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자마자 보이는 세계지리 사전
이찬희 지음 / 보누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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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암기에는 젬병이어서 관련 과목들에 소홀했다. 그래서 수학, 물리, 화학은 재미있지만, 외워야 하는 역사, 지리, 지구 과학은 정말 싫어했다. 여행을 가지 않으면 굳이 지리를 왜 공부해야 하나 하는 심정으로 완전히 무시하고 지냈다. 그런데 경제 신문 공부를 시작하고, 문학 작품이나 기타 도서를 깊게 읽기 시작하면서 나의 무지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래서 초급 지리부터 시작해 보자는 마음에 보누스에서 출간한 청소년 인문교양서 이찬희의 읽자마자 보이는 세계지리 사전을 읽어보았다. 



지리의 힘 1권을 오래전에 읽었는데 그 책과 비교하면 상당히 쉬운 편에 속했다. 뭐랄까? 깊이보다 넓이를 염두에 둔 책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것 같다. 본문을 시작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부분을 전공서 총론처럼 앞으로 떼어 설명해 놓아 뒷부분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하였다. 이 부분에는 5대양 6대 주가 나뉘는 방법, 지도를 그리는 두 가지 방법, 날씨와 기후 그리고 기후를 구성하는 요소와 요인 및 과거의 분류법을 보완하여 새롭게 나온 독일의 기후학자 쾨펜의 이름을 딴 쾨펜의 기후 구분표도 실려 있다.



이후 지형을 생성하는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내적 요인에는 조산 운동, 조륙 운동, 화산 운동이 있으며 외적 요인에는 주로 태양열에너지로 발생된 바람, 비, 파도, 빙하, 암석 풍화 등으로 발생하는 침식, 운반, 퇴적, 풍화 등이 있다. 이를 조각에 비교하자면 투박하게 전체 모양을 잡는 것이 내적 요인이라면 세밀하게 하나하나 깎아서 매끈하게 조각상을 만드는 것을 외적 요인이라고 보면 된다. 다음으로 밤낮의 길이와 시차가 발생하는 이유까지 꼼꼼하게 설명한 후 본문으로 들어간다.



처음은 중국부터 시작하여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으로 넘어가는데 이 과정이 상당히 매끄럽게 흘러간다. 예를 들자면 중국의 마지막에 건조 기후 중 연간 강수량이 250~500mm 정도인 스텝 기후를 맨 마지막에 설명한다. 이곳은 연강수량이 적어 나무는 자라지 못하며 오로지 낮은 풀만 자란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이동식 집인 게르를 사용한다고 한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던 그들이었지만 점차 해당 지역의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사막화 현상이 더욱 커지고 있다로 마무리한다.



바로 일본으로 넘어오면서 이들의 1000년 수도는 교토였지만 자연이 주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하여 도쿄로 천도한 내용이 나온다. 이곳은 계절풍 덕분에 쌀이 잘 자랐다고 하며 쌀국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변환되어 베트남으로 눈이 넘어가게 한달까? 게다가 목차를 보면 아시겠지만 각 챕터의 제목이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아마 목차만으로도 내용이 궁금한 챕터가 상당히 많으리라 생각한다. 아시아에서 시작하여 유럽, 남북 아메리카, 아프리카 그리고 오세아니아와 극지방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면 지금부터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내용을 소개해 본다. 가장 먼저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나오는 내용 중 시차에 관련된 부분이다. 시차의 기준이 영국의 그리니치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또한 각국의 시간은 15도마다 한 시간씩 차이가 난다는 것도 글로벌 시대에 힘입어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을 무시하고 한 국가에 하나의 시간만 쓰는 나라가 있었다. 바로 중국. 그래서 그들은 같은 6시인데도 어디는 해가 뜨는 새벽이지만 어느 쪽은 아직 밤중인 곳도 있다.



