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 보면 알지 - 호랑수박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74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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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역시나 이벤트의 힘을 빌려 다시한번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바로 이지은 작가님의 신작 그림책 먹어 보면 알지. 제목만 보면 어디 맛있는 먹방이라도 찍으러갔나 싶을 정도로 군침이 절로 흐르는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표지에서도 눈치채셨을테지만 이번 작품은 한편의 훌륭한 공포스릴러가 다분히 첨가된 아주 으스스한 이야기입니다. 대체 어떤 치명적인 비밀이 숨어있었길래 생명체로서 기본적인 욕망인 식욕이 이토록 목숨마저 위협할 정도의 대형 사건사고를 초래하는 트리거가 되고 말았을까요?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요즘처럼 땀이 홍수처럼 쏟아지던 무더운 어느날. 숲속을 헤매던 호랑이는 탐스럽게 익은 수박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마침 목도 말랐겠다 갈증도 해소할겸 입 딱 벌려 그 커다란 수박 한입을 베어무려는 그 순간. 어디선가 제발 자신을 먹지 말라는 애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죠. 그렇습니다. 그 간청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지금 당장이라도 호랑이 입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위태로운 위치에 놓여있던 수박 본인. 하지만 곧이어 나를 먹으면 무시무시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수박의 허세가득한 경고가 내심 그의 도전욕구를 자극했는지 결국 수박은 호랑이의 거침없이 큰 뱃속으로 쏘옥 빨려들어가고 맙니다. 그렇게 맛있게 한끼 식사를 마친 호랑이. 이제 남은 일은 달콤한 과즙의 여운을 잔뜩 만끽하며 여유롭게 한숨 쿨쿨 낮잠이라도 자는 것뿐일테지만 불운하게도 호랑이에게 그런 하루는 더이상 오늘의 계획표로 존재할수 없었습니다. 난데없이 숲속의 온갖 동물들에게 정신없이 쫓기고마는 호랑이. 정확히는 자신을 호랑이라고 주장하는 수상쩍은 수박 한통만이 굴러다니고 있을뿐이지만 말이죠. 과연 호랑이 호소인(?) 수박은 자신의 꿀맛같은 과즙을 노리는 수많은 입들로부터 벗어나 이전의 늠름한 호랑이근육 몸매를 다시 되찾을수 있을까요?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사건의 개요입니다. 어찌보면 동화나 설화에서 흔히 찾아볼수있는 불운한 함정과 몸통 바꿔치기 일화라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번 이야기를 단순한 난리 대소동으로 도저히 해석할수 없겠더라고요. 얼마전 수도권 도심을 뒤덮었던 러브버그 대란. 본래라면 이 러브버그를 자연의 누군가는 적절하게 먹어치워야만 했지만 아직 우리 생태계의 낯선 초대손님이었던 이 친구들을 포식자 그 누구도 감히 건들지 않았기에 최근 몇년의 대발생이 연이어 반복되고 말았던 겁니다. 마치 처음의 살벌한 경고의 한마디를 과감하게 날렸던 주제모르는 수박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런 외래종들의 물만난 초심자의 행운도 어느순간 시간이 흘러 고유종들이 그 낯선 친구들을 한입 두입 뜯어먹기 시작하면 그들도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순환에 들어가 브레이크를 모르고 폭주했던 개체수의 홍수에서 빠르게 벗어난다고 합니다. 이전에 우리 모두를 충격과 공포로 몰고갔던 황소개구리의 습격이 어느순간 잠잠해진 것처럼 말이죠. 건방진 수박을 한입 베어물었더니 불운하게도 수박이 되어버린 호랑이. 이 구도를 단순한 호랑이의 재난이 아닌 낯선 수박이 호랑이의 입을 통해 숲속 모든 동물들이 이건 먹어도 괜찮다고 인식하게된걸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이건 꽤 괜찮은 은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수박이 된 호랑이가 잡아먹힐 위험에 벌벌 떠는 것을 마냥 같이 두려워하며 숨죽이며 지켜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감히 주장해봅니다. 물론 냉혹한 야생의 먹이사슬도 잡아먹히는 쪽에서는 그저 끔찍한 비극에 불과할 뿐일테지만 그렇다하여 사냥당하는 동물이 불쌍해 포식자를 내쫓는다면 그것은 인간의 불합리한 개입에 지나지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 불쌍한 호랑이가 팥할멈이라는 든든한 조력자의 힘을 등에 업고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기사회생한 그 순간만큼은 우리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지만 자신이 절대적 안전지대에 무사히 발들였다 느낀 바로 그 순간이 다름아닌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일줄 그 누가 알았을까요? 저 위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팥할멈의 한마디. 그것은 이 모든 꼬인 이야기의 시발점이자 인간의 개입이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갈대같은 변덕에 불과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이 책의 오싹오싹한 제목이었죠. 여러모로 많은 뜻이 내포되어있는 팥할멈의 먹어 보면 알지~. 결국 우리 불운한 호랑수박은 팥할멈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다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고만 것일까요? 하지만 우리 인간들이라하여 문명세계라는 극장에 앉아 그저 관람객들처럼 여유롭게 야생의 약육강식을 감상하고 있어서는 안될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의 어딘가에 수수께끼처럼 숨겨져있다는 머리 두개달린 용. 그 어느 것이라도 좋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우리를 침공할 미래의 외계인 군단일수도 있고 새롭게 이 지구상에 출현할 인류의 강력한 라이벌일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외부의 위협보다도 훨씬 더 위험한 것은 바로 내부에서 조금씩 조금씩 커져만가는 오만과 욕심. 그 우리들 안에서 점점 증식하는 검은 괴물들을 경계하기위해 이 머리 둘달린 용이라는 메시지를 살짝 숨겨놨다고 한다면 너무 나간 해석일까요? 저는 감히 그 해석이 결코 과하지않다고 강하게 외치는 바입니다. 최근의 러브버그 대란부터 누구든 포식자가 되고 사냥감이 될수있는 생태계의 냉혹하면서도 평등한 법칙까지 슬기롭게 일깨워준 한여름 밤의 수박 대소동. 여러분들도 이 무더위이겨낼 맛있는 수박 한입 베어물면서 어쩌면 나도 그 수박처럼 베어물릴지도 모르는 위대한 대자연의 순환 한가운데에 과감히 점프해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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