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의 무덤
노사카 아키유키 지음, 서혜영 옮김, 타카하타 이사오 그림 / 다우출판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설마설마 했는데, 당장 내 눈앞에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전쟁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따름이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1개를 갖은 사람은 99개를 채우려 하지 않지만, 99개를 가진 사람은 1개를 얻기 위해 욕심을 부린단다.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미국은 약소국에게 뭔가를 더 빼앗기 위해 전쟁을 강행했다고 밖에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50년도 전 일이 되어버렸지만, 우리나라도 6.25를 겪었다. 몸소 체험하진 않았지만 체험할 필요도 없지만, 익히 들었기에 그 참옥함. 더욱이 한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눈치를 살펴야 했다는 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만하다.

죽이고 죽이기 위한 뺏고 뺏기 위한 전쟁이란 결코 +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저 가슴 깊숙한 곳에 상처와 악에 바친 미움만이 존재하게 되는 거 같다. 제 2차 대전 이후 부모를 잃고 “어릴 적 전쟁으로......” 라고 옛 이야기를 할 기회도 없이 그대로 아이로 남아버리 게 된 이들이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 남는 것이 없는 전쟁이라는 것으로 우리에게 또다른 경각심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웃을 일이 줄어드는 세상살이에서 먼 거리에 있는 나라 이라크에서 또 다른 세이타와 세츠코가 나오기는 바라지 않는다. 얼마 전 뉴스에서 본 기사가 생각난다. 광화문 앞에 'NO WAR'라는 자기 키보다 높이 치켜든 피켓에는 예쁜 이라크 소녀의 사진이 있었다. “이 아이가 당신이 죽일 아이입니다.” 글자 하나 하나가 기억에 남지는 않지만 사진과 문구만으로도 얼마나 섬뜩했는지 모른다.

남의 일이 아니라고 인간 방패가 되기 위해 이라크로 떠난 한국인들, 전쟁 반대를 외치고 있는 세계인들의 목소리가 그들은 들리지 않나 보다. 개인적으로 일본과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세계의 눈과 귀가 이라크에 가 있는 지금 전쟁 후에 남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글이다. 내 나라 일이 아니니까, 혹은 보이지 않는 취재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 너무도 무심한 이들 모두 전쟁이 무모함과 전쟁반대에 대해 동참하는 마음은 늘 함께 했으면 한다.

지금도 이라크에선 제2의 세이타와 세츠코가 생겨난다는 걸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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