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기심의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 : 한중일 편 - 힘과 욕망이 만들어낸 동아시아의 역사 효기심의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
효기심 지음 / 다산초당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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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 후 지나가는 뉴스로만 알던 경제 공부를 2년 전 다시 시작하면서 알게 된 유튜브 채널이 효기심과 간다효였다. 공부하기 전에 몇 번 시청하였지만, 말투가 너무 과감하고 정신이 없어 처음엔 꺼렸고 한동안 절대 방문하지 않는 채널이 되었다. 그러면서 거의 잊혀갔다. 그러다 조금씩 더 깊게 공부를 하면서 자료를 찾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다시 찾게 되었고, 이분 채널의 진가를 알아보게 되어 지금까지 꾸준하게 시청 중이다. 그러던 중 다산북스에서 효기심의 권으로 읽는 세계사 한중일 편의 출간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말 잘하는 사람이 책을 잘 쓴다는 보장이 없어서 기대감을 크게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궁금하기는 하여 첫 장을 펼쳐보게 되었다.

 

일단, 효기심의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는 일반적인 역사책과는 결이 좀 달랐다. 소제목이 힘과 욕망이 만들어낸 동아시아의 역사여서 그런지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보던 지루한 내용과 달리 객관적이지만, 오로지 욕망의 시각에서 역사를 서술하여 독자로 하여금 딴 생각 할 틈을 전혀 주지 않았다. 동아시아의 역사를 서술한 책들은 몇 가지 시각을 고정화하는 편이다. 철저히 우리나라 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이거나,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중국에 시선을 두고 서술한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국가적 시각은 잊어버리고 오로지 역사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얼마나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선택을 하였는지, 그리고 이 선택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여 생각지도 못한 역사적 결말을 만들어냈는지의 관점에서 사건들을 적나라하게 설명하여 흡입력이 상당한 편이었다. 그러면 이렇게 수박 겉 핥기 식의 개인적 견해보다는 구체적인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동아시아 역사에서 꽤 중요했던 임진왜란>

 

그동안 우리가 배운 임진왜란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내 사무라이들의 정쟁 끝에 내부의 분란과 히데요시의 권력욕이 맞물려 1592년에 벌인 전쟁으로 우리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몰고 나서 싸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이 전쟁 하나로 동아시아 3국의 명운이 바뀌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조선은 명나라에 지원을 요청하였고, 명나라에서는 자국 내의 반란들을 제압하느라 정신이 없던 와중 무리하여 조선을 도와주었다. 그 결과로 지도상에 명은 사라지고 청이 나타나는 상황까지 되었다. 물론, 기후적으로 소빙하기까지 시작되어 여러 문제가 겹치기는 하였으나 명나라 멸망의 결정적인 역할 중 하나가 임진왜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에 관하여 명청 교체기에도, 일본의 막부 시대에 관한 파트에도 나오는데 읽다가 보면 정치인들의 결정이 얼마나 비논리적이며 권력욕에 의하여 움직이는지 그리고 사건 하나가 국제적으로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이는지 알 수 있었다.

 

<케케묵은 언어가 아닌 현대어로 표현하여 더 가깝게 다가오는 역사>

 

아마 역사서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과거의 언어가 얼마나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지. 그러나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고리타분한 언어는 모두 없애고, 현대식 언어로 서술하였다. 덕분에 현재 내가 살아가는 데 큰 관계가 없는 내용이 아닌, 바로 옆에서 일어난 일처럼 느껴 역사 자체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하였다. 요즘은 역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낮아졌다. 성공하기 위한 관문인 수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현재 중국과 일본이 역사를 끊임없이 왜곡하여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게 만드는 것을 보면 시험의 비중과 관계없이 우리의 삶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 역사에 대하여 공부하고 빠져들기에는 이 과목이 주는 고대 언어의 장벽이 결코 낮지 않지만, 저자는 이 부분을 의식하여 무게감보다는 사실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한 것 같았다.

 

<무작정 따르던 것들의 유래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포인트>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제사의 기원이다. 우리는 유교적 사상에 의하여 조상에 대한 예의로 제사를 지낸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제사의 유래를 알고 나면 생각과 달라 허탈함을 느낄 수 있다. 내용을 살짝 언급하자면, 왕이 스스로 정당성과 큰 영토와 많은 백성을 다스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가져온 것이 천자라는 개념이다. 왕인 자신에게 지상을 다스리라고 명령했다고 주장하여 민심을 얻으려는 하나의 수단. 이런 만들어진 사안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제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는 조상에 대한 공경과는 관계없이 오로지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읽으면서 당시 사람들의 발상에 감탄하기도 하고, 이를 현재까지 다른 목적으로 이어오고 있음에 신기함도 느꼈다.

 

<신해혁명의 원인인 철도 부설권 강탈은 일대일로의 배경인 걸까?>

 

현재에도 철도는 경제와 관련하여 매우 귀중한 운송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비행기나 배가 있음에도. 그러나 과거엔 얼마나 더 소중했을까? 청나라는 당시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이 철도 부설권을 서구 열강에게 강탈당했다. 이를 되찾기 위하여 철로를 보호하는 보로 운동, 철도 국유화를 주장한 청나라 내각, 그 유명한 위안 스카이의 등장이 이어진다. 이 부분을 읽을 때 과거 청나라가 멸망해가는 과정보다는 현재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펴면서 대상국에게 철도나 항만 등의 인프라 건설을 해 주고 이것의 이용권을 100년씩 가져오는 모습이 먼저 생각났다. 아마 경제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대일로 정책이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전 세계의 중국 식민지화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거 자신들이 당했던 것들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읽으면서 자료를 한 번도 찾아보지 않은 역사책>

 

기본적으로 역사, 과학, 경제 등에 관련된 책을 볼 때 나는 꽤 많은 자료를 찾는 편에 속한다. 뭐랄까? 전체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뒤로 넘어가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내가 책을 읽는 내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전혀 검색 기능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만큼 주석, 지도, 도표, 사진 자료가 풍부하여 검색 없이도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 속에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언뜻 보기에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독서할 때 내용이 확실하게 그려지지 않고 희미하게 둥둥 떠다니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런 부분이 꽤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서평을 마감하며>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역사 전공자가 쓰지 않은 역사책의 묘미가 어떤 것인지 꽤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저자는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역사적 사실을 연대기 순으로 늘어놓기보다는 국가 간의 입장에서 서술한 부분이 많았다. 아마 경제 뉴스를 조금 더 큰 그림으로 그리는 것을 목적으로 책을 읽어서 인지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꽤 마음에 들었다. 요즘, 경제적 자유에 대한 꿈이 있다면 남이 만들어 낸 경제 뉴스의 단순 사실 인식보다 국가 간의 역학 관계를 꿰뚫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새해에는 내용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같은 저자가 쓴 유럽 편도 섭렵해 볼 생각이다. 진정한 경제적 독립을 원하는 분이라면 효기심의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를 꼭 읽어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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