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203호 - 2024.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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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흐름과 트렌드 변화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은 문학 계간지만 한 게 없을 거다.

창비에서 출간하는 계간지를 비록 꼼꼼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챙겨보는 편이었다. 미용실 같은 곳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잡지를 보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본 게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그렇다 보니 부끄럽게도 순서 배치의 의도나 문학을 하는,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주목해야 할 요소들을 스스로 짚어내지 못했다. 각 시기에 따라 주목받는 작품에 대한 평론, 시, 소설, 정치와 시사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진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 각 호에 실린 주제에 대해 깊게 골몰하고, 문학의 필요성에 대해, 문학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다가오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무려 창작과비평 편집부의 대안적이고 체계적인 기획력이 돋보이는 결과물이었는데 말이다. 세상은 지금도 쉼 없이 돌아가고 변화해 가는데, 문학하겠다는 사람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무관심한 태도를 일관했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했다. 이런 나의 무지한 태도를 회고할 수 있도록 뜻밖의 기회를 마련해 준 창비 스위치에게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다.


"다가오는 변화를 희망으로 만드는 책임이 온전히 우리 자신에게 주어져 있음을 되새기며 준비할 때 "


- 우리는 사회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우리 삶과 밀접해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문제들과 관련해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며, 새로운 세계가 구축되는 과정 속에는 반드시 각자의 몫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와 동시에 문학을 좋아하는, 문학을 창작하는 문학인들로서 실현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조명하는 듯한 구절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실행과 실천의 이전엔 글이 뼈대가 돼 듯이, 행동의 기초인 글을 쓰기 전에도 중요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바로 "인식".

소설이나 시를 읽을 때 오로지 사적이고, 그저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만으로 보이던 것들도 사회와 필연적으로 관계 맺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요즘 젊은 작가들의 작품만 봐도 그러한 감상이 나온다. 부조리한 사회에 저항하는 인물들. 그들의 모습이 서사화되었을 때 우리에게 와닿는 감각들을 생각해 본다. 특정한 주제에 날카롭고 뚜렷한 인식 갖는다는 건, 단언컨대 문단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번 호 주제에 오른 "세계서사"는 우리가 사회의 총집합인 세계를 어떻게 인식해 왔고, 앞으로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 이전 사회 문제의 인식들을 바꾸기 위해 문학이 걸어온 행보를 뒤이어 전진의 필요성에 대한 타당한 논리를 제시함과 동시에 진보를 목적으로 방향성들을 제시한다.


첫 번째에 배치돼 있는 칼럼에서는 "기후 위기를 어떻게 서사화할 것인가"의 질문을 시작으로 세계화를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하며, 정치와 문학의 조합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자본주의 너머의 세계를 가리키는 동시에 수동적으로 주어진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 말곤 할 수 없는 허무주의에 맞서, 세계를 재현하는 서사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구절은 해당 칼럼의 목적성을 부각한다. 즉, 새로운 세계를 구성하는 변혁의 서사가 절박하게 요청됨과 동시에 개인의 경험이 사회적 총체성과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무세계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목적성, 아직 형태화되지 않는 것들이 앞으로 어떻게 서사화되어 구체화될지 기대를 품게 된 글이었다.

좀 더 우리의 삶과 가깝게 말하자면, 새로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본문의 말을 빌려 말해 문학과 정치의 조합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문학과 정치, 그리고 우리의 삶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는 어떤 식으로 나타날까. 이와 관련해 최선교 문학평론가의 글은 다른 성격을 띠는 두 작품을 예시로 잘 개괄되어 있다.

세월호 참사 및 이태원 참사같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사회적 재난을 대처하는 현 정부의 문제점을 확실히 짚고, 피해자 권리 보장과 더불어 진상 규명 및 재발방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 대해, 문학이 할 수 있는 몫에 대한 여러 문학적 방식을 탐색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추상의 언어를 실현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이미 있는 것과 지나간 길(현재와 과거)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사유하며, 미래를 상상하는 것(즉 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길)으로 미래를 어떻게 살아나갈지에 대한 질문을 내포하는, 주민현 시인의 작품 해석과 무력할 수밖에 없는 말을 갱신하면서 권력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 변윤제 시인의 작품 해석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말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구절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뚫어지게 바라보고 고뇌하기를 권고한다. 사회적 흐름에 따라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늘 문학이 해야 할 몫은 분명하다. 이것을 어떻게 언어로 오랫동안 보존하고 투쟁하고 저항할 것인지, 계속해서 시도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알린다.

우리의 삶이 서사화될 때: 문학 작품으로 보는 변화의 분기점


시 - 알게 모르게 묻힌 부조리함과 폭력이 있는 세상을 다채로운 은유로 묘사한 좋은 작품들이 많이 보였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미세한 감정을 어루만지는 듯한 섬세한 구절들을 특히 더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그중 피해자의 목소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음을 내포하는 것과 동시에 반드시 더 나은 길(대안)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김주대 시인의 <로드킬 복수>가 특히 힘이 잔뜩 실려 있어 강렬했다. 사라지지 않아야 하는 것, 잊지 않는다는 것은 불변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과거로 쌓인 현상을 발판 삼아 변화를 맞이, 실현하는 순간을 내포하고 있는 구절들은 수많은 상황 속 우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응원하는 듯하다.


