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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평점 :
대한제국의 여성 독립운동가 하란사, 그녀를 기억하다.
이것은 책의 뒤 커버에 적혀 있는 글이다. 우리가 독립운동가를 떠올릴 때 가장 첫머리에 떠오르는 분들은 김구, 안창호, 안중근... 모두 남성이다. 그런데 남성인 독립운동가에게는 그냥 독립운동가라고 하고, 여성에게는 굳이 ‘여성’ 독립운동가라고 하니, 이 또한 이 책의 주인공 하란사가 들으면 욕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인 독립운동가의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일단 흥미가 강하게 끌리는 책이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내 생각대로 사는 것이다. 내 생각은 그곳에 있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것! 나는 기꺼이 한말의 밀알이 될지니.”
이것은 소설 속 하란사의 말로 하란사의 삶과 인생을 가장 집약적으로 알려주는 말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중심의 세계, 게다가 일제에게 국권을 침탈당한 힘없는 나라에서 여성이라는 자신의 운명적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여성의 모습은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강과 하란사 사이에 살짝 감도는 사랑의 기운은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이강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하란사가 이강에게 화를 내고 떠났다는 소식에 괜히 서운해하고, 굳이 자신의 잘못을 만나서 사죄하려고 하더니 결국 이강에게 남편에게서 느끼지 못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하란사. 이 내용은 정말 사실일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자료를 찾아 봐도 그런 내용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이강과 하란사 사이의 이야기는 작가가 소설적 상상을 더해 만든 내용인 것 같다. 하지만 이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 들이는 사람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소설의 시간 흐름이 순차적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의 흐름이 단순한 것에 익숙한 독자들의 경우 읽다가 시간의 흐름을 쫒다가 소설을 읽는 맥을 잃어 버릴 수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하란사의 죽음으로 하란사가 슬퍼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갑자기 장면이 바뀐다든지, 하란사가 36살에 박에스더 등과 함께 고종에게 훈장을 받았다고 언급이 되어 있었는데, 그와 관련된 자세한 사건 내용은 뒤에 서술이 된다든지, 1909년 안중근이 이토를 사살해 1910년 사형을 당한 내용이 나오고 나서 시간의 흐름이 언급되지 않은 채 1918년 이후의 이야기가 급전개 되는 등 시간적 흐름이 조금 정신없는 느낌이고 이야기가 갑자기 뻥 튀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책의 중간에 나오는 오류도 눈에 거슬린 부분이다. 이것은 내가 읽은 판본상의 오기였는지 모르지만 이강을 처음 만난 하란사가 이강을 양녕대군에 파락호라고 박에스더에게 험담을 했는데, 나중에 이강을 다시 만났을 때, 이강이 하란사의 말을 들었음을 언급하며
“난봉꾼에, 양평대군에, 파락호라고 하지 않았던가요?(115쪽)”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강이 잘못들었음을 말하는 것인지, 책에 오류가 생긴 것인지....
‘하란사’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독립운동가 한 명을 더 알게 되었고, 그 시대에 시대를 앞서가며 이 나라의 여성 교육과 독립을 위해 힘쓴 이가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당시 우리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수없이 많은 이가 있어 지금 현재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