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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100세, 존엄과 독립을 생각하다 - 경험하지 못한 미래, 100세를 살 준비
박상철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9년 7월
평점 :
이 책에는 저자가 장수 연구를 하며 만난 100세인들의 다양한 삶을 소개하면서 장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해주는 책이에요. 100세라는 고령에도 스포츠 활동이나 기업 경영, 연구, 봉사 등에 참여하면서 여전한 현역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에서 소외되어 쓸쓸하고 처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네요.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로 30년간 재직하면서 과학기술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장과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을 역임한 노화연구 전문가에요. 그는 국내 최초의 100세인 연구자로, 30년 전에 이미 급격한 고령화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고 노화 연구를 했고 2002년 세계적 과학 저널 '네이처'에 젊은 세포보다 늙은 세포가 더 강한 면역력을 가졌다는 색다른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은 바도 있어요.
사실 가장 관심이 있는 부분은 과연 장수를 하게 해 주는 요소가 무엇인지인데요. 인간의 수명을 늘려준다고 알려진 면역억제제 라파마이신이나 당뇨병 치료에 널리 쓰이는 약인 메트폴민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내면서도 부작용 문제가 없는 장수 비결로 소식(小食)을 들 수 있다고 해요. 소식은 과학적으로 이견이 없는 유일한 장수 비결로, 여러 실험을 통해서 절약 모드를 실행하면 스마트폰 배터리를 더 오래 쓸 수 있는 것처럼 적게 먹으면 수명이 연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실제로 소식은 100세 이상 초고령 노인에게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생활습관으로 한국의 100세 이상 노인들이 꼽은 가장 큰 장수 비결이 ‘절제된 식습관(39.4%)’과 규칙적인 생활(18.8%), 낙천적인 성격(14.4%), 유전적 요인(14.2%)인 것처럼 소식이 장수에 중요한 요소로 보여요.
저자는 늙은 세포가 젊은 세포보다 외부 스트레스에 더 강한 저항성을 갖고 있다는 그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노화란 세포가 증식을 포기하는 대신 생명을 연장하려는 방법이라고 파악해요. 이처럼 저자는 노화가 죽어가는 소멸의 과정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적응의 과정으로 생명체의 생존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노화 이론을 정립했어요.
저자의 이번 책은 노화 문제를 현장 답사와 대화를 통해 폭넓게 탐색하기 위해서, 연구실에 머물지 않고 국내외 장수촌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현장 연구를 더한 결과물이에요. 이렇게 장수인들을 만나면서 저자는 당당하게 생명을 지켜나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노화란 초췌해지고 쇠퇴되어 뒤안으로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앞에 나서서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나가는 모습임을 보게 됐다고 하며 이를 '거룩한 노화(Holy Aging)'라는 용어로 정의하고 있어요.
사실 이 책에는 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100세까지 살 수 있는 건강 관리법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짧게 설명해요. 장수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자, 받기만 하지 말고 나눠주자, 무엇이든 배우자의 3가지 행동원칙과 몸을 움직이자, 마음을 쏟자, 변화에 적응하자, 규칙적으로 살자, 절제하자, 나이 탓하지 마라, 남 탓하지 마라, 어울리자라는 8가지 세부항목이 그것이에요.
저자는 노화 연구과정에서 만난 노인들의 공통점을 추리고, 노화연구에 평생을 바쳐서 내린 결론은 '노화의 속도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100세까지 건강한 노인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긍적적 마음'이라는 것이에요. 그러면서 우리에게 ‘나이듦’은 쇠퇴, 후퇴의 이미지이고, ‘노화’는 죽음으로 가는 과정일 뿐인 부정적 이미지라고 해요.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 몸은 늙을수록 살기 위해 더욱 저항하며, 그래서 생존을 위해 노화를 선택한다고 지적해요. 이처럼 저자는 나이듦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자세를 바꾸어 놓고 있어요.
어른신들을 모시고 생활하다보니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보내야할 지 늘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이 책은 노화에 관한 최고 권위자분이 쓰신 책으로 100세를 앞두신 어르신들에게는 물론 아직 젊은 사람들에게도 삶과 나이듦에 대해서 성찰하게 해주는 책이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