 소설 - 소설 부분에서 단편 세 편 모두 의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작품을 읽으면 필수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감상도 분명했다.

특히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가까운 감정, "죄의식"을 다룬 소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너무나 친숙하게 다가왔다. 죄의식을 지배하는 쾌락, 금기 (범죄)의 영역에는 절대 닿지 않은 채 쾌락과 도파민에 몸을 맡기는 인물을 보며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스스로의 모습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것이 일부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부분을 아닐 거라고 감히 확신할 수 있다. 죄의식을 동반한 쾌락은 왜 더 달콤하게 다가올까. 이러한 아이러니를 쭉 방치하고만 있어야 되는 것인가. 한동안 일상 곳곳에서 소설이 건넨 질문에 얽매여 있을 것 같다. 거대한 몸집과 상반된, 무력하게 생기 잃은 호랑이의 이미지의 잔상이 오랫동안 아른거렸다.


글을 쓰고, 문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라 문학의 트렌드와 흐름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문학 평론 부분을 가장 꼼꼼하게 읽었다. 시와 소설, 평론까지 각 분야에서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들을 살펴볼 수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웠고, 유익했다. 욕망과 호기심으로 생겨난 세계가 텍스트를 통해 구체화될 때, 그 세상을 사유하며 탄생 되는 결과물들은 끊임없는 질문을 낳고, 방향을 추구한다. 발전을 향해 쉼 없이 나아가는 문학의 다양한 시도 속에서 앞으로 어떤 세상들이 새롭게 탄생될지 기대를 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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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우정으로 1 스토리콜렉터 10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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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나 추리 소설 같은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한 사건을 가지고 길게 끌어가는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읽기 전에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습니다. 중반까지 읽고도 이 책은 단순히 독자들과 함께 추리하는 재미를 주는 것으로 그치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 이 책의 제목인 '우정'이라는 키워드가 내용에 무슨 영향을 주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건과 연루된 인물들의 관계성과 특징, 그 외의 인물들이 소설에서 가지고 있는 역할에 집중해보니 이 시리즈의 첫 번째에서 저자가 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물들의 대사에서 말이죠.
1권에서는 비록 사건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그녀의 다른 시리즈들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 타우누스 시리즈를 즐겨 읽으신 분들께 권장해 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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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 1 - 축하한다 세상아! 내가 왔어! 아테나 1
엘린 에크 지음, 기영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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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소설은 자신감 넘치는 주인공 아테나의 특징을 일관되고 진하게 강조한다. 어쩌면 자만에 가까운 아테나의 행동들과 언행들로 인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영향을 받는 주변 인물들을 보여주며 그녀의 올바르고 건강한 신념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를 말해줄뿐더러, 그녀의 거침없는 행동들이 결코 어긋난 형태가 아님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주기도 한다.
자신의 말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사과할 줄 아는 아버지와 자유분방한 아테나를 구속하지 않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테나가 방황할 때 길잡이가 돼 주는 어머니 등 아테나의 특징들에 개연성을 더해준다.

또, 이 책의 간단한 소개만 봤을 땐 한 청소년의 시선으로 환경 문제 사태를 보여주고 개선 방안을 전개해 나가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아동문학에서 많이 쓰이는 소재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갔는데, 저자가 보여 주고 하는 바는 내 예측과는 전혀 다른 부분들이었다.
'지클'은 단지 아테나의 실천력을 보여주는 작은 장치였고, 저자는 아테나 인물 자체에 주목하게 만든다.
겸손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 아테나의 당당함이 왜 밉게만 보이지 않는지를 생각해보게 만들며, 자존감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형성이 되는지, 그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치들이 많이 놓여있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인 소설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도 권장하고 싶은 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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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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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장편소설이라지만 이렇게 등장인물이 많이 등장하고, 인물의 시점 변화가 잦은 소설은 처음이라 이 책에 적응하는데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예상했던 전개 방식이 완전히 달라서 당혹스러웠지만, 그와 동시에 이 소설만이 가진 매력을 뚜렷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사건에 얾매인 모든 인물들이 허투루 쓰이는 바 없이 모두 탄탄했고, 흐트러진 장면들이 모두 하나로 모여졌을 때의 감동과 충격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또, 폰지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조너선 알카이티스'의 인물 설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일관되게 이기적인 이미지만을 보여주는 악인과 달리, 이 인물은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줍니다. 이 인물을 보면서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입체적인 특징을 생생하게 느껴졌기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 두 가지의 매력만으로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내는 소설에 질리신 분들, 금융사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이 책을 권장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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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의 법칙 - 끌리는 기획으로 취향을 사로잡는 44
우에키 노부타카 지음, 송소정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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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신다움', '본질', '요상한 것'을 일관되게 강조한다. 창작을 하는 데 있어 자신의 색깔과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만큼, 경영에 있어서도 자신만이 낼 수 있는 내면의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뚜렷하게 박혔다.
본문 중, 양이 질을 만들어낸다는 대목이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자신의 내면을 구체화 시킨다는 것은 남들이 함부로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시간과 노동, 투자를 필요로 해야함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우리나라 출판시장과는 사뭇 다른 점도 많을 텐데, 사람들이 원하는 기획을 하고, 간절한 이들의 합심으로 탄생한 결과물들은 모두 값지다. 그것을 증명하는 이 책에서 멀리 있는 그들의 생명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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