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아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3
기 드 모파상 지음, 송덕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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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이 쓴 시칠리아 여행기 해제를 읽다 벨아미를 알게 됐다. 모파상 작품이라고 해봐야 목걸이 같은 단편 정도 밖에 몰랐기에 큰 기대는 않고 있었다. 

잘생긴 남자가 차례차례 여자를 바꿔가며 성공하는 얘기. 줄거리 자체는 일본만화 혹은 통속 드라마 단골의 원형이라 할만하다. 현대 독자들에게는 자칫 식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재미있다. 정말 재미있다. 누가 물으면 모파상이 쓴 고전 소설 읽었다고 잘난척 할 수 도 있는데다 재미있기 까지 하니 이게 어디인가. 

설마하니 '모파상'인데 마냥 재미있으라고 소설을 썼으랴. 늙은 시인의 조언, 샤를의 죽음은 어떤 여자라도 정복해내는 벨아미라도 결국은 죽음 앞에는 무릎 꿇게 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당대 최고의 권세를 누리던 장관이 간통으로 훅 가버리는 걸 보면, 제아무리 뒤루아가 높은 위치에 오른 듯 그 역시도 언제 그리 될지 모를 일.  

적과 흑의 쥘리앙 소렐은 그나마 여자 하나 변변히 못후리고 명을 달리하건만, 그에 비하면 뒤루아 씨는 온갖 미녀를 섭렵하면서도 천하를 누리니 죽은 소렐이 땅을 치고 환장할 노릇이겠다. 고전은 지금에와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기에 고전이랬다. 읽은 이들은 분명히 느낄게다. 100년이 지난 지금, 지구 반대편 이곳 대한민국에도 파리 사교판이 펼쳐져지고, 곳곳에 남자, 여자 뒤루아가 암약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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