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휘두르며 8
히구치 아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구 소재 만화는 숱하게 찾아 볼 수 있지만, 내 경우 아다치 미츠루의 'H2' 와 '터치'를 본 것이 전부다. 대게 권 수가 많은 게 보통이라 보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스포츠와 담을 쌓은 까닭에 흥미도 없는 탓이다.  크게 휘두르며 역시 내 까탈스러운 선구안에 한 번 걸려 버린 공이었다. 다시 받아 칠 생각을 한 것은 순전히 변덕 탓이다.
 

  정도로 만화책 주어 읽으면, 그림체나 내용만 봐도 작가의 성별이 짐작이 간다. 얇은 펜선이나, 웬지 야오이필 나는 관계는 전형적인 여성 작가의 특색이다만 야구 만화라 설마 설마했는데 역시였다. 크게 휘두르며는, 대게 남자가 많이 그리는 소년만화, 그것도 야구 만화를 여성 작가가 그린 조금은 독특한 만화다.(사실 내게는 '독특'이 아니라 '많이 특이'하지만 의외로 일본에는 여성 작가가 그린 스포츠물이 많다고) 작품 내에서도  전례를 깨고 니시우라 고교의 감독은 모모에 마리아라는 여성이 맡는다. 아마도 작가 자신의 분신이 아닐까 한다. 

여성 작가가 그린 그림체는 매우 세밀하지만, 반대로 윤곽이 불명확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크게 휘두르며도 선이 매우 가늘어,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을 알아보기가 쉽지가 않다.

작가 히구치 아사는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덕분에 크게 휘두르며는 '이게 만화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문적이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입장이니, 온통 모르는 용어만 줄줄 나열되는 크게 흐르며는 전공서 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졌다.

 

  그, 러, 나, 그렇게 단점 투성이 만화라면 무엇하러 굳이 리뷰를 써가며 시간을 낭비했겠는가.  크게 휘두르며는 다른 야구만화와(그래봐야 아다치)는 다른  색다른 맛을 느껴 볼 수 가 있으며, 무엇보다 정말 정말 재미있다!

아다치 야구만화의(똑같이 생긴) 주인공 투수들에 비하면, 크게 휘두르며의 미하시 렌은 찌질이 못난이다.  지극히 소심한 나 보다도 소심해, 모르는 사람과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시속 150km 짜리 직구를 휙휙 던지는 히로에 비하면야, 100km 넘는 공을 던지는 렌은 얘깃거리도 안된다.  그러나 이 찌질한 주인공은 한 가지 점 만큼은 결코 아다치 만화 주인공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야구를 좋아한다는 점! 렌은 그 열정 만으로 노력해 느려터진 공을 마구로 승화시켜 버린다. 

이사장 할아버지 빽 탓에 팀원들에게 미움 싸는 것에 익숙했던 렌이지만, 니시우라 고교 야구팀의 멤버들과 소통하며 점점 자신감을 찾게 된다. 특히 포수 아베와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는 모습들에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여기에 야오이필이 나는 지라, 관련 동인지도 매우 많다고 들었다.) 렌처럼 순진하고 쾌활한 4번 타자 다지마와의 우정도 좋은 느낌이다.

큰 틀에서 경기를 보는 아다치 류 야구만화에 비하면, 크게 휘두르며는 느림보 거북이다. 아다치가, 극단적인 경우 단 1컷만으로 주인공에게 대회 우승을 안겨 주는 데 비하면, 1구, 1구 모두 분설하는 크게 휘두르며는 답답해 복장이 터질지경이다. 앞에서 말했지만, 나처럼 야구에 취미를 못 붙이면 어렵기도 하고.  하지만, 익숙해지면 단점이던 것이 장점으로 변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지루하기는 커녕 데스노트 뺨치는 심리전에 손에 땀을 쥐며 보게 된다. 

8권에서는 드디어 니시우라 고교가 도세이 고교의 경기가 결착이 난다.(결과는 네타이므로 생략) 경기내내 4번다운 활약을 하지 못했던 다지마의 막판 대활약, 아베를 믿고 끝까지 공을 던진 렌이 특히 멋졌다. 

 

  구 만화가 선사하는 최고의 즐거움은 우정과 열정이다. 처음에는 삐걱거리던 팀 원들끼리 신뢰하게 되는 것을 보고, 최고의 쾌감을 맛보는 모모에 감독처럼(표현이 이상하지만, 만화에서는 오르가즘이라도 느끼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나에게도 이들의 닭살 돋는 우정은 정말 뭉클했다.  이미 꿈에서 멀어졌더라도, 최선을 다해 몸을 던지는  렌들을 보면 꺼졌던 가슴에 다시 불을 지피며 꿈을 다시끔 떠올려 보곤한다. 

 
크게 휘두르며를 읽어 보라. 찌질한 렌 덕분에 한 없이 웃을테고, 니시우라 고교원들의 우정과 열정에 감동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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