다음으로 기본적으로 빙하가 녹아 매년 국토가 좁아지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인데 이를 깨고 매년 넓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아이슬란드이다. 이곳은 해령이 위치하고 있어 땅속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화산 활동으로 인하여 매년 조금씩 영토가 증가한다. 우크라이나에는 왜 흑토가 존재하는지, 이번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으로 인하여 러시아가 얻은 부동항 크림반도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또한 이렇게 무자비한 러시아였지만 국제 사회에서 제재를 확실하게 못한 이유도.



바다가 없는데 해군이 있는 나라 이야기에서는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짠함이 느껴졌다. 바로 볼리비아 이야기이다. 원래 볼리비아는 작은 부분이지만 태평양과 연결되어 있어서 해병이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라였다. 하지만 칠레와 태평양 전쟁을 하면서 이곳의 영토를 잃어 내륙 국가로 전락해 버렸다. 독재자 피노체트의 위대한 업적이랄까? 덕분에 볼리비아의 해군은 수도 라파스 주변의 큰 호수인 티티카카호에 기지를 세우고 훈련을 한다는 웃픈 소식이었다.



남미에는 이것보다 더 흥미로운 내용도 있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곳을 보유하였다는 것. 아타카마 사막 이야기이다. 남극과 가까워 해류가 한류여서 발생하는 건조함. 덕분에 이곳 사람들은 물을 상당히 독특한 방법으로 얻고 있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언제나처럼 가장 흥미롭고 가장 호기심이 발동하고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비밀이다. 책을 통해서 읽어보시길!!!(씨익~)



마지막으로 인상 깊어서 소개하고 싶은 내용은 아프리카가 둘로 쪼개진다는 챕터이다. 아프리카 동부에서 홍해 쪽으로 튀어나온 꽤 큰 부분이 분리되고 있다. 지구 내부의 판구조 운동 때문인데 아주 옛날 인도 대륙이 다른 곳에서 흘러 들어와 아시아에 붙은 것처럼 언젠가는 하나의 섬이 되든지 다른 곳에 붙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누스에서 출간한 청소년 인문교양서 읽자마자 보이는 세계지리 사전은 내용도 흥미로우면서 깊지 않아 처음 세계지리를 접하는 청소년이나 오랫동안 공부에 손을 놓았던 성인들이 보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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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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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의 작품성이 좋아 인기가 있으면 작품이 끝난 후 메이킹필름을 만들어 작품의 이해도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북하우스에서 출간한 배리 로페즈의 인문 교양 호라이즌도 비슷한 예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책은 북극을 꿈꾸다로 시작하였는데 이 작품이 원 작품이라면 호라이즌은 메이킹필름에 속한달까? 게다가 북극을 꿈꾸다 이외의 다른 출간작들까지 포함한 도서여서 여행 에세이이지만 그의 자서전에 가깝다. 그럼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배리 로페즈의 호라이즌은 인류가 지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탐구하며, 개인적인 시각을 통해 대륙과 세기를 넘나드는 방대한 여정을 담고 있다. 그는 크게 여섯 지역, 즉 오리건의 케이프 폴웨더, 캐나다 북극의 엘즈미어 섬, 갈라파고스 제도, 케냐 리프트 밸리, 호주의 아웃백, 남극을 여행하며 얻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자연사, 인류학, 철학을 융합해 각 문화가 환경과 맺는 관계를 살피고, 환경 파괴로 인한 윤리적 도전을 숙고했다.









