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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의 신 - 천만 방문자를 부르는 콘텐츠의 힘
장두현 지음 / 책비 / 2015년 8월
평점 :
대학교 4학년 2학기는 조금 심심했다. 일반적으로는 취업에 목을 맬 시즌이긴 했지만, 나는 이미 전년도의 인턴십을 통해 진로를 확정한 상태였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와... 할 그런 회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어디 가서 내밀기 부끄러운 회사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적당한 회사. 대졸 평균 초봉에 살짝 걸친 연봉도, 때깔 좋아 보이는 연구원이라는 직함도, 모두 적당해 보였다. 물론 지금이야 월급이 조금만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살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랬다. 인생의 한고비를 무탈하게 넘겼다. 딱히 다른 지원서를 쓰면서 아둥바둥하고 싶지 않았다. 태평한 성격 때문일까? 그저 재미있게 다니고 싶었다. 사람들을 더 만나고 싶었고, 취미 활동을 찾아보고 싶었다. 통기타 동아리에서는 노욕을 부리며 젬베 혼을 불살랐고, 생전 처음 대외 활동을 시작하며 다른 학교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블로그(http://verdesox.com)를 시작한 것도 바로 그 시기였다. 스스로를 문과 감성의 이과인이라고 세뇌하고 있었기에 글에는 자신이 있었다, 이게 좋게 말하면 나르시시즘이고, 통속적으로 말하면 그래, 자뻑이 있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막연하게 확신이 있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타임라인에 애써 작성한 글을 흘려보내기가 아까웠다. 어디든 고여있길 바랐다. 글이 고여 샘을 이루고 나면, 그다음은 세수하러 나온 토끼들이 마시고 가리라. 블로그 주제는 책과 영화, 음악 등에 대한 총체적인 감상. 대신 남들과는 다르게, Remarkable 하게 쓰고 싶었다.(마침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에 홀려 있기도 했다.) 목표는 나름 현실적(?)으로, 3년 내에 파워블로그를 만들기. 약간의 고민을 거쳐 '녹색양말'이라는 닉네임을 만들었다. 오직 글 만으로 승부를 보고 싶었기에, SNS를 통한 지인 버프도 받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 유명해지기 전까지 절대 오픈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말이다.
이런 저런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휴대폰 케이스 리뷰, 책 리뷰, 고속버스 노선도 리뷰 등.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블로그 방문자가 100을 넘어갔다. 진짜 이러다 파워블로거가 되는 거 아니야 싶었다. 하지만 착각. 역시 그리 녹록지 않았다. 곧 졸업이 다가왔고, 회사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블로그에 흥미를 잃어갔다. 그냥 한 달에 한 두 차례 포스팅하는 게 전부. 그나마 지하철에서 보내는 통근 시간이 길어 책을 읽었던 게 도움이 됐다. 책에 대한 글은 계속 쓸 수 있었으니까. 자연스레 이 블로그는 북로그가 되어 있었다. 가끔 운이 좋게 출판사나 서점의 눈에 들어 글이 외부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들은 이 블로그를 접을까 하면 글을 뽑아주고, 또 접을까 하면 다시 뽑아주었다. 호흡기를 댔다 떼었다 하는 것 같았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블로그 구독자 수가 늘어갔다. 이전에는 댓글 방문이나 공감 방문도 잘 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다행히도 늘어갔다.(이웃분들과의 교류도 요즘에서야 맛 들인 편이다.) 여자친구는 내 블로그를 보면서 대체 사람들은 뭐 하러 이런 데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했다. 그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귀여웠다.
