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마지막 분단국가라는 타이틀이 붙는 나라가 유일하게 되었다는 게 결코 섭섭할 일은 아니었다. 저마다 휴전선이 걷히지를 바라고만 있었을 것이다.작가 스스로가 진보적인 사람으로 70년대 산업사회의 병폐를 얘기하고, 임꺽정을 통해 당대를 풍자하는 등 비뚤어 나가고 있는 사회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기에 그의 새로운 작품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는 「손님」을 이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는 걸 목격하면서부터 구상한 소설로 1950년에 일어났던 '황해도 신천 대학살 사건'을 그 모티프로 삼았다. 회상과 아픈 기억 그리고 그리움으로 연결되는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의 대립 구도가 작품에는 그대로 나타나 있다.더욱이 독자로 하여금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지도 모르는 산문체의 언어를 통해 시간의 교차를 무리없이 이어주는 그의 기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그의 글을 쓰는 재주와 이 작품이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는 이유로 인해 「손님」에 더 끌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손님이라 하면 의레 반가운 사람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우리 역사에 있어 이 손님이란 불청객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