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 1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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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 전에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산 낯선 작가의 책이 있었다. 제목도 세련보다는 뭉툭함이 느껴질 정도여서 내용에는 기대가 없었지만, 인테리어 용으로 두기에 너무 컬러가 예뻐서 구매했다. 그리고 한동안 책꽂이에 꽂아 놓은 채 잊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읽게 된 책. 바로 오베라는 남자였다. 첫 느낌을 말하자면 작가가 남자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문장이 뭉툭 뭉툭하였다. 투박하다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책장이 넘어가면서 날이 어두워지는 것도 모르고 주말을 쏟아부은 책이다. 이때부터 나는 이름조차 생소한 프래드릭 배크만이라는 작가에 빠져버렸다. 이후 나오는 책들을 꾸준하게 읽다가 이번에 위너를 손에 잡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이 겨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책

책의 표지부터 겨울이다. 눈이 오고 온통 얼음과 상록수로 둘러 싸인 마을의 전경이 표지이다. 차가운 눈이 내리지만 너무나도 포근한 느낌에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세상의 나쁜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을의 모습이다. 물론, 책 내용은 표지와 달리 가슴 아픈 일도 여러 가지가 발생을 하며 이를 극복하여 나가는 이야기이다. 2권으로 된 장편 소설이지만, 아직 1권 밖에 읽지 않아 해결 과정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1권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의 가슴에 얼음을 녹일 모닥불이 돋는 결과를 모두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절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책

표지를 넘기면 처음 나오는 것이 목차가 아니라 위너의 인물 설명과 관계도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이렇게 친절하게 인물에 관하여 따로 나오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어 생소했다. 하지만, 처음 몇 챕터를 읽으면서 작가님의 친절함에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등장인물이 꽤 많은 편에 속한다. 아마, 필력이 부족한 작가라면 하나의 이야기로 묶기 힘들 정도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님의 친절한 설명과 더불어 서로의 삶이 연결되어 있어 읽다가 보니 인물 관계도가 저절로 머리에 그려졌다. 그리고 사건도 꽤 많은 편에 속한다. 사람 개개인마다 사건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여느 작가들처럼 주인공의 사건에만 중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 주민을 주인공으로 두고 수많은 사건을 서로 엮으면서 모든 사람을 극 중에 나오는 인물이 아닌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 같은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 놓았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처럼 하나의 사건을 두고 영상화를 하게 되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절반도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소설 속이 아니라 조금 먼 곳에 존재할 것 같은 마을과 사람들의 삶을 풀어 놓은 책

프레드릭 배크만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꾸미지 않은 날 것의 이야기가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더 소설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았다. 위너 속 등장인물들은 어느 하나 100% 완벽하게 멋있거나 행복하거나 잘났거나 하지 않는다. 멋있는 것 같으면서도 알고 보면 허당이고, 이타적인 사람인 것 같으면서도 이기적이며, 행복해 보이지만, 각자의 불행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완벽해 보이지만, 의외로 손도 대지 못할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정말이지, 완벽한 사람이 단 하나도 없으며, 아름다운 이야기만 존재하지도 않는다. 성폭행, 협박, 횡령 의혹, 미움, 폭력, 죽음까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온갖 아픔이 다 나온다. 그래서 읽으면서 만들어진 마을이 아니라 정말 옆 마을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아름다운 판타지도 좋지만, 이렇게 잘 쓴 일상 이야기 같은 소설은 여운을 더 깊게 남기는 것 같다.

건조한 요즘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

읽으면서 같이 화내고, 같이 울고, 같이 웃고, 같이 가슴 아파하다 보니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책의 1/3은 10대가 주인공이며 1/3은 학부모이며 나머지는 마을에 언제나 존재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래서 어느 누가 읽더라도 감정 이입이 될 것이라 감히 장담한다. 표면적으로는 연령대도 다양하며 직업군도 다양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하키와 숲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며 서로 싸우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조금 깊게 들어가 보면 일이든, 사람이든 죽을 만큼 사랑해 본 사람들의 열정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올해는 엘니뇨 때문에 좀 덜 추운 겨울이라고 하지만, 겨울이 오면 누구나 마음 한켠이 공허해지기 마련이다. 가족, 타인, 일, 목표, 꿈 등등으로 말이다. 아주 조금이라도 이런 느낌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한다. 아마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꽉 찬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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