'여러분들의 공감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공감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와 같은 꼬리말은 아직도 낯부끄러워 달지 못하겠지만, 실제로 그런 게 힘이 되기는 한다.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이 생기니 욕심도 의지도 생긴다. 그래서 1년 주기로 블로그 운영에 대해서 정리를 하고 개편을 하기 시작했다. 블로그 디자인을 몇 차례 수정했고, 블로그 제목과 프로필 양말도 한 번씩 바꿨다. 요즘은 블로그 운영에 있어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책 감상을 기반으로 조금 더 1인 잡지스러운 블로그를 꾸려보고 싶다. 몇 가지 카테고리의 통/폐합과 신설이 필요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즐겨 찾는 사이트 소설리스트(http://sosullist.com/)나 <Axt>, <Chaeg>과 같은 잡지들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물론 블로그 운영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도 빼놓을 수는 없다. 콘텐츠가
아무리 만족스럽다 해도 읽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소문이 나지 않으면 말이다. 이런 책들은 그래서 읽는다. 파워블로거가 된
사람들의 노하우를 또 한 번 훔쳐보는 것이다. 적어도 한 두 가지는 배워갈 게 있다. 오늘은 그런 장르의 책들 중 나름 신작인 <블로그의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다 옆길로 또 새버린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사실 어느 정도 블로그를 붙잡고 있던 입장에서 읽으면 이런 책들은 잘해야 본전이다. 초장에 본인이 어떻게 파워블로거가 되었나를 이야기하고, 시작하기 좋은 블로그는 어디인지, 그러니까 네이버냐 티스토리냐 구글이냐 등을 이야기한 다음, 블로그의 각 기능과 이웃들을 모으는 비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끝으로 여러분도 파워블로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웹에서 만나요. 뿅! 초심자가 아닌 이상에야 의미 없는 매뉴얼들이 나열된다. 디테일이 부족한 게 늘 아쉽다. 게다가 그들의 블로그가 웹에서 비치는 것과는 다르게, 블로거들의 책은 편집이나 디자인도 어딘지 촌스러운 편이다. 뭐 그래도 소셜 브랜드의 값이 있으니 잘 팔리기는 하는 모양이지만.
다행히도 이번 책은 썩 괜찮았다. 광고 문구같이 보이겠지만, <블로그의 신>은 달랐다. 큰 궤를 보면 역시나 같은 구성이지만, 기존 블로그 서적들이 간과했던 부분들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QR코드를 적극 활용하여 책과 웹의 연결고리를 걸어둔 것, 사전의 옆면처럼 찾기 쉽게 색인을 활용한 것, PPT나 PREZI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디자인, 구글이나 여타 사이트들을 활용하는 팁 등이 인상적이다. 과연 '블로거팁닷컴(http://bloggertip.com/)'이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인 저자답다. 평소에 저자가 다루던 분야를 그대로 책으로 옮겨왔기 때문일까? 툭툭 던지는 팁의 질이 다르다. 더도 말고 디테일에서 딱 반보 씩만 앞으로 나아갔을 뿐인데, 전체적으로는 이,삼보 더 뻗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블로그 운영에 유용한 사이트들을 다룬 부록 1이 가장 좋았다. 블로그 로딩 속도를 측정해볼 수 있는 Page Speed Insight(https://developers.google.com/speed/pagespeed/insights/)와 네이버 애널리틱스(http://analytics.naver.com/)같은 곳들은 정말로 처음 들어가 봤다. 이어지는 부록 2에서는 대한민국 전문 주제 블로그 50곳을 다루고 있다. 책과 관련해서는 역시 서평가 이현우 님의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http://blog.aladin.co.kr/mramor)과 정군 님의 블로그 '달님은 어찌 그리 고우신지(http://blog.naver.com/jmh5000)가 소개되어 있었다. 그 외 본문에서 떠올려보면 큐레이션에 대한 개념과 활용 부분이 가장 와닿았던 부분이다. 실제로 다음 블로그 개편 때는 다른 이웃분들의 서평을 소개해보는 그런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어 볼까 싶어지기도 했다. 서점에서 뽑는 '이 주의 우수 리뷰'처럼, 보상은 없다 해도 '이 주의 이웃 리뷰'같은 그런 카테고리 말이다. 나름 재밌을 것 같다.
짧게 읽을 수 있는 카테고리와 기존처럼 길게 읽을 수 있는 카테고리의 공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블로그의 신> 저자 역시 장문보다는 단문이 낫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블로그의 근간은 누가 뭐래도 '읽고 끄적임'의 긴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주는 분들을 위해 쓰고 있다. 책을 닮은 감상을 쓰기 위해서도 길이는 지금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글을 기계처럼 찍어내고 싶지는 않다. 대신 읽었던 모든 책에 대해서 다 쓸 수는 없으니, 짧게 쓸 수 있는 글들도 병행하는 것으로 하자. 가끔씩 쓰고 있는 '300자 단상'과 쓰다만 '껍데기는 가라'와 같은 카테고리 말이다.('껍데기는 가라'는 더욱 심플하게)
다음 개편은 아마 추석 전에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블로그의 '신'이 되지 못하는 이유도 8할이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그런데 글을 마칠 때가 되니 문득. 회사일도 이렇게 체계적으로 생각하면 다 잘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오는 것은 왜 일까? '월화수목금' 회사원에 '토일' 블로거라니... 그리고 지금은 벌써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시간이라니... 한 주 또 열심히 하자. 개편 시즌은 여기나 회사나 마찬가지니까. 살아남으려면 나나 블로그나 다 그래야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