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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슬, 멈추지 않는 추진력의 비밀
닐 파텔.패트릭 블라스코비츠.조나스 코플러 지음, 유정식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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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시 달리게 만든 닐, 패트릭, 조나스에게

허슬, 멈추지 않는 추진력의 비밀을 읽고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서 누군가 당신들의 책을 소개한 글을 봤습니다. ‘멈추지 않는 추진력의 비밀이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어요. 어쩌면 이 책이 정지 상태에 있는 나를 다시 달리게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신들의 책을 주문했어요. 책은 생각보다 두꺼웠습니다. (384)

 


고백하자면, 저는 자기계발서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비슷비슷한 이야기에, 비슷비슷한 충고가 담긴 것 같아서요. 하지만 자기계발서를 펼치게 될 때가 있어요. 행동하지 못하고 머리로만 고민하고 주저하는 나를 만날 때. 저는 한 사람의 경험이 오롯이 담긴 자기계발서를 펼칩니다. 그 사람의 경험이 내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하니까요.

 

당신들의 책 허슬, 멈추지 않는 추진력의 비밀은 저에게 용기와 위로를 준 책이었어요. 정체되어 있는 제게 출발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고, 그동안 꿈을 갖고 행동에 옮기며 살았던 제게 잘 살아왔다고 토닥이며 위로해 주었어요.

 

저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녔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큰 회사였지요. 그러나 회사생활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싫었어요. 월말에 맞춰 마감을 하고, 또 한 달이 끝날 때 마감을 하는 쳇바퀴 같은 삶이 싫었습니다. 언젠가 그만둬야지, 그만둬야지... 입버릇처럼 말했어요. 그 즈음 저는 통신동호회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사람들과 친목을 다졌지요.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이 제 글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번개 모임이 있거나, 어떤 행사가 있을 때 그곳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 저에게 재촉했어요. 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써 달라고요. 제가 쓰는 번개 후기나, 행사 후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기다리게 된다고 하더군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에게 그런 재주가 있었나?’ 생각해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학교 다닐 때 글쓰기로 상을 받은 적이 많았어요. 기억너머 저 편에 있던 어떤 열망이 되살아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작가가 되어야겠어!’ 사람들의 칭찬에 힘입어 저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사표를 냈습니다.

 



당신들의 표현에 따르자면, 이때가 허슬의 첫 번째 단계를 시작한 때였어요. ‘밖에서 안으로의 허슬을 시작한 것이지요. 하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니까요. 할 수 없이 저는 닥치는 대로 읽고, 쓰며 기회를 찾아다녔습니다. 방송작가 학원을 다녔고, 방송사에서 일하는 선배들에게 자리가 생기면 알려달라고 부탁했어요. 덕분에 거짓말처럼 기회가 왔습니다. 한 방송사에서 특집 프로그램을 쓸 수 있었지요. 그러나 내 대본을 빨간펜으로 찍찍 긋는 진행자를 보면서 좌절했어요. 제가 쓴 문장들이 진행자의 문장으로 바뀌는 걸 보면서 참 많이 우울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더 열심히 글을 썼습니다. 글의 분야도 가리지 않았지요. 라디오, tv, 카피라이팅, 동영상 시나리오... 누군가 글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디든 달려가 열심히 썼어요. 덕분에 카피라이터의 명함도 가질 수 있었고, 사보에 글을 쓰는 취재 기자도 할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의 이름을 짓기도 하고, 노랫말도 썼는 걸요.

 

