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투퀴디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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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많이 읽는데만 욕심이 많아 내가 2번 이상 읽은 책은 무척이나 드물다. 이미 한 번 읽은 터라 언제 다시 읽을 일이 있으랴 기약조차 할 수 없었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다시 읽게 된 유일한 이유는 오로지 천병희라는 이름 덕분이었다. 

애초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그리 녹녹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현대의 역사서처럼 독자들을 배려하여 개관을 한다던가하는 것은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리스 세계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쟁이 벌어져 그 진행을 따라가기도 버겁다.  발음하기도 힘든 이름이 무수하게 쏟아지니 나중가면 이 전투에서 이긴 장군이 라케다이몬 인인지 아테네 인인지 헷갈릴 지경에 이른다.  

다시 읽는 걸 감안하더라도 이 녹녹치 않은 책을 이렇게 잘 읽을 수 있었던 건 역시나 훌륭한 번역덕분일게다.  과연 천병희 교수님의 역작답게 번역이 매끄러워 읽기가 정말 편했다. 과거에 같은 문장을 몇번을 반복해서 읽어도 이게 무슨말인지 이해조차 안가던 번역본과 비교하면 마치 그야말로 천양지차.

서술자인 투퀴디데스는  아테네인이 뿐더러 임피폴리스 전투에서는 장군으로 일군을 지휘하기도 했다. 결국 전투에서 패하여 아테네가 몰락하기까지 조국에서 추방당하는 비운을 겪어야 했던 투퀴디데스. 그 자신이 등장인물이었던 이 전쟁과 조국의 몰락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품었는지 직접적인 술회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로마인 이야기에서 시오노 나나미가 언급한 바와 같이 그 철저히 객관적인 서술 가운데서도 그가 품은 비분강개가 배어나오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대 패르시아 제국을 패퇴시키고 그리스 세계의 패권을 잡아 '제국'이라고까지 불리우던 아테네가 결국 패배하여 라케다이몬에 종속당하는 굴욕을 겪게 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나라의 운명을 건 전쟁에서 나라를 승리로 이끌 지도자가 아니라 당장 구미에  당기는 공약을 해대는 자를 지도자로 뽑은 어리석은 대중들. 라케다이몬과 펠레폰네소스 동맹이라는 거대한 적을 나두고 그에 못지 않은 시칠리아 원정을 계획한 어리석은 과욕. 자신들이 억압하고 종속시켰던 동맹국들의 이반. 결국 아테네 제국을 무너뜨린 원흉은 제국을 건설한 아테네인 자신이었다.  

고대 역사책의 백미로 뽑히는 투키디데서의 위대한 역작을, 훌륭한 번역으로 재창작해낸 천병희 교수. 그 덕분에 이 훌륭한 고전을 너무나 즐겁게, 또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 다음에는 어떤 멋진 작품을 번역하여 주실지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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