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어 시간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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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도 역시 새로운 이벤트와 함께 다시 돌아왔습니다. 대략 한 10여년전 외대에 진학하던 시절의 저는 어느정도 점수에 맞춘 감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나름 부푼 꿈을 안고 스페인어과라는 곳에서 낯선 언어와 처음 마주하게 되었었죠. 처음엔 뭐든게 다 괜찮았습니다. 하나둘 모르던 단어와 문법을 알아가는 과정도 정말 신선했고 언젠가 그 조합된 문장들을 사용해 펼칠 미래의 가능성들 역시 정말로 무한해보였죠. 하지만 곧이어 그 순탄하던 길에도 저를 가로막는 벽이 하나둘 솟아나기 시작합니다. 아니 그냥 물건인데 왜 남성형 관사를 쓰는게 있고, 여성형 관사를 쓰는게 따로 있는거야? 동사가 왜 상황마다 이렇게 제멋대로 변하는게 많아? 영어가 선녀였네 등등. 그럼에도 어떻게든 그 장애물들을 넘어보려 부단히 애쓰고 또 애써봤지만 그런 저의 애처로운 몸부림을 단 한순간에 저 밑바닥으로 추락시킨 끝판왕급 장애물이 마침내 등장하고 말았으니 그것은 바로 마의 RR 발음. 뭐 연습하면 누구나 다 따라할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해도 안디는 사람에게 그런 듣기 좋은 말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결국 그 끝판왕의 벽을 넘지 못한 저는 고심끝에 스페인어과를 나와 나름 우리말과 비슷한 일본어과로 전과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짧고 강렬했던 스페인어와의 인연을 마무리하게 되죠. 다행히 일본어만큼은 좌절할 정도로 큰 벽이 가로막는 일이 없어 이렇게 무사히 졸업하여 사회 생활을 하고 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단순히 일본어가 우리말과 비슷해 무난히 졸업할수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처음에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의 영향으로 익숙해진 오직 그 감각만을 믿고 일본어에 자신있게 도전들 하지만 십중팔구는 그 평소에 쓸일 없던 한자라는 벽에 막혀 추풍낙엽처럼 무너져내리고 말았을 겁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그 한자마다 음독이냐 훈독이냐를 일일히 따져봐야 하고 또 그 음독에도 공식 발음이 무려 3가지 버전이 존재해서 지금도 일본인들은 상대방에게서 명함같은걸 받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상대방에게 어떻게 발음하는지 물어보는게 예의라고들 하지요. 그럼 그 난해한 불규칙들의 터널을 어떻게 통과해야 하는가? 그것에 대한 답은 어느 언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감히 확신합니다. 그것은 바로 무조건 외우는 것. 그리고 그 외우는 과정을 이끄는 연료는 그 언어가 쌓여져있는 사회, 콘텐츠,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애정이라고. 이번에 소개할 작품에는 그 제목처럼 언어 희랍어(그리스어)가 주요 소재로서 등장합니다. 사용하는 인구도 지역도 한정적인 낯선 언어, 게다가 지금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이없는 고대 버전의 언어라니. 그만큼 접근성도 훨씬 떨어지고 중간태라는 까다로운 문법적 장애물도 존재하는 등 여러모로 만만치않은 언어일수 있겠지만 그런 언어라 할지라도 나름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할테고 또 단순한 관심의 차원을 넘어 자신의 인생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언어를 마주하려할지도 모릅니다. 말을 잃은 여자와 두 눈이 멀어가는 남자. 서로 접점도 없던 두 사람이 마주해 할 이야기라곤 오직 불운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단지 그것뿐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으나 그들은 부조리하게 자신들을 덮쳐온 각종 재난에도 불구하고 희랍어라는 낯선 언어를 공부하는 시간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그 소중한 언어의 틀을 통해 자신들이 이 땅위에 발딛고 살아가야할 나름 합당한 이유를 제대로 발견해내게 되죠. 앞서 언급했듯이 희랍어에는 중간태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능동도 그렇다고 수동도 아닌 애매모호한 문법. 