그런데도 허전했어요. 내가 원하는 글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요구하는 글을 쓰면서 지쳐갔습니다. 뭔가 특별한 조치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내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강의였어요. 나만의 컨텐츠로 나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강의. 그래서 10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지금부터 10년 동안 준비해서 강의를 하겠다고요. 일단 대학에 진학했고,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졸업 즈음에 강의를 시작했어요. 이 때 허슬의 두 번째 단계, ‘안에서 위로의 허슬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글쓰기 강의를 했습니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분들에게 편하고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었거든요. 강좌를 개설하고, 기업에 초대받아 강의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차별성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글쓰기 강좌와 내 강의가 다른 점이 없더군요. 그래서 다른 무언가, 차별화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찾은 게 편지였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편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중고등학생 때는 거의 매일 편지를 썼지요. 편지만큼 마음을 제대로 전달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어, ‘소통의 도구로 편지를 활용하자는 강의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편지 관련 자료들을 찾고, 논문을 보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기사를 검색하면서 강의안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손편지로 제안서를 보내 기업에서 강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쌓이다보니 편지에 관한 책도 출간하게 되었지요. 저는 편지로 저의 브랜드를 만들어 갔어요. 이 때가 허슬의 세 번째 단계였습니다. 당신들이 말한 안에서 밖으로의 허슬이었지요.

 

계획한 것들을 하나씩 이뤄가는 과정은 즐거웠어요. 살아 있음을 느꼈고, ‘하면 된다를 느낀 시기였지요. 그러나 몇 년 동안 이 단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어쩌면 안주했고, 어쩌면 새로운 무언가를 해 내는 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르겠어요. 새로운 책도 쓰고, 새로운 강의도 만들고 싶었지만 마음과 달리 몸은 멈춰서 출발할 준비를 하지 않았어요. 마음만 조급할 뿐, 몸은 마음의 신호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젠 다시 뭔가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이대로 정체되어 있어도 될까... 싶을 때 당신들의 책을 만났습니다.

 

당신들은 제게 말했어요. 이제 허슬의 네 번째 단계로 가라고요. 어서 기업가적이고 창의적인 성취를 가속 시키라고요. ‘돈과 의미 추진력이 만족할 수 있도록 다시 뛸 준비를 하라고요. 당신들이 말한 허슬의 네 번째 단계에 대해 읽으면서, 저는 무언가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는 허슬의 네 번째 단계에 들어서기 위해 노트를 펼쳤습니다. 앞으로 제가 만들어야 할 인생의 지도를 다시 그려보기 시작했지요. ‘표면 위에 떠오른 재능약간의 고통이 따르는 스킬을 더해서, 직진이 먹히지 않을 때는 우회하면서, 저의 가치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길을 그렸습니다. 제가 그린 길이 안전한 길은 아닐 거예요. 예상치 못한 걸림돌들이 불쑥 불쑥 튀어 나오겠지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는 다른 이의 꿈을 빌리는 사람이 아니라, 저의 꿈을 소유한 사람이니까요. 저의 보폭대로, 저의 길을 가면 되겠지요.

 

빨간색 신호등 앞에 멈춰 섰던 제가 당신들의 책을 읽고, 출발할 준비를 합니다. 황색 신호등으로 바뀐 신호등이 이제 초록색으로 바뀌었어요. 제가 달리는 동안, 길 위의 모든 신호가 초록색을 주진 않겠지만, 이제 계속 멈춰있지만은 않겠습니다. 당신들이 말해준대로 열정에 속지 말고, 재능에 착각하지 말고, 끝까지 허슬하는 사람이 되어 볼게요.

 

한 없이 멈춰서 있던 제가 당신들의 책을 만난 건 행운이었어요.

고맙습니다. 허슬에 관한 당신들의 이야기.

기억할게요. 멈추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라는 격려.

 

2018828일 화요일

허슬을 멈추지 않기로 결심한 독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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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써봤니? - 7년을 매일같이 쓰면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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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써봤다는, 김민식 pd님께

-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고


 



안녕하세요? 김민식 피디님. 제가 피디님을 처음 만난 건 페이스북이었습니다.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고 계셨지요. 저 또한 피디님과 같은 마음이었기에 페이스북 영상을 보면서 피디님을 응원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분이 물러나시고, MBC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다행이다 싶었지요. 그 후, 잊었습니다. 피디님도 MBC.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서 열심히 살아갈 테니까요.

