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 우리는 왜 부동산 때문에 좌절하는가
마강래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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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낯선 도시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가본 적이 없고, 더욱이 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그런 곳에 터를 두게 되었다. 당장 이사해야 할 집을 알아봐야 하는데 당시 살고 있는 집에서 이사 갈 곳까지 다녀오려면 차로 왕복 4시간이 족히 걸렸고, 그때 아이는 두 돌이 채 되지 않았었다. 그런 아기를 데리고 그 먼 거리의 집을 알아보러 여러 번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번 가는 길에 보고 싶은 집은 다 보아야 했고, 이왕이면 결정까지 짓고 오는 그런 계획으로 집을 나섰다. 그렇게 우리는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위치에, 적당히 하자 없는 집을 선택했고 그때 다짐을 했다. 이 낯선 도시가 더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잘 알게 되었을 때에는 꼭 이사가고 싶은 집을 찾아 내집 마련을 해서 이사를 가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의 그 가벼운 선택을 매우 후회하고 있다. 임대차 3법이 이토록 나의 삶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칠 줄은 미처 몰랐다. 부동산은 그렇게 호락호락 나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왜 너무 몰랐던 것일까.

책의 제목이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이다. 대체 어떻게 부동산은 모두에게 불행한 것일까 그 내용이 너무 궁금하여 이 책을 펼쳤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과거, 현재, 미래 즉, 1980년대부터의 부동산 정책 역사를 살펴보고, 집값을 올리는 여러 요인들과 앞으로의 집값 전망에 대해 논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전반적인 부동산 정책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스스로를 "지방이 살아야 서울이 살 수 있다고 믿는 도시계획가"라고 소개할 만큼 사회적 인구의 이동을 촉진되어야 작금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도시계획가다. 저자는 지역간 균형 발전에 바탕을 둔 주택 수요 분산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있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첫째, 베이비부머 세대의 귀촌과 귀향을 적극 권장하여 지방 정착을 돕는 방법과 둘째, 지방 이전 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도권에 대항할만한 대도시권을 지방에 키우는 방법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주장에 근거가 되는 통계를 사용할 때도 과연 이 통계는 정확한 방법으로 측정된 통계인가에서부터 다시 한번 검토하여 설명하고, 주장을 뒷받침할만 한 자료를 확인할 때도 여러가지 통계를 다각도로 활용하여 적용해 보았다는 점이 매우 인상깊었다. 또한, 하나의 입장을 소개하면 반드시 그 반대의 목소리도 전하려 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견해를 접할 수 있는 점이 특히 유익했다.

요즘은 정말이지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부동산 이야기가 꼭 빠지지 않고 화두에 오른다.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도 어쩌면 미래의 부동산 시장을 조금이라도 먼저 예측해보고 그에 따른 대비를 하고 싶어서였던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지금의 부동산 상황이 유례 없이 아주 특이하고 비정상적인 상황만이 아니라 어쩌면 그저 긴 선상에 있는 어느 한 지점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 집값 변동에는 사이클이 있고 언젠가는 지금과는 다른 부동산 국면을 맞을 날은 분명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이성적인 시선으로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을 명확히 바라보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만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으며, 이 글은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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