그는 인류의 공통된 운명을 성찰하며, 자연 세계와의 관계를 재구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도서는 생생한 풍경 묘사와 역사적 탐험가들에 대한 고찰, 그리고 저자의 개인적 경험을 교차시켜, 독자들에게 과거와 현재 사이의 깊은 대화를 했다. 이를 통해 독자는 미래를 형성하는 데 있어 자신의 역할을 되물었다. 이 과정에서 생물학적인 종의 특성,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 같은 인간끼리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끊임없이 자신의 성찰을 말하며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글을 시작할 때 말한 것처럼 이 작품은 저자가 각각의 여행을 하면서 겪었던 일과 느낀 점 거기에서 도출된 생각 끝에 나온 자신만의 철학을 유려한 문체로 나타낸 작품이다. 북극을 꿈꾸다 와 호라이즌을 정확하게 비유할 수 있는 대상이 영화와 메이킹필름이다. 영화는 대상을 향하여 카메라를 들이밀며, 메이킹필름은 스텝진과 일상적인 배우에게 카메라를 돌리는 행위이다. 그래서인지 전자는 주어가 자연 자체일 때가 많았으며 꼭 잘 닦인 아스팔드 길을 달리는 스포츠카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후자인 배리 로페즈의 인문 교양서인 호라이즌은 비포장도로를 산악 바이크가 지나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매끄럽지 않고 불편함이 있지만 그 속의 내용은 오히려 리얼리티가 느껴져 더 가슴 깊이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시려는 분이라면 그의 다른 작품을 한 권이라도 읽으시길 당부드린다.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다가오는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2024년 올해의 책 베스트 5로 뽑은 북극을 꿈꾸다도 좋지만 두께가 부담스럽다면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도 괜찮다. 이 도서도 영화 쪽에 속하니까.









이 도서는 인간의 호기심과 지구의 다양한 풍경을 목격하는 변혁적 힘에 대한 놀라운 증언이다. 단순한 여행기를 넘어, 기억과 관찰, 자연과 인간의 상호 의존성에 대한 성찰을 엮어낸다. 저자의 글은 자연의 웅장함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현대적 착취 앞에서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그가가 여러 관점을 생생히 담아낸 능력이다. 그가 언제나 하는 말인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통하여 말이다.








또한 그의 시적 표현을 통해 북극은 단순히 얼어붙은 광야가 아니라 생명과 역사, 영적 공명이 가득한 장소로 묘사한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다윈의 영감 그 이상으로, 진화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을 보여주는 섬세한 세계로 그려진다. 특히 진화 과정이 언제나 완벽으로 가지 않음과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이 당연하게 무쓸모하다는 오해에 관하여 지적하는 부분은 인상 깊었다. 그의 필력에서 언제나 알 수 있듯이 저자가 방문한 각 지역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인물처럼 묘사되어, 인류의 과거와 미래에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전한다.








서사는 깊이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작가는 탐험과 환경 보존에 내재된 윤리적 딜레마를 자주 성찰한다. 이런 철학적 깊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은 결코 지나치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풍부한 역사적 세부 사항과 친근한 일화를 균형 있게 담아내 독자에게 풍요로운 지성과 깊은 감동을 모두 전달하고 있다. 특히 환경 손실에 대한 절망과 동시에 회복과 재생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제시하는 그의 솔직한 고백은 매우 인상적이다. 








책을 읽는 동안 가장 감동적이었던 점은 작가의 겸손함과 책임감이었다. 그는 자연을 경외와 이상의 존재로 국한하지 않고 자연의 시각에서 인간이 남긴 흔적과 상처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특히 자본주의의 흔적은 가슴이 아릴 정도였다. 인간의 탐험은 종종 파괴와 연결되지만 작가는 우리가 공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희망적인 시각은 독자에게 깊은 위로와 영감을 준다. 특히 환경이 점점 더 위기에 처하는 현시대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배리 로페즈의 인문 교양 여행 에세이 호라이즌은 도전적인 부분도 있다. 방대한 범위와 밀도 높은 문장은 독자들에게 인내심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라는 종족의 명찰을 달고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작가는 원주민 문화의 지혜, 역사의 교훈, 그리고 지구의 속삭임에 귀 기울일 것을 독려한다. 이 도서는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해야 할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눈에 보이는 지평선으로서의 자연이 아닌 그 경계를 넘어선 곳으로의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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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수업 - 삶에서 무엇을 지켜낼 것인가 스토아철학 4부작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희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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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이웃들이 꾸준하게 필사하는 책으로 『데일리 필로소피』를 많이 선택하는 것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꾸준하게 무엇인가를 지속하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읽기만 했던 도서였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으면서 마음에 콕콕 박히는 말들이 많아서 주변에 가끔 선물하는 책이다. 같은 작가가 이번에 신간을 냈다고 하여 기대감을 가지고 첫 페이지를 폈는데 예상했던 대로 여전히 촌철살인 같은 언어를 담고 있었다. 이 도서의 강점은 내용도 좋지만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다산초당에서 출간한 라이언 홀리데이의 정의 수업은 많은 이가 눈여겨보아서인지 출간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교양 철학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이 책은 스토아 철학 4부작 시리즈 용기, 절제, 정의, 지혜 중 세 번째 책이다. 보통 스토아 철학을 말하면 어려워서 고개를 흔들기 마련인데 의외로 철학 자체는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아 검색 없이 소설책 보듯이 술술 읽을 수 있다. 특히 수많은 인물들의 일화를 먼저 소개한 후 이후 챕터의 주제를 말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고 이해가 쏙쏙 된다.