 

피디님의 이름을 또 다시 만난 건 세바시였습니다. 제 수업을 듣는 친구들에게 (저는 편지에 관한 글을 쓰고 이야기하는 강사이자 작가인데, 대안학교에서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도 하고 있거든요.) 보여줄 영상을 찾고 있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글을 쉽게 쓸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지 제가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쓰기로 삶이 변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피디님의 세바시영상은 참 좋았습니다. 귀에 쏙쏙 들어왔지요. 괴로울 때마다 글을 쓴다던 피디님의 이야기를 웃으면서 들었습니다. 피디님은 괴로웠다는데 듣는 저는 즐거웠거든요.

 

영상으로 접한 피디님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 써봤니?>를 구입했지요. 책을 사놓고 뭐가 그리 바빴는지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어요. 여러 달이 흐른 후, 지방으로 출장을 갈 일이 있었습니다. 편지에 관한 강의를 하러 가야했지요. 기차에서 읽으려고 <릴케의 프로방스 여행>이라는 책을 챙겼습니다. 릴케가 프로방스를 여행하면서 지인들에게 쓴 편지를 모은 책이에요. 남쪽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프로방스 이야기를 읽으면 멋지겠구나... 싶어서 가방에 넣었습니다. 서재를 나서려는데, 갑자기! 정말 뜬금없이 문득! <매일 아침 써봤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 그래. 저런 책이 있었지...’ 생각하며 책을 집어 들고 아무 곳이나 펼쳤습니다. ‘매일 같이 글을 쓴 대가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제목보다는 첫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퇴직하신 아버지가 다음 달부터 용돈을 올려달라고 전화를 하셨다는 내용이였지요. 세바시 강연을 보면서 피디님이 아버지에게 어떤 구박(?)을 받으며 살았는지 느꼈기에, 그 대목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과연 용돈을 올려드렸을까 궁금하기도 했지요.

 

글이 술술 읽혔습니다. 그냥 옆에서 피디님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세바시에서 강연을 하던 피디님 모습이 떠오르면서 마치 음성지원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처럼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지요. 25만원의 용돈을 50만원으로 올려달라셨던 아버지가, 올린 용돈 25만원을 피디님께 드렸다는 대목을 읽고 가슴이 찡했습니다. 아버지가 주신 비자금의 이야기는 다음 문단에서 블로그로 만드는 비자금이야기가 됩니다.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쓰는 것만으로도 비자금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었지요. 제게도 비자금이 필요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같이 글을 쓴 대가가 맘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릴케의 책 옆에 피디님의 책도 넣었습니다. 기차에서 릴케의 편지를 읽다가 지루해지면 피디님의 책을 읽을 참이었지요.

 

광주로 내려가는 시간 동안 저는 피디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 결국 릴케의 편지는 한 장도 읽지 못했어요. 그만큼 저는 피디님의 글에 몰입되어 있었습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살면서도 글을 쓰지 않는 게으른 나를 반성하면서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피디님은 저에게 외치셨죠.

 

어이, 윤작가.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글을 쓰라고! 블로그가 있잖아. 블로그에 있는 거미줄 좀 쳐내고, 매일 글을 써보라고!”

 

책 써야 한다며?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블로그에 올리라니까. 완벽하지 않으면 좀 어때.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 다시 쓰면 되지. 일단 쓰는 게 중요하다니까!”

 

물론 책 속엔 공감 가는 문장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밑줄도 많이 쳤어요. 여기에 다 쓸 수는 없지만 대략 이런 문장들이었습니다.

 

게임 속 캐릭터의 레벨업보다 나 자신의 자기계발이 더 보람 있어요. (p10)


저는 인공지능이 아무리 책을 잘 읽고 글을 잘 써도, 독서와 글쓰기를 그만둘 생각이 없어요. (p21)


개인의 창의성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모습의 나를 만들고, 서로 다른 내가 만나 협업하게 하는 겁니다. (p32)


열심히 사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해요. 세상이 변화하는데 혼자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은 일의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p141)


길은 퍼스트 펭귄이 만듭니다. 물속에 천적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 다들 물가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생선을 잡는 그 펭귄 말입니다. (p183)

 

피디님의 문장에 밑줄을 그으면서, 아이디어도 여러 개 적었습니다.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할 때 확장해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건졌지요. 그러나 <매일 아침 써봤니?>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제 머리에 울리던 것은, ‘지금 바로 글을 쓰자!’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자!’였습니다. 밑줄 친 좋은 문장들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피디님은 책을 읽는 내내 어서 글을 써!’, ‘생각만 하는 것보다 지금 뭐라도 하는 게 좋으니까 글을 쓰라고!’ 라며 소리치셨어요.