하지만 그들은 이 애매모호함 속에서도 자신들의 짓눌린 인생을 그럼에도 살아내야할 나름의 정당한 명분을 분명히 목도하게 되죠. 그렇습니다. 우리는 확실한 정답지없는 이 인생이란 여정을 그저 하나하나 전부 외워나갈수밖에 없는 겁니다. 마치 제가 그 모든 한자의 벽과 불친절한 발음들의 난립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한 언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마스터했듯이 인생 역시 이와 마찬가지라는 거죠. 그렇게 따져보면 제가 지레 겁을 먹고 스페인어와의 인연을 과감히 정리해버린 것도 어찌보면 너무 빠른 포기가 아니였나 뒤늦게 살짝 아쉬운 감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비록 우리가 타고난 초인이나 선택받은 금수저는 결코 아니라 할지라도, 설사 남들보다도 더 험난한 장애물이 그 앞에 놓여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때마다 상황을 봐가며 다르게 써야만하는 그 불규칙한 문법들처럼 우리에겐 조금은 다른 접근 방식이 그때마다 필요할뿐 결국엔 그 모든 불규칙들이 쌓이고 또 쌓여 마침내 인생의 마스터라는 그 궁극의 경지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설수도 있을테죠! 여러분들도 저처럼 미리 손쉽게 포기하시지 마시고 내 앞을 가로막는 그 수많은 돌발변수들을 그저 귀찮고 성가신 것으로 여겨 치워버리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애정을 주입해 마침내 진정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나가야할 하나의 도전과제로서 침착하게 마주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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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의 세상 - 제1회 사회평론 어린이·청소년 스토리대상 대상 수상작 사회평론 어린이문학 1
정설아 지음, 오승민 그림 / 사회평론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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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도 이벤트의 힘을 빌려 이렇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1942년 이제 막 독소전쟁이 발발하여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마구 잡아가던 살벌한 분위기의 소련 모병소. 하지만 그 인간의 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을 마귀들의 공간에 스스로 자원입대하겠다며 찾아온 앳된 외모의 소년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그레고리 페트로비치 불라토프였죠. 엔지니어의 꿈을 꾸던 평범한 소년의 인생을 이렇게 스스로 총을 쥐게할만큼 급격하게 뒤바뀌게만든 계기는 역시나 지금 한창 난리인 전쟁과 전혀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최전선에서 안타깝게 전사하고 말았고 가족들은 독일군에게 모두 학살. 그렇게 홀로 남은 소년은 복수를 다짐하며 모병소에 들어서 최전방에 보내줄 것을 당당히 요구하지만 그 냉정하던 모병관들조차 망설일 정도로 그의 나이는 너무나 어렸죠. 하지만 16세 소년 페트로비치는 마지막까지 고심하던 모병관의 승인을 받아 마침내 150보병사단에 배속되어 독소 양측이 서로를 죽고 죽이던 스탈린그라드의 지옥으로 향할수 있었고 이후 쿠르스크 전투, 바그라티온 작전, 오데르 공세 등 여러 굵직한 전투들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기어코 가증스러운 적들의 수도 베를린을 눈앞에 두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사단은 베를린 제국의사당에 붉은 깃발을 게양한 아주 유명한 명장면을 연출하며 2차대전 유럽전선의 마침표를 화려하게 찍게되지만 그 과정에서 처음의 사단 인원 중 보충된 병력을 제외한 최후의 생존 인원은 단 18명. 그리고 우리의 페트로비치도 그중 한명으로서 당당히 베를린 승전 사진에 얼굴이 실리게되고 이후 그간의 공적을 인정받은 소년은 소비에트 영웅훈장 수여와 함께 마침내 그리웠던 고향으로 금의환향하게 되죠. 하지만 그 영광도 잠시 매일매일을 술에 빠져 살던 소년은 영웅훈장이 무색하게 여러차례 민망한 사건사고를 저질러 보다못한 주코프 장군이 탄원서를 써줄 정도였지만 끝내 1973년 직장이던 공장 화장실에서 목을 매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150사단 최연소 생존병사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만겁니다. 