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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안녕하세요. 이번에도 역시 이벤트의 힘을 빌려 돌아온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 리뷰입니다. 어느 나라나 다 그렇지만 육지와 따로 떨어진 섬이란 언제나 순탄할수만은 없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하와이, 코르시카, 시칠리아, 타이완, 그리고 오키나와. 모두들 각자의 독자적인 국가와 문화를 가진동시에 소위 본토인들로부터 알게모르게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기도 했던 역사가 잠들어있는 섬들이죠. 불합리한 제약이 늘어날수록 섬의 주민들은 점점 움츠러들고 폐쇄적으로 묶일수밖에 없었고 혹자들은 그걸 또 섬만의 꽉 막힌 문화로 비꼬고 질타할지도 모르겠으나 육지에 묶인 섬은 스스로 그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고 육지의 혼란이 있을때마다 갑작스럽고 잔혹한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것은 언제나 바깥의 사정에 무지한 무고한 섬의 주민들이었습니다. 멀리가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제주 역시 이러한 아픈 역사의 패턴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경험해왔죠. 몽골의 말발굽 아래 온 국토가 신음하고 무신정권의 잔당들이 섬에 들어왔을땐 서로를 반역자로 부르며 죽고 죽였으며 세월이 흘러 그 몽골의 잔당을 섬에서 몰아내고자 조정에서 토벌군을 보냈을땐 살아남고자 자신이 몽골과 관련되어있지 않다는걸 필사적으로 증명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대원이라는 본관을 유지하는 몽골계 귀화성씨들은 현재 제주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고 하네요. 그리고 멀지않은 과거에 또하나의 슬픈 비극이 제주의 민중들을 덮쳤었죠. 해방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빨갱이니 뭐니하며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문자그대로 청소해버린 끔찍한 사건. 그 삶과 죽음을 가르는 기준은 지극히 자의적이었고 살아남은 이들 역시 생존의 기쁨보다 자신들에게 닥쳐온 그 불합리하고 참혹한 비극에 그저 절규하고 괴뢰워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비극을 슬퍼할 새도 없이 세상은 너무나 빠르고 극적으로 변해가기 시작했고 살아남은 이들이 가슴속에 죽은 이들뿐만 아니라 자기자신도 묻는 동안 그렇게 사건은 역사책속 무미건조한 문장 중 하나로 조용히 잊혀져갔죠.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쉽게 그 모든 비극들에 작별 인사를 건네도 되는 걸까요? 여기 그 속절없이 흘러버린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완전히 뒤집어 극복하려는 무모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본작에 등장하는 영화감독 인선과 작가 경하에의해 진행된 추모 기획. 먹칠한 말뚝들이 박힌 대지를 거대한 흰천이 내려와 덮는 짧은 영상. 비록 그 각각의 소재들이 뜻하는 구체적인 의미는 정확히 알수없고 영상을 찍는 동안 멀리 떨어진 이가 다른 곳에서 목격되고 죽은 생명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등의 기괴하면서도 신비한 체험이 연이어 벌어지지만 단 한가지만은 분명하게 알수있었죠. 그것은 바로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을 어떻게든 마주해 감싸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싶다는 그 진심. 비록 그들의 육신은 이미 썩어 없어지고 그들과 실제로 마주했던 이들 역시 하나둘 스러져갈지라도 언제 어디서든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고자하는 이들이 존재하는한 그것은 이미 흘러가버린 역사가 아니라 우리 곁에 살아숨쉬는 친근한 이웃이며 흔들림없는 정신입니다. 요새 경제, 사회 전반적으로 혼란이 지속되고 슬픈 재난들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지만 그 드넓은 흰 천이 머나먼 과거의 상처들도 넉넉히 덮었던 것처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우리를 괴롭게하는 그 모든 비극과 상처들에 눈돌리지않고 그들과 함께 슬퍼하고 이겨내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길 이번 한강 작가님을 함께 읽는 소중한 기회를 통해 간절히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