 

그래요, 그래서 글을 씁니다. 가장 먼저 피디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는 글을 쓰고 있어요. <매일 아침 써봤니?> 덕분에 다시 매일 글을 쓸 마음을 먹게 되었으니까요. 고맙습니다. 글을 쓰자고 외쳐주셔서. 저도 매일 아침 글을 쓰면서,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외칠게요. 지금 당장, 뭐라도 읽고 뭐라도 쓰자고요. 그러면 내일은 오늘과 다른 나와 살게 될 거라고 말이에요.

 

고맙습니다. 매일 글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를 써주셔서.

 

 

2018827일 월요일 매일 글을 쓰기로 결심한 독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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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권정생 - 아동문학가 권정생이 걸어간 길
이충렬 지음 / 산처럼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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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님께


5월입니다선생님이 하늘 아이가 되신 달이기도 하지요올해 선생님의 하늘 나이는 열 한 살이틀 후면 하늘나라에서 조촐한 생일 파티가 열릴지도 모르겠습니다어쩌면 선생님은 하늘 여행 이야기를 동화로 쓰셨는지도 모르지요그곳에 있는 친구들에게 들려주시려고요가만히 눈을 감고 떠올려 봅니다동그랗게 둘러 앉아 동화를 읽는 선생님과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친구들을요.


제가 선생님의 이름을 처음 만난 건 14년 전입니다. ‘동심에 관한 자료들을 보다가 <강아지 똥애니메이션을 보게 됐지요가장 하찮은 존재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강아지 똥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귀한 존재가 된다는 이야기에 전율했습니다. <강아지 똥>을 통해서 선생님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는 것하느님께서는 필요치 않은 존재를 만들지 않으신다는 것을요.


그 후십 여 년이 지나 서울시청 도서관에서 선생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아이처럼 살다-이오덕권정생하이타니 겐지로의 따뜻한 만남>이라는 전시를 통해서였습니다이오덕 선생님과 선생님이 주고받은 편지가 전시된다기에 한 달음에 달려갔지요. ‘편지에 관한 자료를 찾아서 한참 공부할 때였거든요전시관에는 두 분이 주고받은 편지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유품과 유언장이 있었습니다그때 선생님의 유언장을 읽으며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조금 알 수 있었어요정말로 어린이를 사랑하시는 분이란 것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는 분이란 것그리고 어쩌면 연애하기를 원하셨던 분이란 걸요.


이런 선생님의 모습을 깊게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건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을 통해서였습니다이충렬 작가의 책이었지요페이스북을 통해서 이충렬 작가의 차기작이 선생님에 관한 책이란 걸 알게 됐을 때부터 마음이 설렜습니다이충렬 작가는 <간송 전형필>, <김수환 추기경>, <혜곡 최순우>, <국제법학자그 사람 백충현등을 통해 역사 속에 박제되어 있던 분들을 이 시대로 불러오신 분이니까요방대한 자료들을 꼼꼼하게 조사해서 씨실과 날실로 촘촘하게 엮어 한 인물의 생을 복원해 가는 이충렬 작가가 어떻게 선생님의 삶을 말해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속에는 함께 살아가는’ 선생님이 있었습니다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통해서 작은 희망 한 줌을 주려했던 선생님이그들이 가난한 것은 부모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돈과 권력 그리고 무기가 많은 것을 착취하는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선생님이그러나 그들이 겪은 고난의 발자취가 곧 역사라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말입니다그 속에서 선생님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 있었지요.


선생님은 태어날 때부터 삶에 깃든 가난과 함께 살아야했습니다. 혹독했던 가난은 좀처럼 떨어져나가지 않았지요소작일을 하며 어머니가 모아 두었던 소 세 마리 값은 염소 한 마리도 살 수 없을 만큼 가치가 폭락했고동생과 고생고생하며 키운 100마리 닭은 장마비에 병에 걸려 죄다 죽어 갔지요고구마를 팔고재봉기 가게에서 배달을 하며 가난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병만 깊어졌을 뿐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선생님이 깡통을 들고 거지 생활을 했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울컥거렸습니다그러나 그렇게 살아온 선생님이기에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겠지요.


