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연장통 -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증보판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제는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이다. 따라서 각 연장이 모두 사람에 관한 것이라 생각되었는데 일부는 다른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의 글은 다른 매체에서도 가끔 읽은 것 같은데 우리의 본성을 진화의 렌즈로 들여 보게 해주니 당연 흥미를 돋우기도 하지만, 필자의 글솜씨도 대단해서 흥미를 더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재미있게 쓴다는 사실을 매 주제(연장통)마다 느낀다.

 

추천사를 쓴 최재천교수에 의하면 저자는 한국에서 최재천교수의 지도아래, 미국에서는 욕망의 진화등을 쓴 데이비드 버스 교수의 제자였다고 한다.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중의 하나는 진화심리학 또는 진화생물학이 단지 심리학이나 생물학의 한 분야가 아니라 생물학과 심리학뿐 아니라 인지과학, 인류학 등을 포함하여 인간의 본성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범학문적 분야라는 것이다. 다른 분야의 학자들은 얼마나 동의하는지 모르겠다.

 

일반인들은 흥미위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임에도 학자들이 진화적 가설들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고안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짐작된다. 아마 이 새롭다는 분야도 선행연구와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서 주도하게 될 것이다.(참고문헌이 모두 영어로 작성된 것이고, 아시아인 저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약간 게름직하게 느낀 것은, 최근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역시 신생학문 분야 중의 하나인 뇌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진화심리학 역시 그 열매는 어쩌면 상품을 더 많이 팔기를 희망하는 기업이 가져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저자가 맺음말 진화는 토대이다에서 길게 소개한 것이 바로 대중의 상품 소비행태를 진화적 측면에서 설명한 것이며 그 내용은 마케팅 연구 저널에 발표된 내용이라고 한다. 진화심리학과 뇌과학이 자본주의 체제내의 우리모습 중 일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자본주의가 이런 식으로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이 발달하도록 유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자본 앞에서는 모든 것이 흡수되어 버리는둣하다. 뇌과학이던 진화심리학이던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자유를 늘이고, 고통은 줄이는 데 이바지해야 마땅하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열여덟 번째 연장 도덕의 주기율표는 희망을 준다. 저자는 도덕적 분류체계에서 조너선 하이트(‘바른 마음의 저자이다.)가 분류한 도덕성의 요소를 들고 인류가 서로 이해하고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서는 상대(예로, 진보는 보수, 보수는 진보가)가 어떤 도덕적 요소를 더 중요시하는지 이해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동양에서 집단에 대한 충성이 더 서양보다 더 강조된 까닭은 동양에서 전염성 병원균이 더 득세했다는 환경적 차이라고 설명한다. (동서양의 차이를 설명하는 생각의 지도’(리처드 니스벳 저)에서는 동양이 주로 한중일 3국을 가리키는데 동양은 쌀농사가 발달하여 집단의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기억된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드는 느낌은 진화심리학 또는 진화 생물학이 흥미는 있지만 너무 자세히 알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내가 아는 만큼 다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 일 것이다. 2층 창가에 앉아 거리의 사람들을 보는 것은 좋지만, 그들도 역시 나를 관찰하며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다 짐작한다는 것은 별로 유쾌하지 않겠지. 우리는 서로 모른 척하는 예의를 발달시켜오지 않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