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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수전 폴락 지음, 서광 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나는 아이가 아직 뱃속에 있었을 당시 아이가 태어난 이후의 내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물론 임산부가 된 것만으로도 여태까지 살아온 삶과 당시에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임신 기간 동안 하지 못하고 조심해야 했던 여러 제약들은 육아에 비할 바가 못되었다. 신생아 시절의 육아의 힘듦이라 하면 절대적으로 수면 시간 부족에서 오는 고단함이었는데, 아이가 어느정도 자아가 형성된 후 부터는 아이에게 화가 나고 그래서 아이에게 화를 내고, 결국 작고 소중한 내 아이에게 화가 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또 화를 낸 그 상황을 자책하기 일쑤였다. 내가 아이에게 화를 냈던 상황은 지금 다시 떠올려보아도 정말 너무나 사소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아이가 목욕하고 나와서 추우니 감기에 걸릴까 걱정이 되는데, 아이는 그저 로션을 안 바르려고 자꾸만 도망을 갈 때 나는 화를 냈다. 또, 혹여 매트 위에 매실차를 쏟을까 싶어 식탁에서 먹을 것을 여러번 권유했음에도 결국 매트 위에 끈적거리는 음료수를 쏟았을 때 나는 크게 화를 냈다. 지나고 나니 작은 일은 작게 다룰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 작은 일에 그렇게 화가 난 내가, 그렇게 화를 표출한 내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이 책은 이런 나와 같은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그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지 그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수전 폴락 박사는 하버드 의과대학 캠브리지 건강연합회의 마음챙김과 연민센터의 공동창립자이자 지도자이며 명상과 심리치료 연구소의 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지은이의 말을 통해 이 책에 자신의 30년 이상의 육아 경험과 임상 작업, 명상 수행의 경험을 담았고 그 기반은 '마음챙김-자기연민(MSC; Mindful Self-Compassion)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마음챙김이란 '현재 순간을 친절과 수용을 바탕으로 자각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정의하고 있다. 또한, 자기 연민은 세 가지 기본 요소를 가진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첫째,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기와 둘째, 우리 모두 불완전한 존재로서 불완전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기 연민은 마음 챙김의 토대 위에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그것을 부정하려 하기보다는 현재에 머무르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책에서는 이러한 마음챙김-자기연민을 바탕으로 육아 상황에서 어떤 어려움을 맞닥뜨렸을 때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 지금의 감정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매 장 매 소주제마다 '비추어 보기'란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이 '비추어 보기'는 자기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보게 함으로써 그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의 현재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마음을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이는 이 책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육아를 하며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지난 순간들이 많이 떠올랐다. 그중 감정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던 어떤 날은 과거의 모든 내 인간관계의 갈등과 그 속에 일어난 감정들이 모두 지금 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했던 연습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오르내리는 감정을 스스로 다스리기가 힘들었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일단 육아를 하며 화가 나거나 나쁜 감정이 올라오더라도 일단 그 상황에서 한발짝 떨어진 채 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차리려는 노력을 시도해볼 것이다. 그리고 더이상은 내가 부족한 엄마라는 자책을 하지 않고 육아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원래 그렇게 힘든 것이라고 기본 생각을 달리해보기로 했다. 이러한 나의 생각의 전환이 가장 궁극적으로는 나의 아이에게까지 전달이 되어 아이가 자기 감정을 잘 다스릴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겠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으며, 이 글은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