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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의 수수께끼 ㅣ 밀리언셀러 클럽 82
아베 요이치 외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수록된 작품들 모두 특유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끈적이는 애증과 질투, 분노, 탐욕 같은 감정과는 약간 거리를 둔 소재들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다른 리뷰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이 소설은 대체적으로 단체(국가는 아니다) vs 개인 의 구도로 전개해 가는 특징 때문에 아마 청색이라는 분류로 묶은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푸른 침묵'과 '터닝 포인트' 그리고 '온천 잠입'을 흥미진진하게 봤다.
'푸른 침묵'은 현실적으로 보면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없진 않지만, 평범한 사람이 위기에 빠지게 되면 얼마나 정의로운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위험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면 과연 용기를 낼 것인지 아니면 도피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줬다. 옛날 이야기 중에 아버지가 자신의 우정을 보여주기 위해 죽은 멧돼지를 갖고 친구집에 방문해서 사람을 죽였으니 숨겨달라고 말하자, 기꺼이 숨겨주던 친구를 보고 아들이 감동받았다는 게 떠올랐다. 아마 이 에피소드의 여자 주인공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작가의 이야기 중 하나가 이게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만약 억울하게 죽게 된다면,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끝까지 사실을 밝혀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것? 그리고 엔딩도 마음에 들었다. 현실성이 좀 떨어진다고 해도, 이미 현실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사람으로써 희망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이 소설까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터닝 포인트'는 현대적인 범죄-신용카드 관련-와 직업-백화점 보안사-을 소재로 다루면서, 적절히 비현실적인 로맨스 요소도 버무리는 성공한 작품이다. 사실 잘 보면 이 에피소드는 일반 로맨스 소설과 거의 비슷한 주인공들에 배경들 그리고 이야기 전개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작가가 솜씨있게 스릴감있게 잘 쓰고 소재들도 기발하고 흥미진진한 것들이라, 로맨스는 양념이고 범죄수사가 주가 된 멋진 작품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소설 도입부분부터 엔딩부분까지 서서히 장밋빛으로 물들어 가는 화선지를 보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온천 잠입.' 일단 좀 웃고 시작하자. 으하하하!
이것은 스토리만 보면 절대 웃을 수 없는 우발적 살인에 대한 이야기인데, 작가가 정말 사람 심리와 상황 설정을 교묘하게 잘 써가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일품이라, 마지막에 가면 어느 순간 웃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이 소설은 설명해봤자 소용없다. 직접 읽고 작가의 술술 풀어가는 글솜씨를 봐야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