흔히들 누구가와 영원히 이별한 슬픔을 맞이하면 그 고통을 잊어버리기위해 몸을 바삐 움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당장은 그 정신없을 정도로 바쁜 업무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상실의 슬픔을 잠시 다른 곳으로 치워둘수 있을지 몰라도 그 잠시 치워둔 슬픔의 파도는 언젠가 반드시 거대한 해일이 되어 빠르게 우리의 마음속을 잠식해나갈테죠. 그 어떤 명예와 훈장도 뒤늦게 몰려온 상실의 고통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었던 겁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젠가 맞이할 상실의 아픔을 바로 직시해야만 합니다. 이번 작품 속 이루의 형과 어머니가 애써 아버지의 죽음을 외면했던 것은 비단 그들이 냉정하고 차가워서는 결코 아니였을 겁니다. 그 슬픔이 너무나 크고 괴로웠기에 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괜찮다는 그 상징적인 행위들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집착해왔던 걸지도 모르죠. 하지만 죽은 아버지가 죽살귀신이라는 애매한 존재로 부활하여 이루의 앞에 나타났던 것처럼 그 슬픔과 고통은 언젠가 반드시 확정적으로 죽살하여 그들을 잔혹하게 덮쳐올 겁니다. 그것은 살아 숨쉬는한 결코 도망칠수없는 필멸자의 숙명.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건 그 어떤 소중한 것도 언젠가 사라질수 있다는 숙명과 제대로 마주하고 소중한 이를 영원히 떠나보내고 애도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것 뿐입니다. 그리운 아버지가 다시 돌아왔다는 기쁨도 잠시 이루가 그 모처럼 죽살한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위해 영원한 작별의 문을 찾아 바닷가로 향하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겠죠. 사랑했기에 오히려 그 소중한 이를 영원히 떠나보낼수있는 아픔과 각오와 당당히 마주할수있는 법! 어찌보면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그럼에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않은 아픔과 사랑으로 충만한 세상을 살아가는 그 따뜻 찌릿한 이루의 이야기를 통해 어리다고하여 결코 멀지않고 가볍지않은 죽음의 이미지와 무게를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받아들일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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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도 2 - 봉오동의 그들
방현석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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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도 역시 이벤트의 힘을 빌어 다시한번 돌아왔습니다. 2014년 에스토니아. 그곳에서는 아주 특별한 한 노병의 장례식이 아주 엄숙한 분위기 속에 거행되고 있었죠. 에스토니아 군계급으로 따지자면 일개 대위에 불과한, 그것도 실제로 다 복무한 것도 아닌 명예직의 개념으로서 후에 추서받은 한 예비역 군인의 장례식일뿐이었지만 무려 국방부 장관의 조문부터해서 수많은 군관계자들이 참석해 떠나가는 노병에대해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예우를 표시했으며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도 그를 에스토니아의 영웅으로 칭송하며 사망한 노병에대한 추모 분위기에 동참했죠. 하지만 또다른 한편에서는 국가적 규모로 진행된 이번 장례식과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에 강렬하게 반발하며 심지어 유럽인권재판소에 관련된 자들을 제소하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내비쳤으니 그들의 정체는 바로 에스토니아에 거주하는 러시아계 주민들과 그들의 본국 러시아. 한 노병의 사망소식을 두고 이렇게 극명하게 두편으로 갈린 근본적인 갈등의 이유는 이번 장례식 선두에 선 노병의 훈장 목록들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생소한 훈장들 가운데 밀리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를수가 없다는 선명한 검은색의 십자가 모양의 훈장. 그렇습니다. 