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겠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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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환자는 늘어만 갔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정한 밀접접촉의 범위를 훌쩍뛰어넘어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이는없었다. 그물은 헐거웠고 바다는 아득했다. 시간을 끌수록 바다는더 넓어져만 갔다.

설마 환자가 또 오랴!
방심을 부수고, 중첩된 우연을 가르면서,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퍼지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가 그물망을 넓히기 하루 전에 메르스가 서울로 재입성한 셈이다. 전야의 무방비였다.

병달은 이렇게 숙자의 삶이 끝난 자리에서 일기를 시작하여 10년을 이어 왔다. 첫꽃송이는 공책을 바꿔 들고 2015년 4월 25일로 다시 돌아갔다. 그 뒤로 아무것도 적지 않은 백지가 열 장 정도 남았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이어 공책을 채워 나갔듯이, 나도 아버지를 이을 수 있을까. 이 빈 자리에 ‘시작‘이라고 써넣을 수 있을까.

"첫꽃송이 씨! 조금만 더 힘을 내 주세요. 당신이 살고 또 막내 이모부를 비롯한 친척들이 살아야, 화목이 결코 죄가 아니란 게 증명됩니다. 난 꼭 당신을 살릴 겁니다."

경미는 병실을 나가려다가 멈춰 서서 고개만 돌렸다. 조지 해리슨의 또 다른 명곡 <Here Comes The Sun>의 악보를 펼쳐 놓고 연주를 흉내 내던 석주가 두 손을 멈춘 채 쳐다보았다. 경미가 엄지를든 채 주먹을 쥐자 석주도 똑같이 따라했다. 그들은 메르스란 적군과 맞서 싸우는 전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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