직접적으로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을 언급하기보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트루먼 대통령, 고대 로마 장군인 마르쿠스 아틸리우스 레굴루스,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F. 스콧 피츠제럴드를 발굴한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의 어린 시절 이야기, 야구선수 프랭크 로빈슨, 나이팅게일, C.S 루이스, 일본의 승마 선수인 슌조, 인도의 간디 등 시대와 위치를 막론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일화가 나온다. 그래서 매우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으며 이들이 잘한 것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수한 것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누구나 공감하기 쉽다. 



개인적으로 193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기도 슌조라는 일본인 승마 선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아마도 경쟁 사회에서 사는 현대인이라면 읽으면서 무엇인가를 느낄 것이다. 그는 선두로 달렸으며 마지막 점프를 앞둔 상황에서 더 뛰지 않고 말을 세웠다. 그래서 승리를 놓쳤다. 그가 말을 그만 뛰게 만든 이유는 말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리보다 말을 살리는 길을 택한 것이다. 지금도 캘리포니아 산길 한곳에 위치한 우정 다리에 가면 그의 스포츠 정신을 기리는 명판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살면서 정의라는 용어를 굉장히 많이 듣고 산다. 용어 자체에는 공정뿐만 아니라 봉사, 동료애, 선량, 친절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어릴 때 배웠던 의미는 점차 퇴색이 되어 가고, 언젠가부터 삶에서 정의는 공평함을 바탕으로 하는 공정의 의미로만 인식되고 있었다. 또한 스스로를 다스리는 개념보다는 타인의 말과 행동을 재단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되어 버렸다. 게다가 이것을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기에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해버린 일쑤이다. 나만 선량하게 살면 나만 손해를 본다는 말로 규정하면서.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당연하게 타인의 시선도 신경을 쓰게 되고, 각자의 자리에서 타인이 만들어 놓은 환경 안에 함께 살아간다. 그러나 그 깊은 속을 들여다보면  이는 다른 말로 삶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지 않다는 말이 된다. 나에게 들이대는 잣대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만들어 재단한다는 말이며, 또 다른 의미로는 내가 만드는 사회가 아니라 남이 공평하게 만든 사회에 살아지는 것. 그래서 날이 갈수록 냉소적이 되어 가고, 무기력한 삶을 살게 된다.



따지고 보면 이런 태도를 고수하게 되면 스스로 삶에서 무엇을 지켜낼 것인가에 관한 올바른 답을 내리지 못하게 되고 그 피해는 스스로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그러니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삶이라는 큰 명분도 좋지만, 살아야 할 의미를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이를 위한 방법이 저자는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것을 하나씩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 말로 바꾸면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를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시전하는 것이라고나 할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그간 정의라는 용어를 얼마나 잘못 사용하고 있었는가였고, 엄청 어려운 철학적 용어를 쏙 빼고도 이렇게 마음을 두드릴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책의 전반부터 후반까지 꾸준히 중요한 결정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이 되며 타인이 보지 않아도 스스로를 단속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읽히게 하려고 썼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신뢰도가 엄청 높아졌다. 적어도 자신의 자식에게 나쁜 것을 주는 부모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읽어보자는 말이다.