노병 하랄드 누기섹스의 정체는 바로 과거 2차대전 시절 독일군 친위대로 복무한 에스토니아인 자원병이었던 겁니다. 그가 젊은 청년이던 시절의 조국 에스토니아는 불과 얼마전 기습적으로 진행된 소련의 침공으로 허무하게 멸망해 병합당하고 말았고 얼마뒤 다시 그 비극의 땅으로 가증스러운 소련군들을 몰아내며 새로운 강자 독일군이 진격해오자 그는 선택하기로 합니다. 독일의 군복을 입고 소련군과 맞서싸워 조국의 독립을 쟁취해내기로. 그는 험난한 동부전선의 전장에서 맹활약해 아무나 못받는다는 철십자훈장까지 수여받으며 훌륭한에스토니아인의 본보기로서 여러번 선전되었으나 그것도 잠시 곧바로 다시 전세가 역전되며 독일의 패망이 다가오자 그는 파르티잔들에게 포로로 붙잡혀 소련으로 강제압송당하고 말죠. 하지만 불행중 다행인지 소련 치하에서 반역자이자 파시스트에 불과했던 그는 총살형을 당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수년의 혹독한 시베리아 노역 끝에 살아남아 무사히 고향에 돌아올수 있었고 마침내 소련이 붕괴되고 조국 에스토니아가 독립을 되찾자 이렇게 예비역 대위 계급까지 추서받으며 전국가적인 영웅으로 추앙받게 되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를 단순히 시대의 불운을 한몸에 떠안은 비운의 영웅으로 칭송하기에는 여러모로 찝찝한 점이 많습니다. 제아무리 소련이라는 최대의 적이 바로 눈앞에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인류사 최악의 범죄를 자행한 나치 정권에 부역한 친위대 소속이라는 것. 게다가 설사 독일이 승리해 소련을 완전히 패배시킨다 하더라도 그가 원하던 조국 에스토니아의 완전한 독립을 향한 시나리오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게네랄플란 오스트. 독일이 승리했을시 현지주민들을 조직적으로 학살해 그 빈땅을 모두 독일인들이 차지하게 만든다는 아주 무시무시한 계획으로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에스토니아인의 절반 역시 미리 학살의 대상으로 올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노병의 친위대 복무기록은 어쩔수없는 약소민족의 차악의 투쟁이 아닌 그 속내도 모르면서 제발로 늑대의 입안으로 들어간 어리석고 순진한 과오로 해석될수도 있다는 거죠. 하지만 그 당시 일개 청년에 불과하던 그에게 독일이 승리했을시의 미래나 세계정세같은 것을 모두 예상하고 판단한 다음 그 길을 선택했어야 한다며 질책하는것 역시 너무나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지난날 우리 사회를 쓸데없는 갈등과 분열로 몰고갔던 홍범도 장군에대한 논란을 떠올려 봅시다. 우리의 지난 과거사가 소련과 공산주의에대한 기억이 그닥 좋다고 할수는 없지만 그 트라우마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오는 시기는 1945년 해방 이후. 그러니 제아무리 홍범도 장군이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뼛속까지 새빨간 철저한 공산주의자라 할지라도 1943년에 생을 마감한 그에게 이후의 비극에대한 원죄를 하나하나 따져물을수는 없을테죠. 게다가 홍범도 그 자신도 투철한 공산주의자가 아닌 그저 평생을 애매한 위치의 경계인으로 살아올수밖에 없었던 상처많은 투사에 지나지 않았기에 우리는 이 쓸데없는 이념 논쟁의 터널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그 길고 긴 터널에서 간단하게 벗어나는 방법은 대체 무엇일까요? 우리는 보통 위인이라고 알려진 인물들에대해 전혀 오류도 없이 살아온 청정하고 완전무결한 인물들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대체로 그런 인식들은 사실에 부합하는 경우들도 많으나 위인들도 사람이고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마침내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 인생역전의 사례도 무수히 많기에 이런 대중의 완전무결한 인식에 오류를 일으키는 감추고싶은 흑역사들과 마주하다보면 앞선 홍범도 논란같은 걷잡을수없는 흑화의 길로 빠져들고 마는 걸테죠. 그러니 우리는 이제라도 제대로 인지해야만 합니다. 그들이 태어날 때부터 영웅의 기질을 타고난 선택받은 인물이 아닌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그 모든 오류와 한계를 이겨내고 마침내 극복해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간 진정한 인간승리의 화신들이라는 걸. 이번에 소개할 소설 범도라면 그 인식의 전환을 제대로 이끌어낼만한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작품은 역사적 고증에 철저한 무오류의 저작물이라고 할수없습니다. 그도 그럴게 이 작품은 엄연히 픽션인 소설이니깐요.