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철학사 - 상 - 고대와 중세 서양 철학사 - 상
요한네스 힐쉬베르거 지음, 강성위 옮김 / 이문출판사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학책을 주로 읽는 다고 뻐기고 다니지만, 실은 그 기반이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과목에서 배운 것으로 얕은 주춧돌을 박고, 거기에 어설픈 원전 읽기로 부러질 듯 아슬아슬한 얇은 기둥을 세운 것이 다였다. 제대로 된 개론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늘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도 최근에 '개념 - 뿌리'라는 양서를 통해 두리뭉실한 철학의 개념들을 재 정립하는 기회를 가졌었다. 거기에 자극을 받아 철학사도 새로이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서양철학사를 구입했다.

 스를 기다리노라 읽고 있으면 사람들이 다 한 번씩 쳐다보고 가는 그 어마어마한 두께, 들고 읽자면 팔이 저려오는 그 무게. 두툼한데다 결코 쉽지않은 서양철학사를 읽는 것은 고통스럽기 까지했다. 정작 다 읽었으니 서양 철학의 요체를 알겠냐고 물으면 그렇지도 못하다. 무수한 철학자들을 접하다보면 어느새 앞서의 철학사조는 잊어버리기 일수다.

그렇다면 알랑한 지식욕으로 삽질한 거냐면 그렇지도 않다. 요체는 커녕 뭘 읽어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건만, 끊어질 듯 가느다란 맥락만은 건졌다. 내가 잘 몰랐던 철학자, 사조들을 무수히 발견했고(소크라테스 이전, 신플라톤주의, 교부철학, 스콜라철학, 근대 철학), 내가 잘 알았다고 생각했던 철학자들이 거시적 안목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고, 전체적인 조망은 어떠했는지를 배웠다.

 무리 내용이 좋고 많다지만 이 책 한권으로 철학사조를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대단한 착각일거다. 형이상학, 관념론, 독일철학에는 무한한 애정을 보이지만, 유물론, 실재론, 경험론, 영국철학에는 불공평한 잣대를 들이대는 저자의 편견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전처럼 어설프게 소경 길 가듯 원전을 수백권 읽는 것보다, 이 책 한권에서 훨씬 많은 것을 건졌다고는 말 할 수는 있다. 새로운 철학자의 원전을 찾아 읽고 싶다는 욕구보다, 이 서양철학사를 몇번이고 다시 읽고 깊게 이해하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가기 싫으나 꼭 가야 하는 그곳'에 가더라도 이 책만은 꼭 가지고 가서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다. 해서 다시 철학 원전으로 돌아오면 나는 무엇을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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