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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망상
루퍼트 셸드레이크 지음, 하창수 옮김 / 김영사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유물론자, 환원론자들의 오류 - "과학만능주의"
리처드 도킨스나 스티븐 호킹으로 대표되는 환원론자들은 만물의 근원을 물질로 본다.
우주의 모든 현상은 4가지 기본적 힘(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과 대표적인 물리 법칙들(고전 물리학, 상대성이론, 양자역학)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기본 법칙들에 의하여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의학 같은 경성 과학(hard science)은 당연히 설명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심리 같은 연성 과학(soft science)의 분야까지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모든 학문의 꼭대기에 물리학이 왕좌를 차지한다는 논리다.
그래서 이론 물리학자들은 오늘도 만물의 법칙(Theory of Everything) 혹은 최종 이론(final theory)을 찾고 있으며, 하나의 통합된 공식이 소립자의 특성과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힘으로 모든 실재하는 것들을 설명하게 되리라 믿고 있다. 만물은 결국 물리학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그럼에도 예컨대 인간의 정치·문화 행위를 원자나 분자의 작용으로 설명해보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그러한 일은 사소하고 부차적이며 번거로운 단순 작업이므로 '아랫것들'이나 해야 할 일이라며 정작 본인들은 어물쩍 발을 빼왔다.)
그러나 이러한 '신념'은 결코 증거에 의해 증명되지 않은 '믿음(-ism)'에 불과한 것이며, 과학의 진리성을 떠받치는 회의주의에 의해서 검증받지 않은 도그마, 즉 독단적 교조주의에 불과한 것이다. 과학과 '과학만능주의'는 엄밀히 구분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 순진하고 구태의연한 환원주의적 믿음은 실제로는 여러 과학 분야의 현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생리학자들이 혈압을 설명하려면 아원자 입자가 아니라 심장의 펌프 운동과 동맥벽의 탄성 같은 것을 통해야 한다.
언어학자들은 음성을 실어 나르는 공기 중의 분자들 내에 존재하는 아원자 입자의 운동으로는 언어를 분석할 수 없다. 그들은 단어의 패턴과 문법의 의미를 연구해야 한다.
식물학자들은 꽃 안에 들어 있는 원자들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종과 멸종한 종의 구조와 관계를 비교함으로써 꽃의 진화를 연구한다.
인간이 겪는 심리적 고통이나 트라우마의 실체는 뇌를 해부하기보다는 프로이트나 아들러, 빅터 프랭클 등이 연구 개발한 심리치료요법에 의하여 진단되고 치유되는 것이 타당하다.
요컨대 물리학은 모든 학문의 꼭대기에 올라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 위층에는 화학, 지질학, 천문학 등이 있고 다시 그 위에는 분자생물학, 병리학, 약리학 등이 있으며 그 위에는 연성 과학들이 층을 이루는 것 같은... (그러나 이러한 학제간 계층 구조론 같은 것도 무의미한 분류일 수 있다.)
물질만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건 독단이다.
복잡성이 높아지는 고차원의 세계일수록 물질로 설명되는 부분은 점점 쪼그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