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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평점 :
이미 지난 대학시절에 한 번 잡았던 책이다. 초반부를 읽다 무수한 등장인물 이름 외우기 싫다고 집어던져버렸지만. 훈련소 시절 40km 야간행군. 시원한 밤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생각할 자유'를 만끽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 책이 떠올랐다.
고교생들의 보행제를 보며 가장 먼저 밤의 산책의 그 멋진 느낌이 떠오른다. 밤에 걷는 것을 좋아한다. 가슴까지 써늘하게 해주는 시원한 밤공기. 컴퓨터에 찌든 머리에 밤공기가 생명을 불어넣는다. 하늘에 뜬 초승달은 어떤 아가씨 보다도 매력적이다. 조용한 거리를 걷다보면 절로 머리속에는 온갖 상념이 떠오른다. 낮 동안에 골치를 썩였던 문제도 이 밤의 산책동안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훈련소 때도 그랬다. 몸은 죽을 듯이 피곤했지만, 오랜만에 마신 밤공기가 너무 좋았다.
고교생 친구들과 마음에 담았던 얘기를 마음껏 풀어놓고, 사랑을 엮어가는 얘기들은 아... 너무도 상큼하다. '난 청춘을 낭비했어' 아니다. 토오루. 칙칙한고 죽은 고교생활을 보낸 나에 비한다면...
군대에서 제법 많은 책을 읽었다. 그러나, 일과에 쫓기고, 옆에서는 쉴새 없이 대중가요가 울리는 통에 제대로 읽은 책이라고 한다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밤의 산책은 내가 군대와서 진짜 읽은 첫번째 책이었다. 적어도 밤의 산책을 읽는 몇 시간동안 아직은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