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본을 찾아서 2 이산의 책 41
마리우스 B. 잰슨 지음, 김우영.강인황.허형주.이정 옮김 / 이산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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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화에 대한 관심이 일본역사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내가 궁금했던 에도시대부터 현대일본에 이르는 역사책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대부분이 일본의 전국시대나 메이지유신 직전의 격동기를 다루는 책일 뿐. 특히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를 읽고 나서 료마 사후 일본은 어떤 길을 가게 되었는지 관심은 더욱 커졌지만 제대로 된 관련 서적을 찾을 수 없어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최근에 발견한 잰슨의 책은 나의 궁금중과 호기심에 딱맞는 맞춤형 책이었다.   

일본인 작가가 아니라 미국인 작가라는 점에서 전문성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기우였다. 풍부한 예시와 날카로운 분석은 일본인이 쓴 역사서 이상이다. 더욱이 외국인이 쓴 일본역사서이기에 3자적 시각에서 객관적인 서술이라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관심을 가지고 본 분야인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잰슨은 일방적으로 일본편을 든다던가, 피해국인 한국의 입장만 대변하거나 하지않고 시종일관 객관적 시선을 유지한다.(임진왜란 부분은 좀 에러였지만)  

메이지 유신이라는 개벽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일본에는 유신의 기반이 조성되어 있었다. 막번제와 참근교대제는 일본 상, 공업에 지대한 공헌을 했고, 무를 숭상하는 사무라이 문화는 평화기에 문약한 국가로 변질되 버리는 것을 방지했다. 우리나라 국사책에서는 조선통신사만 오면 좋아라 환장하는 원숭이들 정도로 묘사되어 있던 에도일본. 그러나 상, 공업은 조선보다 훨씬 활발했고 제한적이나마 서양과의 교류가 이어져 서양의 사정과 문물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양반중심의 유교문화 일변도로 치우쳤던 조선시대와 달리, 다양한 서민문화가 꽃피었던 점도 그네들의 강점이었다. 

이러한 풍토가 조성되어 있다하더라도 결국 에도막부시대의 일본이나 조선은 오십보, 백보상태. 그러나 서양문물에 대한 가감한 수용과 체제개혁이 승부를 갈라놓았다. 나 또한 서양과 동양에는 하늘과 땅차이의 격차가 있었고, 일본이 19c말에 열강의 자리에 오른 것이 기적과 같은 일이라는 신화를 신봉하고 있었던 듯 하다. 메이지 시대의 지도자들은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벌어진 것은 최근의 일이고, 문물과 제도만 개혁하면 충분히 일본도 열강이 될 수 있다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고 마침내 세계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본제국이 탄생했다. 이 대목을 읽고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지도자들도 조금만 더 열린 시각을 가지고, 가감히 구체제를 개혁하고 서양문물을 받아들였으면 지금 우리나라 역사는 또 어땠을까? 

그러나 청일, 러일 전쟁의 승리는 일본을 침략과 야만의 길로 이끌었다. 군국주의라는 콩깍지가 씌인 일본의 군인, 정치가들은 자신감에 넘쳤고, 그네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루었던 모든것은 히로시마 원자폭탄과 함께 잿더미가 되고말았다.  폐허가 된 일본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채 메이지유신 이전의 변방국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민족최대의 비극 6. 25는 일본에 부흥의 기회를 주었고, 평화헌법은 되려 일본에 국방비 절감이라는 기회를 주었다. 일본은 잿더미 속에서 화려하게 부활해 지금의 세계 제 2의 경제 대국의 자리에 오른다. 

잰슨의 저작을 통해 일본 전국시대나 메이지 유신 여명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에서 벗어나 일본의 근, 현대사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왜 일본은 성공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호기심을 풀 수 있던 점이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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