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겠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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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면회를 한다면, 격리가 제대로 되겠어요?"
영아는 검푸르고 장대한 얼음 절벽과 마주 선 기분이었다. 석주가 입원한 음압 병실이 지구 반대편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슈퍼 전파자‘란 단어만큼이나 ‘가해자‘란 단어도 피해자인 환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잘못된 시선입니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메르스 환자는 없습니다. 전염을 시켰다 하더라도, 환자는 피해자이면서 피해자인 메르스 환자입니다. 다시 강조합니다만, 감염시켰느냐 감염되었느냐 하는 것은 가해와 피해의 기준이 아닙니다. 이 부분을 꼭 고치셨으면 합니다.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다. 벽에 기대 가슴을 치며 숨을 몰아쉬었다. 기침이 쏟아지는 바람에 두 무릎을 꿇었다. 이마에 흙이 묻을 정도로 속 깊은 기침을 해 댔다. 뒤통수가 서늘했다. 고개를 들곤 거리를 살폈다. 오가는 행인들이 모두 감시자 같았다. 창살 없는 거대한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

내가 오래 전 들른 나비 방을 다시 떠올린 것은, 첫 번째 문이 닫혀야 두 번째 문이 열리고 두 번째 문이 닫혀야 세 번째 문이 열리는 식으로 여섯개의 문이 열리고 닫혔다는 누군가의 회상을 들었을 때였다. 그 문안에는 나비보다도 훨씬 소중한 이가 있었다.

대함이 환자이동침대를 밀며 문을 나섰다. 세 명의 의사가 나란히 서서 그 뒤를 따랐다. 영아는 그들로부터 3미터 정도 떨어져 걸었다. 문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개까지 차례차례 열렸다. 마지막 문이 열리자, 사진을 찍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인간 김석주의 감금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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