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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을 딛고 걸어갑니다 - 내가 만난 경력단절 여성 이야기
김정 지음 / 호밀밭 / 2021년 9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나니 유이카와 케이의 <매리지 블루>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매리지 블루>는 결혼과 일, 그 두 개의 결정 사이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두 여성이 주인공으로, 그 둘의 삶을 20대부터 60대까지 교차시켜 그려낸 소설이다. 간단히 그 내용을 소개하면, 일 대신 결혼을 선택한 여성 가오루는 남편의 외도와 경제력을 가지지 못한 주부로서의 우울감, 그리고 여성으로서 생을 다한 것 같은 절망감 등으로 괴로워하고, 한편 결혼 대신 일을 선택한 다른 여성 노리코는 세상은 결국 자신 혼자라는 깊은 외로움과 승승장구 할 줄로만 알았던 직장에서의 추락을 경험하며 크게 절망하게 된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겨우 대학 새내기였기에 결국 인생은 서로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부러워하고 시기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감상의 전부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직장 생활과 퇴사,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지나고 있는 지금은 책에 등장하는 두 여성 주인공에 대해, 또 그들이 겪는 상황과 심정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예전처럼 간단한 한 줄 감상은 불가능에 가깝다.
<단절을 딛고 걸어갑니다> 이 책에는 어쩌면 가오루와 닮아 있는 스물 여덟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들은 자의이든 타의이든 모두 경력의 단절을 경험했거나 혹은 가족의 단절을 지켜본 사람들이다. 이들은 20대의 젊은 여성부터 60대 노년의 여성까지, 그리고 30, 40대 남성들의 이야기도 고루 담겨 있다. 또한, 대부분은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그내용이 전달되지만 일부는 인터뷰와 같은 문답 형식을 띠기도 하고, 편지글 형식을 갖기도 한다. 이들의 에피소드는 모두 각자가 여성의 단절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각각 어떤 지점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자세히 담아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단절을 딛고 걸어간다는 것이 새삼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육아에는 멈춤이란 게 없는데 내일 하루를 오늘과 다르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큰 결심과 단단한 각오가 필요한지 너무 절절히 알게 되었다. 어렵게 용기를 내어 다시 일을 구하려고 했던 면접에서 채용을 함에 있어 아이가 몇 살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묻는 현실은 내가 애써 외면해 왔던 현실이란 것을 깨달았다. 육아가 전혀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니 마땅한 자격을 갖추고도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단절되었다는 이유로,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채용이 거절되는 현실은 글로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책 내용 중에 미혼의 어린 여성들에게 이런 현실에 대해 더 일찍 더 자세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나 역시도 많이 무지했다는 생각이 든다. 20대 때에는 나의 결혼과 임신과 출산이 경력의 단절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나의 개인적인 무지이고 불찰인지는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경력 단절 여성들이 이 단절을 기회로 삼아 아주 작은 한 발자국일지언정 앞으로 한 걸음 한 거름 걸어 나아가기를 소망하고 소망한다. 모두의 인생은 그 나름대로 너무나 특별하고 너무나 소중하니깐.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으며, 이 글은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