<읽으면 좋은 사람>


▶ 삶의 갈피를 못 잡고 있으신 분


▶ 무기력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신 분


▶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으신 분


▶ 미래의 대한민국 주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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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의 여행
자오정 지음, 채경훈 옮김 / 시그마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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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올해의 마지막 교양 과학 서적으로 선택한 책이 아인슈타인부터 스티븐 호킹까지 우주를 탐구하는 여정이 담긴 자오정의 우주로의 여행이다. 이번 한 해 평균적으로 매달 한 권의 관련 서적을 읽었다. 어떤 도서는 공식이 너무 많아 울면서 읽었고, 어떤 책은 과학자의 이름이 너무 많이 나와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노트가 새카맣게 필기를 하면서 읽었다. 이 과정을 거친 후 쉽게 쓰인 교양 과학 서적을 손에 잡아서인지 검색을 거의 하지 않고 읽을 수 있어 뿌듯함이 느껴지는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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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정의 우주로의 여행은 기존의 교양 물리 서적과 차이점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도서였다. 가장 먼저 보통 처음 이론을 제시하여 그 이론이 누구에 의하여 어떻게 발전했는가가 보편적인 내용이다. 그래서 몇 권 읽다가 보면 매번 나오는 과학자와 이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 책은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단순히 과학적 업적을 넘어서 그들의 일생 전체를 이야기하고 있어 일반인이 접근하기에 까다롭지 않다. 조금 더 깊게 서술한 위인전을 읽는 기분이랄까?



두 번째 차이점은 기존의 서적들이 성공한 이론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주로 다룬다면 이 도서는 실패하여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던 이론을 많이 다룬다. 즉, 어떠한 것에 살을 하나씩 덧붙인 발전이 아닌, 하나의 이론을 만들기 위하여 틀린 부분을 하나씩 잘라내고 거기에 새로운 것을 이식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한달까? 이것의 차이점이 별로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읽다가 보니 오히려 이해하기가 쉬워서 작가의 접근 방식에 감탄하는 부분이 꽤 있었다.




세 번째로 다른 도서와 다른 점은 중국인 작가가 써서 그런지 용어의 차이가 여러 군데에서 느껴졌다. 보통 이런 경우 헷갈려서 눈살이 찌푸려지기 마련인데 의외로 친숙함이 느껴져 의아할 정도였다. 단적인 예로 인류가 발견한 첫 번째 백색왜성인 시리우스 별에 관한 설명이다. 우리는 서양 천문학으로 처음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당연하게 시리우스라는 명칭에 익숙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를 두고 천랑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판타지 소설을 너무 많이 봐서였을까? 용어가 오히려 익숙했으며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은 지난번 중국 과학자가 쓴 책에서도 느낀 점이었는데 딱딱하기 그지없는 과학 도서에 과거 중국의 전설이나 역사서에 나오는 내용이 자주 나온다. 게다가 초신성 등에 관한 과거의 연구 기록을 소개할 때 동양의 연구 기록까지 소개하고 있어 같은 동양인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아무래도 천문학이라고 하면 이집트나 중동 그리고 그리스를 떠올리기 쉬운데 동양 작가가 쓴 책에는 우리가 어디에선가 한 번쯤 들었던 내용과 문헌이 소개되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상대성 이론과 별의 진화이며 그 과정에서 블랙홀과 시간과 공간의 왜곡 등이다. 중간에 공식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것을 물리학 시험지를 풀 정도로 어렵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기에 과학적 지식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만유인력과 관성에 관한 설명을 보통은 우주의 행성으로 설명하는 책이 많다. 하지만, 이 도서에서는 팽팽하게 잡아당긴 침대 시트에 무거운 공을 던져지고 이후 작은 공을 던진 것으로 설명하기에 읽으면서 바로바로 상상이 되어 저절로 이해가 되었다.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태양의 현재 상태와 미래 상태에 관한 부분이었다. 보통 별은 기체 상태의 성운에서 우리가 흔히 별이라고 부르는 주계열성으로 변한 후 적색거성을 거쳐 백색외성 후 흑색외성이 되는 경우와 기체 상태의 성운에서 주계열성으로 변하여 별이 된 후 적색 초거성이 된 후 초신성 폭발이 되어 중성자별과 블랙홀이 되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우리의 태양은 첫 번째 케이스이다. 



