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뿌리들 1 - 개념사 1
이정우 지음 / 철학아카데미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 까지의 주요 철학자들의 원전이 그득한 내 서가를 보면 절로 행복하다. 쥐꼬리 만큼도 잘난 것은 없지만, 저 책을 한 번 이상 읽어 본 게 내 몇 안되는 자랑 거리 중 하나다. 누군가에게 이런 자랑을 하자 반문한다. '그런가요, 그럼 xxx의 철학에 대해서 제게 설명해 주실래요?' 식은 땀이 흐른다. 할 말이 없다. 머뭇 거리다가 얼굴이 붉어지고 결국은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읽었다면서 왜 그럴까? '나는 저 대단한 책을 읽어보았다!' 라는 허영심 충족만을 위한 얇팍한 독서를 해온 것이 가장 큰 이유겠다.  2000년에 걸친 사유의 흐름을 이해할  탄탄한 철학 전공 기반이 없는 게 또 다른 이유랄까. 그런 상태에서 원전을 아무리 읽어봐야 언제 허무러 질지 모르는 사상 누각을 쌓는 허망한 일일 밖에.

  '개념 - 뿌리들' 나와 같은 기초 체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어느 원전에나 꼭 등장했지만, 그 뜻을 명확이 알 수 없던 철학적 개념들. 그 알송달송한 철학적 개념들을 철학사적, 어원적으로 고찰해 분설해 주니 속이 다 후련해지고, 머리를 탁 치며 '이게 그 뜻이었구나!' 라고 감탄한다. 철학자, 철학 사조들의 의의를 집어주며, 새로운 철학자들 접하도록 자극받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읽기 어렵다지만, 철학 원전에 비하다면야, 다채로운 예들과 친근한 대화체로 구성된 이 책은 양반 중의 상양반이다.

   적 허영심으로 말미암은 내 얇팍한 철학 원전 읽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듯 하다. 그러나 전과 같은 사상 누각을 짓고 싶지는 않다. 수 십년 이 지나도록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건물을 짓고 싶다. 그를 위한  개념 - 뿌리들과 같은 초석들이 있어 준다면, 내 수고는 결코  밥 한 술 안나오는 지적 허영의 발로로만 그치지는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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