선생님은 한 나라의 운명이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의 삶을 어떻게 만드는지 뼈저리게 느끼셨습니다일제강점기한국전쟁유신정권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변형시켜 갔는지 너무 잘 아셨지요그래서 전쟁을 반대했고다시 태어나고 싶어도 폭군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면 환생하는 것은 그만둘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작품이 재단되던 시절이었습니다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 수 없던 시절이었지요그래도 선생님은 늘 용기를 내셨습니다북녘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고우리 겨레의 아이들이 있다고좌우 이념을 떠나 굶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먹을 것을 주어야 한다고 하셨지요언젠가 선생님의 동화를 그곳에 있는 아이들도 읽을 수 있기를 바라셨고요불가능할 것 같았던 선생님의 바람이 곧 이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얼마 전남과 북이 화해를 선언하고평화를 위해서 함께 모색하기로 약속을 했으니까요이제 곧 북녘의 아이들도 <몽실 언니>, <초가삼간이 있던 마을>, <점득이네>를 읽고한국전쟁이 준 아픔에 공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간 우리 민족의 삶을 이해하게 될 날이 오겠지요.


어쩌면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도 북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읽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그러면 그들도 <무명 저고리와 엄마>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을 때선생님이 떠올리신 많은 분들의 이름을 보면서 저처럼 엉엉 울게 될까요? ‘재봉기 가게에서 일할 때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함께 읽었던 친구 기훈이다시 교회에 나가라며 찬송가와 성경책을 건네고 윤락가로 간 고아 출신 명자거지 생활을 할 때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깡통에 밥을 꾹꾹 눌러 주던 아주머니뱃삯이 없을 때 그냥 강을 건너게 해주던 뱃사공 할아버지함께 결핵약을 타러 다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식모살이 도중 폐병쟁이라며 쫓겨 온 성애석탄가루를 마시던 철도기관사의 조수로 있다가 돌아온 태호산판에서 일하다 온 청수기덕이옥이성란이...’ 모두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들인데그들의 모습이 가슴에 박혀서 엉엉 운 저처럼 말이에요생애 가장 큰 기쁨 속에서 선생님이 떠올린 친구들의 이름을 읽으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이 모두가 작가 권정생을 만든 사람이구나...라고요.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을 읽으며선생님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친구들시련들아픔들사랑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다시 태어나면 연애를 하고 싶다고 쓴 선생님의 유언장도 이해할 수 있었지요선생님의 삶을 복원해준 이충렬 작가에게 참 감사했습니다더불어 작가의 인터뷰에 응해준 지인들에게도 감사했어요그 분들이 아니었다면 선생님을 이토록 가까이 만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이제 이틀 후면 선생님이 하늘나라에서 맞이하는 열한번째 생일입니다. 선생님 숨결이 깃든 빌뱅이 언덕에서는 선생님의 친구들이 모여 아름다운 사람이었던 권정생을 기억하겠지요지상의 친구들이 선생님의 이름을 부를 때 하늘에 있는 친구들과 반갑게 손 흔들어 주세요선생님이 키우던 염소와 토끼그리고 얼어 죽을까봐 곁을 내주며 함께 지냈던 생쥐에게도 안부 전해주시고요그리고 그곳에서 정호경 신부님과 함께 기도해주세요선생님이 바라셨던 것처럼 제발 그만 싸우고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해달라고요중동아프리카그리고 티베트 아이들... 특별히 시리아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에요


그 곳에서도 이 땅에 평화가 내리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동화를 쓰고기도하는 마음으로 종을 치고 계실 선생님을 그려봅니다.