따라서 현재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이기에 우리는 별이라고 부르는 주계열성 상태이다. 아! 하나 덧붙이자면 태양계의 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으니 별이 아니다. 태양이 흔히 타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이는 틀린 말이며 1초에 수천 개의 수소 폭탄을 터트리는 효과를 내는 핵융합반응을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질량은 감소하며  E=mc²에 따라 에너지로 전환된다. 보통 이 과정이 100억 년 정도 이어지는데 이미 태양이 이런 상태를 50억 년 정도 유지했으니 남은 기간도 동일하다.




50억 년이 더 지난 후에 태양은 점점 더 커지며 점차 수성과 금성을 비롯하여 태양계의 모든 행성을 집어삼키게 될 것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그러나 이 상태에서 각 행성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는 없지만 태양에게 집어삼켜진 후에는 그 안에서 공전을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이론대로라면 화성으로의 대이동은 잠시간의 생존의 역사를 이어갈 수는 있지만 결국은 멸망이라는 단계를 걷게 된다. 일론 머스크의 노력도 어느 순간 끝을 맞이하게 된다는 말이다.



아인슈타인부터 스티븐 호킹까지 우주를 탐구하는 여정을 그린 자오정의 우주로의 여행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중국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점이다. 그들의 전설, 문헌, 호킹을 끌어와 이야기하는 만리 장성 등등. 그러나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교양 물리학 입문 서적으로 꽤 유용한 편인 도서이다. 특히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하여 수학과 과학 그리고 중국어에 관한 이해도가 높아 일상의 용어로 번역한 채경훈 옮긴이의 역량을 꽤 엿볼 수 있었다. 



<읽으면 좋을 사람>


▶ 우주 이론에 관심 있는 분


▶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이 궁금한 분


▶ 물리학에 관심 있으신 분


▶ 상대성 이론과 양자 이론이 궁금한 분


▶ 누구나



#우주로의여행 #자오정 #아인슈타인 #스티븐호킹 #양자물리학 #블랙홀 #화이트홀 #상대성이론 #특이점 #항성과우주의 진화 #교양과학 #쉬운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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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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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읽은 도진기 작가의 애니 덕분에 그의 작품들이 궁금해진 찰나에 청소년 인문 교양 도서로 이번에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제목만 보면 여느 추리 소설로 느껴지겠지만 이 도서는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나라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근간을 설명하고 있다. 목차만 보아도 호기심이 절로 생기지만 모든 사례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도록 재구성되어 묵직한 내용이지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청소년 인문 교양 도서로 이번에 출간된 도진기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를 담은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의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이는 염라 판사, 욱 검사(욱하는 성질 때문에 붙은 별명), 소크라테스 변호사이다. 나머지는 모두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이곳은 인간 세계에서 살다가 죽은 후 바로 오는 연옥이다. 여기에서 재판을 받은 후 무죄면 천국으로 유죄면 지옥으로 떨어져 형벌을 받게 된다는 설정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라는 챕터에서는 법과 도덕의 차이를 설명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다. 부작위로 인한 살인으로 검사는 성냥팔이 소녀를 죽인 범인으로 지나가는 행인을 피고인으로 등장시킨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논리적인 변호로 결국은 무죄를 받고 천국으로 가게 되는데 사실 이 책의 포인트는 재판의 결과에 있지 않다. 바로 재판의 절차에 관한 부분에 주요 쟁점이다.