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기존의 딱딱한 저작물들에선 찾아볼수없었던 시행착오 가득한 한 고독한 인물이 그럼에도 도저히 포기할수없는 목표를 향해 조금씩 전진하는 위대한 영웅의 가시밭길을 제대로 목도할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배고파서 어쩔수없이 군에 몸을 담았고 나중에는 옆에 쓰러젼 전우들의 복수를 위해 총을 잡았지만 점점 격동의 현장에 서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저 눈앞의 오늘을 살기 바빴던 청년의 가슴 속에 독립이라는 가슴뜨거운 목표 하나가 불타오르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것이 비록 그리운 고국을 떠나 소련이라는 낯선 땅에서 생을 마감하고야마는 평생 이룰수없는 불가능한 꿈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직업은? 의병. 입국 목적은? 고려 독립. 비록 그 자신은 그렇게도 원하던 조국의 독립을 끝내 보지못한채 외로운 이국 땅에서 눈을 감고 말았지만 마침내 조국의 독립도 실현되고 그의 묘도 그리운 고국으로 이장된 지금, 배부른 후손들의 쓸데없는 논쟁은 잠시 제쳐두고 그때 그 서릿발 칼날진 그위에 서야만했던 한 외로웠던 포수의 비좁은 시야 속으로 다시 되돌아가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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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보면 알지 - 호랑수박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74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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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역시나 이벤트의 힘을 빌려 다시한번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바로 이지은 작가님의 신작 그림책 먹어 보면 알지. 제목만 보면 어디 맛있는 먹방이라도 찍으러갔나 싶을 정도로 군침이 절로 흐르는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표지에서도 눈치채셨을테지만 이번 작품은 한편의 훌륭한 공포스릴러가 다분히 첨가된 아주 으스스한 이야기입니다. 대체 어떤 치명적인 비밀이 숨어있었길래 생명체로서 기본적인 욕망인 식욕이 이토록 목숨마저 위협할 정도의 대형 사건사고를 초래하는 트리거가 되고 말았을까요?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요즘처럼 땀이 홍수처럼 쏟아지던 무더운 어느날. 숲속을 헤매던 호랑이는 탐스럽게 익은 수박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마침 목도 말랐겠다 갈증도 해소할겸 입 딱 벌려 그 커다란 수박 한입을 베어무려는 그 순간. 어디선가 제발 자신을 먹지 말라는 애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죠. 그렇습니다. 그 간청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지금 당장이라도 호랑이 입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위태로운 위치에 놓여있던 수박 본인. 하지만 곧이어 나를 먹으면 무시무시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수박의 허세가득한 경고가 내심 그의 도전욕구를 자극했는지 결국 수박은 호랑이의 거침없이 큰 뱃속으로 쏘옥 빨려들어가고 맙니다. 그렇게 맛있게 한끼 식사를 마친 호랑이. 이제 남은 일은 달콤한 과즙의 여운을 잔뜩 만끽하며 여유롭게 한숨 쿨쿨 낮잠이라도 자는 것뿐일테지만 불운하게도 호랑이에게 그런 하루는 더이상 오늘의 계획표로 존재할수 없었습니다. 난데없이 숲속의 온갖 동물들에게 정신없이 쫓기고마는 호랑이. 정확히는 자신을 호랑이라고 주장하는 수상쩍은 수박 한통만이 굴러다니고 있을뿐이지만 말이죠. 과연 호랑이 호소인(?) 수박은 자신의 꿀맛같은 과즙을 노리는 수많은 입들로부터 벗어나 이전의 늠름한 호랑이근육 몸매를 다시 되찾을수 있을까요?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사건의 개요입니다. 어찌보면 동화나 설화에서 흔히 찾아볼수있는 불운한 함정과 몸통 바꿔치기 일화라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번 이야기를 단순한 난리 대소동으로 도저히 해석할수 없겠더라고요. 얼마전 수도권 도심을 뒤덮었던 러브버그 대란. 본래라면 이 러브버그를 자연의 누군가는 적절하게 먹어치워야만 했지만 아직 우리 생태계의 낯선 초대손님이었던 이 친구들을 포식자 그 누구도 감히 건들지 않았기에 최근 몇년의 대발생이 연이어 반복되고 말았던 겁니다. 