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랄 프로젝트 월광 4 - 완결
Marginal 지음, 타케야 슈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만화책을 고르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요즘에는 대여점에서 인상깊은 그림체, 제목의 만화를 찾아 본 후 인터넷 서점에서 리뷰를 찾아보거나, 반대로 양질의 리뷰를 쓰는 리뷰어가 추천한 만화책을 골라 보거나 한다. 월광은 굳이 따지자면 후자의 방법으로 읽게되었지만, 인터넷 서점 리뷰어가 아니라 네이버 메인에 뜬 고로 읽게 된 것이 독특했다. 사실 그 전에도 이 만화책의 존재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다만 '월광'이라는 제목을 보고 베토벤 소나타 제목을 어설프게 차용한 범작 정도로 치부하고 넘겨 버렸지만. 

  재미있는 만화책은 남들과 다른 개성적인 소재를 다룬다. 그런 점에서 아스트랄 프로젝트는 만점을 줘도 모자라다. '유체이탈'이라는, 왠지 수상쩍은 냄새가 풀풀 풍기는 것으로 여겨지기만 하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으니. 누나의 유품인 알버트 아일러의 cd를 듣고, 마사히코가 유체 이탈 시작하며 겪는 경험들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 다니거나, 벽을 통과해 버리거나, 마음만 먹으면 눈 깜짝할 새에 천리 밖까지도 이동할 수 있다. 그걸 보며 '나도 저런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해 보았다. 더럽고 답답한  인간세계로 부터 탈출하는 용도로 유체 이탈하는 짐파노나 미사에게도 공감했기에 더더욱.

누나의 죽음의 비밀을 알기 위해 , 혹은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유체이탈을  즐기는 미사히코지만 그 외에도다른 유체들을 만나게 된다. 나중에는 '아스트랄 프로젝트'라는 일련의 계획이 있다는 것도. 유체에도 급이 있어 '더 높은 존재'가 있다는 것, 누나의 죽음 및 유체 이탈에는 초 강대국 미국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수수께끼는 깊어만 간다. 

  월광에는 마사히코가 유체 이탈한 계기인 '프랜시스 아일런' 이라는 재즈 음악가와, '프랜시스 베이컨' 이라는 전위 화가가 등장한다. 이름 마저 생소한 이 두 아티스트들은 월광을 더욱 흥미롭고, 자극적이게한다. 특히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은 '아스트랄한 월광'에 너무도 잘 어울렸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꽤 유명해 쉽게 찾아 볼 수 있었지만, 프랜시스 아일런의 음악은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왜 주인공들은 유체 이탈을 하게 된 것일까? 이형 유체인 '미끌이'와 '프랜시스 베이컨의 남자'의 입을 통해 그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복잡한 대화를 간추리면, '자본주의 체제 하에 착취당하고, 대중 미디어와 컴퓨터에 중독되어 자아를 상실했기 때문'. '미끌이'와 '남자'의 현대 사회 비판은 시사하는 점이 많았지만, 작품과 관련이 없는 부분까지 나아가 너무 오버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이런 수작이 고작 4권에서 결말이 나 버린 것은 너무도 아쉬운 일이다. 아직 상위 유체를 포함한, 유체 세계의 비밀은 조금도 들추지 않았고, 아스트랄 프로젝트를 둘러싼 음모와 갈등도 보다 흥미진진하게 꾸려갈 수 있었는데 말이다. 납득이 가는 형태의 결말이었지만, 왠지 흐지 부지 끝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장자에서 '소요유'라 하여, 자유로이 세상을 노니는 경지에 대해서 논하는데, 유체 이탈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숨막히는 한 세상 떠나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자유는 얼마나 상쾌한 것일까. 책을 덮고, 오랫동안 여러가지 상상에 잠겨 보았다. 월광은 그 자체로도 빼어난 만화였으며, 그이상으로 나에게 여러가지로 자극이 되었다. 월광을 읽어보고 새로운 세계가 있었고, 또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융의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이쯤되면 월광에는 '애들 보는 만화'라는 수식어를 부치는게 머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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