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1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류필하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게 그렇겠지만, 내가 전쟁과 평화를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초등학생 무렵 세계 전집 중 일부였던 전쟁과 평화를 접했었다. 다만, 그 때의 전쟁과 평화는 고작 200P 안팎에 억지로 밟아 넣은 창작본(?)이었지만. 그것도 지겨워 집어 던지고 말았던 듯하다. 그리고 안나 카레리나를 읽은 것을 계기로 전쟁과 평화를 2번째 접했다. 이 번에는 당시의 산만한 독서 습관으로 또 실패. 그리고 겨울 방학을 맞아 3번째 전쟁과 평화를 마주했다.

  훈적, 작위적이라고 비판받을 정도로 톨스토이의 소설에는, 낯 뜨거울 정도로 기독교의 자비, 사랑, 구원에 대한 얘기가 들어있다. 일견 거기서 어떤 거룩한 것을 엿보기도 하지만, 나 또한 그 비판에는 공감해 다소나마 역겨움마저 느꼈다.

'원본 번역' 이라는 이룸사판은 그 '역겨운 교훈'이 삽입되기 전의 초고를 번역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이 판본은 어떤 교훈이니, 작위적 감동보다는 문학작품 그 자체를 즐긴다는 느낌이었다.

 '쟁과 평화'는 특별히 극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기막힌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19C초 나폴레옹 전쟁 및 러시아 사회의 분위기를 너무도 생생하게 묘사 해 놓은 것이 좋았다. 아우슈츠터리츠, 보르디노등에서 벌어진 격전 묘사는 정말 리얼했다. 기병의 돌격, 산탄에  부상당한 병사들, 혼란스러운 퇴각등. 사실감 넘치는 전쟁 묘사를 읽는 동안은 숨쉬는 것도 잊어버렸다.

 리버 트위스트, 그리고 자본론에서 묘사되듯 19C 노동자는 지옥같은 삶을 살았다. 더욱이 후진적인 러시아 농촌의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생을 근근히 이어갔다. 그러나 19C에는 그와 대비되는 화려하고 낭만적인 귀족의 세계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이 비참했던 것을 잘 알면서도, 뒤마, 위고, 발작, 톨스토이(그리고 만화책 '엠마'에서)가 묘사하는 귀족사회의 분위기는 내게 잠시동안의 꿈을 꾸게 했다. 정열적인 사랑, 무도회, 결투, 혈기에 저지르는 무모한 짓들, 사치. 저기서 낭만과 매력을 느끼는 나는 역시 어른이 덜 된 걸까, 덜 배운 탓일까?

   '대작' 소리가 붙을 만큼 긴 분량의 책이었지만, 러시아식 긴 이름에 익숙해진 후에는 정말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이틀 만에 마지막 장을 덮는다. 뭔가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다. 톨스토이의 사상, 교훈을 다 제하고 보니 남는 것은 찬란하게 울려퍼지는 1812년 서곡의 반주 아래 시대 착오적인 민족주의 뿐. '알렉산드로 황제 만세! 위대한 러시아의 만만세!' 정도? 과연 '완성본'은 어떤 결말이었을까? 기회가 되면 톨스토이가 윤색했다는 그 완본도 비교해 읽어봐야 겠다. 이걸로 '부활' '안나 카레리나' '전쟁과 평화'까지 톨스토이의 장편은 모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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