먼저,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형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가는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등이 있으며 명시되어 있지 않은 국가로는 한국, 영국, 미국 등이 있다. 이 재판에서 주요 쟁점은 책임 의무의 한계와 죄형법정주의이다. 즉, 법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죄가 형성되지 않으며 당연하게 처벌되지도 않는다. 성냥팔이 소녀의 경우 심정적으로는 안타까워 검사가 이 부분을 피력하지만 이는 법과 도덕의 선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며 소크라테스는 반론한다.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사례는 타이태닉호의 디카프리오가 케이트를 밀치고 혼자 살아서 회부된 재판이다. 검사는 그가 케이트를 밀치지 않았다면 혹은 같이 널빤지에 매달려 있었다면 죽지 않았기에 그는 살인죄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아! 영화와 달리 이 스토리에서는 잭이 살고 로즈가 죽는다. 물론 이 재판도 형법에서 범죄의 결과는 있지만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어 범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는 예외 규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당방위와 비슷한 케이스라고 보면 된다.




소크라테스는 이 변론을 위하여 '카르네아데스의 판자' 이론을 끌어온다. 이것은 홍수가 났을 때 나무판자 한 개에 한 명만 지탱이 가능한 경우이다. 이때 먼저 나무판자를 점유한 A가 다가오는 B를 익사시키고 나무판자를 고수했을 때 과연 A는 살인죄가 성립되는가의 문제이다. 우리 형법에서는 재난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행한 행동은 긴급 피난에 해당하여 처벌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때에도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그 이유보다 과잉 행동을 하는 것은 처벌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가장 유쾌하게 읽었던 판례를 소개한다. 바로 암행어사 없이 춘향이 재판이 열린다면이라는 챕터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변 사또는 자신의 수청을 들지 않는 춘향을 잡아와 대뜸 외친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이에 염라 판사는 재판의 절차가 잘못되었다며 지적을 한다. 이 재판에서 절차의 하자는 증거재판주의를 어겼다는 것. 오로지 변 사또의 마음에 따라 죄의 유무가 나뉘는 것은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며 강력하게 주장한다.




결국 변 사또는 춘향을 무죄로 방면하게 된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다지 재미있는 것이 없다. 이들이 연옥에서 조선시대로 시공간을 이동할 때 기차를 타고 간다. 그 이름도 유명한 은하철도 999. 여기에서 염라 판사와 소크라테스는 메텔을 만나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 메텔에게 왜 그곳을 다녀오냐고 물었더니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수줍게 대답한다. 그 남자 친구가 철이냐는 말에 메텔은 절대 아니며 여자 친구를 사귀어 본 적도 없는 남자라고 한다. 누구냐는 물음에 그녀의 답이 정말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길.




과거에 나름의 이유가 있어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달달달 외웠던 적이 있었다. 모든 학문이 그러하듯 법학도 총론과 각론으로 나뉘는데 청소년 인문 교양 도서인 도진기 작가의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는 모두 총론에 관한 내용이다. 즉, 판례라는 사례를 들고 왔지만, 하나하나의 법리를 따지기보다 각각의 법이 적용되는 큰 공식을 설명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독자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였기에 용어까지도 전문 용어보다는 일상 언어를 사용하였다. 그래서 법학 관련 서적이지만 매우 쉽다. 



개인적으로 과거에 공부할 때 가장 머리를 쥐어 뜯게 만든 파트가 미필적 고의와 과실 그리고 착오에 관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본문에서는 이것마저 굉장히 이해하기 쉽게 나와 있어 작가가 꽤 글을 잘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마지막 재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를 볼 수 있다. 이 책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법 상식을 설명한다. 적어도 몰라서 두려움에 떠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읽으면 좋은 사람>


▶ 성인이지만 법의 기본이 궁금한 사람


▶ 청소년은 무조건


▶ 처음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접하는 사람




#성냥팔이소녀는누가죽였을까? #도진기 #청소년인문교양 #법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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