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기술>은 유시민의 평소 신념인 '지식 소매상'으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난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시민의 글쓰기는 저자 특유의 '논리적 매너리즘'이라는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한계를 드러내보인다.

 

1. '명확성'의 강박이 낳은 단순화의 오류

유시민 문체의 핵심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글'이다. 그러나 이 책 <표현의 기술>에서도 나타나듯, 복잡한 사회적 맥락이나 미묘한 감정의 결을 지나치게 선명한 논리로 재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독자에게 명쾌함을 주지만, 대상이 가진 본연의 다층적인 입체성을 '논리적 정합성'이라는 틀에 맞춰 단순화해버리는 매너리즘으로 작용한다.

 

2. '답정너'식 전개와 설득의 과잉

그의 문체는 대개 확신에 찬 어조로 결론을 향해 직선적으로 달려간다. 이는 논리적 완결성은 높여주지만 반대로 독자의 사유가 개입할 여백을 지워버린다. '표현'이란 때로 모호함 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탄생하기도 하는데, 유시민식 논리 기법은 모든 문장을 '증명 가능한 명제'로 치환하려다 보니 문학적 상상력이나 직관적 통찰이 끼어들 자리가 좁아진다.

 

3. 도구적 글쓰기에 갇힌 '기술'의 한계

책의 제목처럼 그는 글쓰기를 철저히 타인을 설득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Tool)'로 접근한다. 이러한 기능주의적 관점은 글쓴이의 고유한 개성보다는 '효율적인 문장 구조'에 집착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유시민의 글은 누가 읽어도 매끄럽지만, 그 매끄러움이 오히려 작가 특유의 깊은 내면적 고뇌나 파격적인 스타일의 실험을 가로막는 전형적인 '자기 복제적 매너리즘'에 빠지게 한다.

 

결론적으로, <표현의 기술>은 똑부러지는 표현을 원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논리 교본'일 수 있으나, 논리가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그의 문법은 '언어의 예술성'이나 '사유의 불확실성'이 주는 미덕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계를 떠나 스스로 작가임을 선언했지만, 정작 본인의 작품 가운데 문학적/예술적 성취도가 높은 작품은 하나도 없는 이유가 바로 저자 본인이 설정해버린 논리적 정합성이라는 도구적 글쓰기 테크닉이 일종의 덫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기가 파놓은 함정이 스스로를 옥죄는 틀로 작용하여, 톡톡쏘는 사이다 직설 외에는 문학적 감수성이나 예술성이 자리잡을 틈이 사라졌기 때문인 것이다


"독후감 소매상" 이라는 별칭처럼 남의 작품에 대한 감상문이나 시류를 타는 경향성 에세이는 몇 편 더 써내겠지만 뭇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시나 소설, 희곡 등의 본격 문학작품은 아마도 저자에게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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