2018년 5월 15일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을 읽고독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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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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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詩心)이란게 이런거구나... 두 분의 편지를 읽으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손편지 책도 기대가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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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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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현실이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나에게는 일곱 살 난 아들과 이제 막 돌이 지난 딸이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이런 상상을 해본다. 어느 날, 남편이 정리해고를 당하고, 내가 그 충격과 생활고에 휩싸여 베란다에서 뛰어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삶을 등진 후 1년 뒤쯤 내 남편도 스스로 삶의 끈을 놓아버린다면...? 남겨진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그 아이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이런 상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상상을 해 보는 것은 이 끔찍한 일이 <의자놀이>에서 만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이 겪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트위터에서 <의자놀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나는 내가 이 책을 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책은 공지영 작가가 쓴 작품이었고, <도가니>처럼 사실에 근거하는 글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난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를 읽지 못했다.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고, 책을 구입할 여력이 없어서도 아니고, 공지영 작가를 싫어해서도 아니었다. 이유는 단 하나, 그 책을 읽으면 내가 앓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청각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있고, 나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수화를 배웠었다. <도가니>의 책장을 넘기는 순간 그 일은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될 테고, 그 일은 나를 괴롭힐게 뻔했다. 나는 아픔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외면이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의자놀이>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진실을 알게 된대도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며, 또 아파하는데 며칠을 쓸게 뻔했다. 그래서 그 책을 읽지 않을 책으로 분류해 버렸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 책의 인세와 판매수익금이 모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기부 된다는 글을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사기만 해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움직였다. 이 책을 사면 세상에 빚을 지고 사는 느낌, ‘무임 승차자로 사는 느낌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실 좀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길래 작가가 인세를 모두 기부하는 건지, 쌍용자동차 이야기라는데 왜 제목이 <의자놀이>인지... 나는 어쩔 수 없이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했다.

 

다음 날, 책을 읽으며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것은 누군가의 삶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는 진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부끄러움의 충격, 삶을 견디고 있거나 견디다 못해 죽음으로 뛰어든 사람들이 전한 슬픔의 충격,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저들의 폭행에 대한 분노의 충격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전에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나는 <의자놀이>가 던진 괴로운 진실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밤 새 잠을 설쳤다.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머리에는 <의자놀이>라는 말풍선이 떠다녔다. 진실과 마주하는 일은 이렇듯 괴로운 일이었다. 나는 이 괴로움을, 아픔을, 충격을 덜어내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친구들에 <의자놀이>를 추천하는 글을 올리고, 지인들에게 <의자놀이>를 구입해서 읽으라!고 종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 책을 구입해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뿌리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의자놀이>를 알리는 것으로 나는 그 덫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진실의 괴로움을 나누어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내 괴로움이 조금 덜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여기 10명의 사람이 있고, 7개의 의자가 있다. 그리고 이 10명의 사람이 손을 잡고 빙빙 돌고 있는데 누군가 호루라기를 분다. 사람들은 일제히 의자를 차지하려고 상대방을 밀쳐내고 있다. 누군가는 의자에 앉고 누군가는 밀쳐진다. 의자에는 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고, 내쳐진 사람 속에서 나의 아빠, 나의 남편, 나의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순간 <의자놀이>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되어버린다. 비참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상상을 한다. 여기 10명의 사람이 있고, 7개의 의자가 있다. 그리고 이 10명의 사람이 손을 잡고 빙빙 돌고 있는데 누군가 호루라기를 분다. 사람들은 일제히 7개의 의자를 나란히 붙이고, 자기의 자리를 좁히고 모두가 함께 앉고 있다. 의자에는 함께라는 이름표가 걸려 있다.

 

, 당신은 어떤 상상을 하는 게 더 즐거운가? 나는, 그리고 당신은 어떤 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을까? 나는 믿고 싶다. 나와 당신과 우리는 모자라는 의자를 붙여 함께 앉기를 바라고 있다고. 그 바람이 현실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어한다고.

 

나는 이제 이런 상상을 한다. 다 함께 손을 잡고 빙글 빙글 돌고 있을 때, 누군가 의자 하나를 살짝 갖다 두는 모습을. 또 하나의 의자를 갖다 두기 위해서 이 책을 펼치는 당신의 모습을. 그리고 나는 믿는다. 이 상상이 현실이 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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