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세트 - 전5권
막스 갈로 지음, 임헌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백마에 올라타서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다비드가 그린 유명한 대관식 장면. 그것외에는 나폴레옹에  관하여 어느하나 제대로 아는것이 없었으면서도 그동안 착각에 빠져있었다. 나는 저사람 굉장히 잘 안다고. 문득 어느 포스트에서 나폴레옹만큼 유명하지만 그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이가 없다는 글을 보고서야 그 사실을 깨닫게되었다. 

국내에 발간된 책 중에선 나폴레옹의 모습을 가장 생생하고 충실하게 묘사했다는 막스 갈로의 나폴레옹. 3인칭 서술이나 나폴레옹의 시점에서 그의 서간, 독백을 위주로 묘사되기에 사실상 나폴레옹 1인칭 서술과 가깝다. 덕분에 나폴레옹과 대화를 나누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의 훌륭한 점은 '위인'으로서의 나폴레옹 뿐 아니라 '인간' 나폴레옹까지 여과없이 보여주는데 있다. 약관의 나이부터 나폴레옹은 결코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았고 늘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살았다. 고난이 닥쳐오면 굴하기보단 적극적으로 맞써기를 택했다. 비록 코르시카 촌동네 귀족의 아들에 불과했지만 신분의 벽을 허물어버린 대혁명은 누구보다 훌륭한 자질을 가진 그를 혁명의 총아로 만들어주었다. 약관시절의 나폴레옹은 비슷한 나이대의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부모에게 의지하여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나와 비교하면 노력과 의지로 옥좌로 가는길을 스스로 만들어낸 그는 얼마나 다른 인물인가.  

이탈리아에서의 승리, 이집트 원정, 파리의 소요 진압을 통해 수십명 장군 중 하나였던 나폴레옹은 통령의 자리에 오르고 마침내는 프랑스 시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황제위에 오른다. 전장의 천재 앞에 전유럽은 무릎을 꿇고 나폴레옹은 황제들의 왕이된다. 코르시카의 위대한 독수리는 저하늘 위의 태양에 까지 이를 듯하다.  

절정은 또한 하강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너무 높은 곳에까지 오른 그는 어느덧 독선과 아집의 늪에 사로잡힌다. 혁명의 아들인 그가 황제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지독한 역설이다. 그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용납하지 않고, 그를 해방자로 맞이했던 유럽 제국가의 민중들에게 새로운 압제자로 등장한 나폴레옹. 그를 열렬히 환영했던 프랑스는 전쟁에 지쳐간다. 왕들의 황제로서, 전장의 황제로써 적의 시신에서는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고 하던 나폴레옹 그자신이 전쟁에 지쳐간다. 나폴레옹의 형제자매들, 그의 용맹스러운 장군들은 부패와 향락에 빠져간다. 가장 충성스러운 장군들은 하나둘 포화속에 사라져간다. 마침내 그의 대육군은 러시아의 눈보라아래 흔적도 없이 소멸한다. 그의 시대의 종말이다. 

오르는 것은 멈출 수 있어도 떨어지는 것은 멈출수 없다. 러시아 원정이후의 나폴레옹의 모습은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지친 심신에 판단력 마저 흐려가고 불신과 아집에 사로잡힌 그의 곁을 모두가 떠나간다. 유럽의 배신을 규탄하고, 자신의 패배를 배신자들의 탓으로 돌리지만 그 모두가 변명에 불과하다. 결국 모든것은 그의 탓이다. 100일 천하 이후 세인트 헬레나에서 죽음에 이르는 그의 모습은 영웅은 커녕 병들고 불평많은 노인네의 쓸쓸한 종말에 불과했다. 

 코르시카 촌뜨기에서 혁명의 총아, 왕들의 황제, 유럽의 주인이었던 그가 세인트 헬레나에서 병고에 시달리다 쓸쓸한 최후를 맞이할 때까지. 그의 영광과 급작스런 성쇠에 쓰산함까지 느꼈다. 이 위대한 영웅에게는 그러한 결말밖에 없었을까. 코르시카의 식인귀, 프랑스 압제자가 아니라 자유와 민족의 투사, 프랑스의 위대한 장군으로 남는길은 없었을까. 

위대한 영웅이자 한낱 인간에 불과했던 나폴레옹의 상반된 모습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낸 대작을 읽었다. 나는 이제 나폴레옹의 가장 위대한 순간뿐 아니라 가장 영락한 모습마저도 알게됐다. 이제 다비드의 그림을 보면서도 그림에 박힌 죽은 이미지가 아니라  혈관에 피가 흐르는 생생히 살아있는 인간으로써 나폴레옹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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