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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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고학이라고 하면 남의 무덤을 파거나 인디애나 존스처럼 보물찾기같은 이미지가 있었네요그런데 이 책을 읽고 고고학이 무엇인지 어떠한 일을 하게 되는 지 그 성과가 어떠한지 실체적으로 배우게 되었어요.

 

먼저 고고학을 사전적으로 보면 과거 인류들이 남긴 잔존물을 통해 과거 문화를 복원하고 그들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해요과거 인간들의 활동은 반드시 그 잔존물을 남기게 되는데 이것이 유물유구유적 등의 고고학적 자료이고이 물질적인 잔존물을 통해 고고학의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저자에 따르면 고고학은 유물을 연구해서 과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지식문화 등을 밝히는 것이라고 해요그러면 인간은 왜 그렇게 과거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많을까요저자는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과거를 생각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인류의 진화하는 숙명에 기인한다고 지적해요.

 

사실 고고학에 대한 기존 이미지처럼 세계 고고학 자료의 절반 이상은 무덤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예를 들어 네안데르탈인 이래 사람들은 죽은 사람의 영생을 또는 저세상에서의 행복을 바라며 정성껏 시신을 안치했는데이 무덤 하나하나는 곧 내세에서의 복을 기원하는죽은 사람들을 위해 산 자가 남긴 마지막 사랑이라고 해요아이들이 어렸을 때에 죽은 경우 돌궐 계통 주민들은 나무의 구멍 안에 넣어서 매장했고에벤키(시베리아와 극동 러시아 일대에서 순록을 치며 사는 원주민들)의 사람들은 나무의 열매처럼 다시 부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무에 관을 매달았다고 해요.

 

이처럼 이 책은 1990년대 벌교 조개무지부터 카자흐스탄 황금인간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30여 년 간 발굴해 온 세계 유적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특히 안타까운 것은 최근 뉴스로 크게 보도가 되기도 한 2014년 7월 29일 레고랜드 사업 부지 중도에서 고인돌을 비롯한 청동기시대 공동묘지와 2000년 전 조성된 마을 유적 등 선사시대 유적이 대규모로 발견된 춘천의 중도 유적이이에요.

 

중도 유적의 경우 3000년 전의 역사를 품고 있는 한강에서 발견된 가장 큰 마을(또는 도시)의 흔적이었고, 1차 문화재 발굴(면적 12225조사결과 고인돌 101기 등 총 1400여 기나 돼는 청동기 시대 유구를 확인할 수 있어서아마 제대로 발굴한다면 수십 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하네요그러나 레고랜드 개발사업과 얽혀서 중도 유적 발굴은 약 5년 만에 끝났다고 해요.

 

그리고 또 이명박 정부시절이 논란이 많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서 수많은 유적들이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4대강의 강가에서 유적을 더 이상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해요이제 4대강 사업은 마무리되었고 유적들이 있을 수도 있었던 강가는 이미 다 정비가 되었어요우리가 흔히 보는 선사시대 유적 공원에서 복원된 집자리들은 사실 이미 발굴이 다 되고 난 후에 발굴 당시와 똑같이 만들어놓은 카피일 뿐이라네요.

 

과거를 밝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의 유적을 파괴해야 하는 역설적인 학문인 고고학은 과거를 밝히는 탐정과 같은 작업이자 학문이라고 생각해요이 책은 세계 30여 곳의 유적 발굴을 진행한 국내 고고학자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있어요역사책에서 그냥 쉽게 읽어 내려가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들이 이렇듯 수많은 유적의 발굴과 연구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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