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평 지상에서 가장 작은 내 방 하나 - 비전향 장기수 7인의 유예된 삶
김선명 외 지음 / 창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언젠가 특집으로 나온 프로에서 명동 성당 앞에 0.75평 안에서 수감 생활하는 이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체험하기 위한 일일 체험을 한 일을 보여 준적이 있다. 일반인들과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하루 동안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독방이라는 곳이 그렇게 좁은 곳인 줄 상상도 못했다. 텔레비젼 속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0.75평도 그렇게 작아 보이진 않았다. 더욱이 평수에 대한 개념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나로써는 일일 체험 0.75평이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어릴 적 나는 감옥에 있는 파란 죄수복을 입고, 양손을 모아 차디찬 수갑 찬 사람들은 모두가 나쁜 사람들인 줄 알았다. 살인, 강도 등의 기사가 많이 나돌던 그 때.. 겁이 많은 나는 뉴스도 보지 못했다. 돌이켜보건대 난 참 무지했다.

텔레비젼에 나오는 소리는 모두가 맞고, 저기 파란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은 모두가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 족히 30~40년을 0.75평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다.

0.75평 일일 체험을 하고 나온 사람들은 모두가 지쳐보였다.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고, 볕이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고, 바닥의 넓이보다 몇 배는 더 큰 벽에 기대어 그렇게 30~40년 이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돌아갈 집도 있고 기다리는 가족들도 있는데 그들에게 갈 수가 없었다.

아니, 그 0.75평 이외에는 설 곳이 없었던 것이다. 이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은 6.25 이후 전향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였다. 송환을 추진하기 위한 사람들은 비전향 장기수란 조국통일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수십 년간 감옥에서 살면서 정치적 신념과 양심을 지 켜온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사상이 다르다고 온갖 모진 일을 겪었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우리네 사람들은 모양새 하나하나가 다 다르다. 길을 가다 마주친 사람들 하나하나는 말할 것도 없고, 몇 분 차이로 세상에 태어난 쌍동이들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같지는 않다. 하물며 1분을 두고도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어찌 다 같을 수 있단 말인가? 난 민주주의나 사회주의 등 정치적인 사고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생의 반을 빛도 없는 곳에서 지냈다는 걸 생각하면 그 어떤 맹수보다도 사람이란 동물이 가장 잔혹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이 글 속의 사람들이 그후 북에 송환되기는 했지만, 그들의 젊음과 인생은 누구로부터 환불받아야 한단 말인가..

얼마전 일어난 이라크 전을 보며 외국의 사람들은 우리의 반쪽 국가인 북한을 주목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50년 이상 반쪽이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에 사람들의 염려와 같은 제 2의 전쟁이 아닌 반쪽이 아닌 한쪽의 나라로 남는 게 많은 희생자들을 위한 보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들과는 다른 연유에 아니 어찌보면 같은 생각인 가지고 있는 이들.. 아직도 0.75평 안에 있을 사람들이 어서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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