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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를 위한 첫 성평등 그림책 ㅣ 첫 성평등 그림책
줄리 머버그 지음, 미셸 브러머 에버릿 그림, 노지양 옮김 / 풀빛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방송에서 흔히 사용하는 '쎈 언니'나 '걸크러쉬' 같은 표현을 들으면서도 그저 요즘 세대가 사용하는 신조어쯤으로만 생각했었다. "쎈 오빠" 같은 표현은 없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 결국 언어는 사고의 반영이기 때문에 지금 이 세대에서도 남녀에 관계 없이 상냥하고 순종적인 여성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만약 이 정의에서 벗어난 부류들은 '세다'라는 표현 속에 가둔 채 특이하게 다루고 있음을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예시라면 차고 넘치는 게 현실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바로 여적여, 즉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다. 이를 두고 누군가 애들끼리 싸웠을 때 '어린이의 적은 어린이'라고 하지 않고, 군대 내 가혹 행위를 '남자의 적은 남자'라고 하지 않으면서 유독 여자들이 서로 가깝게 지낼 땐 '페미니시트'라고 치부하고, 만약 서로 불편한 관계를 맺을 때에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하는 것은 적절지 않다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놀라운 건 이 '여적여'라는 프레임은 남자들만의 언어가 아닌 여성들 사이에서 오히려 강한 신념을 가지고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확증된 편향이 여성으로 하여금 끊임 없이 스스로를 검열을 하도록 만들고 서로를 너무 쉽게 배척하게 되는 줄도 모른 채 말이다.
이렇듯 여성조차도 자각하지 못하는 성차별은 수도 없이 많다. 유독 여성에게만 존재하는 신조어들이 그것을 반증한다. 이 책에서는 첫 문장에서부터 "여성들이 원하는 건 평등과 존중"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여성도 물론 리더가 될 수 있고, 어떠한 선택과 결정도 모두 할 수 있고, 또 해야 마땅한 권리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여성을 배척하는 것이 아닌 남녀가 평등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히려 더욱 도움을 주라고 제언한다.
혹시 아직도 친절하고 상냥한 여성을 두고 '너는 참 여성스럽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건네 주고 싶다. 여성스럽다는 것이 얼마나 과거의 잘못된 관념인지, 만약 그런 생각을 하는 주체가 여성이라면 더욱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꼭 웃으며 말하지 않더라도, 꼭 상냥하지 않더라도, 혹 상대와의 관계가 그르쳐질 것을 알면서도 반드시 관철해야 할 말이라면 똑똑히 전하는 여성이 이 세상에 더 많아지길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이 부디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많이 읽혀진다면 좋겠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었으며, 이 글은 본인의 주관대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