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휴먼스 랜드 (양장) 소설Y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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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Y클럽

마지막 미션, 바로 서평이다.

가끔, 바쁘게 돌아가는 활기찬 서울을 걸어가며

"이 도시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소설에서 지구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인구가 줄고, 먹을 것이 줄고, 점점 황량해지게 된다.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먹을 곳이 많은 곳, 그나마 괜찮은 곳에 모여 산다.

UN에서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한다.

식량 생산이 어려워 사람들이 점점 떠나고 있는 나라나 도시를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해, 그곳에는 아무 사람도 남아있지 않도록 해서, 그곳이 완전한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자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노 휴먼스 랜드 조사단이다. 책의 시작에서 그녀가 처음 파견된 구역은,

대한민국 서울이었다.

주인공의 할머니는, 서울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이터널 플랜트'회사를 만들었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한국을 떠나야 했다. 그녀가 들려주던 서울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 조금 많이... 달랐다.

"새였어요! 하얗고 커다란 새요!"

하늘은 이미 비어 버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새와 크리스를 삼켜 버렸다. 우리는 멍청한 표정으로 새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본다. 선뜻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한다. ···나는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눈앞에서 크리스가 하늘로 사라지는 광경이 머릿속에서 되풀이된다.

91p

책은 반전에서 반전을 거듭하며 연신 독자들에게 흥미진진함을 선사한다 (....)

주인공의 이름마저도 독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장치이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탄탄한 설정과 세계관, 변한 지구의 모습과 그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또, SF 소설의 특징들도 빠짐없이 즐거움을 준다. 수상한 박사의 잘못된 연구는 SF만의 클리셰이자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특히, 뻔한 클리셰가 아닌 SF만의 시선으로 접근한 재미가 좋았다.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미모의 우주비행사 X이다. 악당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조연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분이야말로 반전의 클라이막스를 찍은 인물이 아닌가 싶었다.

굳이 스포일러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 정체는 밝히지 않기로//

전형적인 아포칼립스 판타지가 아닌, '지구가 망가진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지구가 망가진다면'이라는 상황에서, 우리는 서로 무엇이 옳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매우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새로운' 것들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 중에서도, 주인공은 할머니와 공유하는 '한국'을 통해 '과거'에서 '지금'에 필요한 점을 찾아낸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SF의 가장 큰 매력인, '과학적인'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조금은 현실처럼 다가오는 이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 책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점이 기뻤다. 그래, 이 맛으로 SF 읽는 것 아닐까?

책의 전개에서 빠질 수 없는 식물, '플론'은 '파란 막대사탕을 닮은 꽃'이 달린 식물이라고 묘사된다. 어째 나는 '알리움'이 생각나서 읽는 내내 알리움 생각을 했다. 파란 알리움이 정말 있다면, 신기할 것 같다.

나는 부드럽게 주먹을 쥐고 천천히 일어나 걸음을 옮긴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지만 평온한 표정을 유지한다. 곳곳에 자리한 정육면체 거울의 위치를 파악하고 사각지대를 찾아 헤맨다. 아주 느긋하게. 영원히 걷기만 할 사람처럼.

261p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점은,

똑같이 어려운 상황이 주어져도, 그 안에서 그리워하는 것, 옳다고 믿는 것들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방법으로 문제와 싸워 나가는 여러 사람들이 모습이 많은 생각을 주는 것 같다.

또, 읽다 보니 김초엽 작가님의 '므레모사'와 '지구 끝의 온실'이 많이 생각났다.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아마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SF에 입문하기 딱 좋은 책들이 아닌지, 싶다.

이상 김정의 '노 휴먼스 랜드' 책 리뷰였다.

비록 가제본을 제공받아 읽었다지만, 정말 솔직하게 서평을 썼다.

정말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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