마치 처음의 살벌한 경고의 한마디를 과감하게 날렸던 주제모르는 수박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런 외래종들의 물만난 초심자의 행운도 어느순간 시간이 흘러 고유종들이 그 낯선 친구들을 한입 두입 뜯어먹기 시작하면 그들도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순환에 들어가 브레이크를 모르고 폭주했던 개체수의 홍수에서 빠르게 벗어난다고 합니다. 이전에 우리 모두를 충격과 공포로 몰고갔던 황소개구리의 습격이 어느순간 잠잠해진 것처럼 말이죠. 건방진 수박을 한입 베어물었더니 불운하게도 수박이 되어버린 호랑이. 이 구도를 단순한 호랑이의 재난이 아닌 낯선 수박이 호랑이의 입을 통해 숲속 모든 동물들이 이건 먹어도 괜찮다고 인식하게된걸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이건 꽤 괜찮은 은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수박이 된 호랑이가 잡아먹힐 위험에 벌벌 떠는 것을 마냥 같이 두려워하며 숨죽이며 지켜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감히 주장해봅니다. 물론 냉혹한 야생의 먹이사슬도 잡아먹히는 쪽에서는 그저 끔찍한 비극에 불과할 뿐일테지만 그렇다하여 사냥당하는 동물이 불쌍해 포식자를 내쫓는다면 그것은 인간의 불합리한 개입에 지나지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 불쌍한 호랑이가 팥할멈이라는 든든한 조력자의 힘을 등에 업고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기사회생한 그 순간만큼은 우리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지만 자신이 절대적 안전지대에 무사히 발들였다 느낀 바로 그 순간이 다름아닌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일줄 그 누가 알았을까요? 저 위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팥할멈의 한마디. 그것은 이 모든 꼬인 이야기의 시발점이자 인간의 개입이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갈대같은 변덕에 불과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이 책의 오싹오싹한 제목이었죠. 여러모로 많은 뜻이 내포되어있는 팥할멈의 먹어 보면 알지~. 결국 우리 불운한 호랑수박은 팥할멈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다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고만 것일까요? 하지만 우리 인간들이라하여 문명세계라는 극장에 앉아 그저 관람객들처럼 여유롭게 야생의 약육강식을 감상하고 있어서는 안될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의 어딘가에 수수께끼처럼 숨겨져있다는 머리 두개달린 용. 그 어느 것이라도 좋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우리를 침공할 미래의 외계인 군단일수도 있고 새롭게 이 지구상에 출현할 인류의 강력한 라이벌일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외부의 위협보다도 훨씬 더 위험한 것은 바로 내부에서 조금씩 조금씩 커져만가는 오만과 욕심. 그 우리들 안에서 점점 증식하는 검은 괴물들을 경계하기위해 이 머리 둘달린 용이라는 메시지를 살짝 숨겨놨다고 한다면 너무 나간 해석일까요? 저는 감히 그 해석이 결코 과하지않다고 강하게 외치는 바입니다. 최근의 러브버그 대란부터 누구든 포식자가 되고 사냥감이 될수있는 생태계의 냉혹하면서도 평등한 법칙까지 슬기롭게 일깨워준 한여름 밤의 수박 대소동. 여러분들도 이 무더위이겨낼 맛있는 수박 한입 베어물면서 어쩌면 나도 그 수박처럼 베어물릴지도 모르는 위대한 대자연의 순환 한가운데에 과감히 점프해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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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혁 지음 / 에듀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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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에서 펼쳐지는 마법의 불꽃! 그 마성의 불꽃을 소환하기 전에 미리 통과해야할 두근두근 필기시험 합격증을 2026 에듀윌 피복아크용접기능사 한권끝장과 함께 당당히 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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