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의 작품성이 좋아 인기가 있으면 작품이 끝난 후 메이킹필름을 만들어 작품의 이해도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배리 로페즈의 인문 교양 호라이즌도 비슷한 예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책은 북극을 꿈꾸다로 시작하였는데 이 작품이 원 작품이라면 호라이즌은 메이킹필름에 속한달까? 게다가 북극을 꿈꾸다 이외의 다른 출간작들까지 포함한 도서여서 여행 에세이이지만 그의 자서전에 가깝다. 그럼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배리 로페즈의 호라이즌은 인류가 지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탐구하며, 개인적인 시각을 통해 대륙과 세기를 넘나드는 방대한 여정을 담고 있다. 그는 크게 여섯 지역, 즉 오리건의 케이프 폴웨더, 캐나다 북극의 엘즈미어 섬, 갈라파고스 제도, 케냐 리프트 밸리, 호주의 아웃백, 남극을 여행하며 얻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자연사, 인류학, 철학을 융합해 각 문화가 환경과 맺는 관계를 살피고, 환경 파괴로 인한 윤리적 도전을 숙고했다.

그는 인류의 공통된 운명을 성찰하며, 자연 세계와의 관계를 재구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도서는 생생한 풍경 묘사와 역사적 탐험가들에 대한 고찰, 그리고 저자의 개인적 경험을 교차시켜, 독자들에게 과거와 현재 사이의 깊은 대화를 했다. 이를 통해 독자는 미래를 형성하는 데 있어 자신의 역할을 되물었다. 이 과정에서 생물학적인 종의 특성,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같은 인간끼리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끊임없이 자신의 성찰을 말하며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글을 시작할 때 말한 것처럼 이 작품은 저자가 각각의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일과 느낀 점 거기에서 도출된 생각 끝에 나온 자신만의 철학을 유려한 문체로 나타낸 작품이다. 북극을 꿈꾸다 와 호라이즌을 정확하게 비유할 수 있는 대상이 영화와 메이킹필름이다. 영화는 대상을 향하여 카메라를 들이밀며, 메이킹필름은 스텝진과 일상적인 배우에게 카메라를 돌리는 행위이다. 그래서인지 전자는 주어가 자연 자체일 때가 많았으며 꼭 잘 닦인 아스팔드 길을 달리는 스포츠카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후자인 배리 로페즈의 인문 교양서인 호라이즌은 비포장도로를 산악 바이크가 지나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매끄럽지 않고 불편함이 있지만 그 속의 내용은 오히려 리얼리티가 느껴져 더 가슴 깊이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시려는 분이라면 그의 다른 작품을 한 권이라도 읽으시길 당부드린다.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다가오는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2024년 올해의 책 베스트 5로 뽑은 북극을 꿈꾸다도 좋지만 두께가 부담스럽다면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도 괜찮다. 이 도서도 영화 쪽에 속하니까.

이 도서는 인간의 호기심과 지구의 다양한 풍경을 목격하는 변혁적 힘에 대한 놀라운 증언이다.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기억과 관찰, 자연과 인간의 상호 의존성에 대한 성찰을 엮어낸다. 저자의 글은 자연의 웅장함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현대적 착취 앞에서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그가가 여러 관점을 생생히 담아낸 능력이다. 그가 언제나 하는 말인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통하여 말이다.

또한 그의 시적 표현을 통해 북극은 단순히 얼어붙은 광야가 아니라 생명과 역사, 영적 공명이 가득한 장소로 묘사한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다윈의 영감 그 이상으로, 진화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을 보여주는 섬세한 세계로 그려진다. 특히 진화 과정이 언제나 완벽으로 가지 않음과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이 당연하게 무쓸모하다는 오해에 관하여 지적하는 부분은 인상 깊었다. 그의 필력에서 언제나 알 수 있듯이 저자가 방문한 각 지역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인물처럼 묘사되어, 인류의 과거와 미래에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전한다.

서사는 깊이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작가는 탐험과 환경 보존에 내재된 윤리적 딜레마를 자주 성찰한다. 이런 철학적 깊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은 결코 지나치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풍부한 역사적 세부 사항과 친근한 일화를 균형 있게 담아내 독자에게 풍요로운 지성과 깊은 감동을 모두 전달하고 있다. 특히 환경 손실에 대한 절망과 동시에 회복과 재생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제시하는 그의 솔직한 고백은 매우 인상적이다.

책을 읽는 동안 가장 감동적이었던 점은 작가의 겸손함과 책임감이었다. 그는 자연을 경외와 이상의 존재로 국한하지 않고 자연의 시각에서 인간이 남긴 흔적과 상처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특히 자본주의의 흔적은 가슴이 아릴 정도였다. 인간의 탐험은 종종 파괴와 연결되지만 작가는 우리가 공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희망적인 시각은 독자에게 깊은 위로와 영감을 준다. 특히 환경이 점점 더 위기에 처하는 현시대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배리 로페즈의 인문 교양 여행 에세이 호라이즌은 도전적인 부분도 있다. 방대한 범위와 밀도 높은 문장은 독자들에게 인내심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라는 종족의 명찰을 달고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작가는 원주민 문화의 지혜, 역사의 교훈, 그리고 지구의 속삭임에 귀 기울일 것을 독려한다. 이 도서는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해야 할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지평선으로서의 자연이 아닌 그 경계를 넘어선 곳으로의 초대장이다.
#호라이즌
#배리로페즈
#북하우스
#인문교양
#여행에세이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