 최진희 옮김 / 라이브리안 / 2023년 2월

내가 어렸을 때 우리집엔 책이 많지 않았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가 본 경험도 전무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책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 버렸다. 내가 '책이 이렇게나 재미있는 거였어?'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건 대학생이 되어 읽은 일본 소설들 덕분이었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책을 통해서도 이렇게나 긴 여운과 다양하고도 오묘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나는 우리 아이가 꼭 책의 즐거움을 빨리 알게 되길 소망했다. 그러나 나의 이런 바램과는 정반대로 우리 아이는 다른 것들에는 관심이 많고 때론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오직 책에 대해서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하루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날이 매일매일 이어졌다. 책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방법이 무엇일지 수 없이 고민하고 또 공부했지만 도통 답답한 상황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렇게 반 포기 상태에 접어든 어느 날, 밥을 먹으면서도, 잠자리에 들어서도, 심지어 놀 때마저도 책을 읽는 아이를 발견했다. 이는 아이가 혼자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 시작된 기적이었다.

이렇게 책을 가까이 하고 책읽기를 즐기는 아이가 되자 잠자리 독서는 자연스러운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아이는 매일 밤 몇 권의 책을 골라 침대로 가져오고 그 책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이 책 <우당탕탕 책들의 전쟁>은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의 시선에서 자신이 잠자리 도서로 선택되길 기대하는 모습을 담은 유쾌한 그림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 집에 꽂혀진 여러 책들도 마치 자신이 오늘 아이에게 읽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꽂혀져 있는 건 아닌지 싶은 재밌는 상상이 그려지기도 했다.

매일밤 잠자리 독서를 하는 친구라면 이렇듯 즐거운 상상을 해 볼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아마도 더욱 신중히 오늘 자기 전에 읽을 책을 고르게 될 것이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으며, 이 글은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