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속 우주 - 우주론의 새로운 시대를 열다
앤드루 폰첸 지음, 박병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주나 천체물리학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블랙홀, 코스믹 웹, 양자물리학, 양자컴퓨터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단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눈에 보이지 않으며 실제로 검증이 어려운 부분이 존재들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식 추구의 본능을 가지고 있는 인간과 존재하지만 증명이 어려운 것이 합쳐져 많은 이들의 열정을 쏟아 넣게 만들고 있다. 상자 속 우주의 저자인 영국의 우주론 학자 앤드루 폰첸도 그들 중 하나이다. 


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을 비롯하여 우주론에 관련된 과학자들은 이론과학자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주에 직접 가서 실험을 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심지어 직접 가더라도 앞서 말한 우주의 95%를 구성하는 물질을 어떠한 도구로도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가설을 먼저 세우고 시뮬레이션을 하여 거기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결괏값을 역으로 찾아가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어 이론과학자들인 것이다. 상자 속 우주는 이론과학자들이 우주에 대하여 관측과 가설 설정 그리고 시뮬레이션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여 얻은 불확정한 우주론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가 그리 어렵게 다가오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1900년대 초반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을 최초로 적용한 분야가 바로 오늘의 날씨였다. 지금보다 기술이 뒤떨어져 모든 것을 인간의 손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던 그때의 기상 시뮬레이션은 예측이 적중한 날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지지부진하던 기상학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진 에니악과 오펜하이머라는 영화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맨해튼 프로젝트가 합쳐져 마침내 눈에 띄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저자는 우리가 가장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상학에서 시작하여 시뮬레이션이 우주 관측으로 도입되어 반전되는 과정을 하나씩 빌드 업하면서 독자를 우주론 깊숙이 끌고 가버린다. 독자는 알지 못하는 순간 이미 우리 은하계를 넘어 알 수 없는 우주를, 미시 세계에서만 적용된다는 양자컴퓨터의 세계를, 아직 검증되지 않은 사고 지능을 가진 로봇의 세계를, 시뮬레이션 가설 속을 헤엄치고 있다. 이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책의 난이도 빌드 업을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우주론자들이 우주를 연구하는 이유가 나의 예상과 달라서 조금 놀랐다. 미래의 눈을 가지고 우주를 보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들은 별이 보낸 과거의 빛으로 우리 우주의 태초를 재현하는 것에 더 신경을 쏟고 있었다. 그러면서 마지막은 기술적 요소보다 인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하며 우리를 현실로 데려다 놓는다. 책의 내용은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엄청 쉽지도 않았다. 아마 정규 교육을 받고 우주나 별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우주론에 관련된 책이지만, 의외로 기상학, 생명공학, 화학공학, 기술공학 분야에 대하여 두루두루 나와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해소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