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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조 -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송섬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평점 :

이렇다 할 유년기의 기억이 없이 스물넷이 된 '나'.
평일엔 회사에 나가고,
주말엔 두 마리의 고양이와 놀며
무색무취한 일상을 살아간다.
고양이 '설리'를 잃어버린 추운 겨울,
한 술집에서 고양이를 찾게 되고
그렇게 '나'는 술집 사장 '조'를 만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집에 '아저씨'가 나타난다.
"미처 벽에서 다 나오지 못한 듯한 자세로
모퉁이에 딱 붙어 있"었다.
그런 그를 보기 위해 '조' 또한
'나'의 집으로 향한다.
*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송섬 작가의 『골목의 조』.
소설은 자의와 타의가 합쳐져
세상과 동떨어져 사는 20대 청년의
조용한 성장을 그린다.
'나'의 고립된 공간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온 존재들은
흘러나갈 때조차도 발자국 소리 하나 남기지 않았다.
'나'는 마치 산산조각 난 조각들을 붙여 놓은 그릇 같았다.
아주 사소한 힘으로도 다시 조각나 버릴 것 같은.
그런 '나'를 단단하게 만든 건,
'만남'과 '이별'이었다.
*
나는 이렇게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작품을 좋아한다.
수많은 결핍으로 빚어져 조금은 우울하지만,
그 우울이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는 듯
그저 무덤덤하기만 한 주인공.
어제와 너무나도 똑같은 매일을 살아왔지만
어제와 조금은 달라진 오늘에 숨통이 트이고
조금 더 다른 내일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오늘이 지나가면 내일이 오는,
소름 돋도록 비슷한 매일에 익숙해져서일까.
기승전결이 너무 완벽한 이야기는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어제에서 오늘로 이동하는
지루하고도 익숙한 패턴 속에서
오늘의 내가 조금 더 단단해졌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내일의 나는 어디쯤에 머무르고 있을지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상상해 본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둘 중 하나에서 다른 쪽으로 넘어가는 것은 전환이다. 마치 깊은 우물 바닥에 놓인 카드를 뒤집는 것처럼 조용하고 상징적인 전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카드가 팔랑 뒤집어지고 나면 그 이후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 P18
"나는 긴 줄에 서 있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줄이야. 늘 그 줄에 서 있었어. 그 줄에 끝이라는 게 있을까 따위는 고민해 본 적도 없었어. 그런데 언젠가부터 저 멀리서 어렴풋이 끝이 보이는 것 같은 거야. 그 줄에 끝이 있다는 걸 알자마자 나는 두려워져. 줄에서 빠져나가고 싶은데, 아무도 나가지 않아. 나만이 나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지. 그리고 문득 그 줄의 끝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아." - P86
산다는 것이 마치 이야기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언젠가 조는 말했었다. 이쯤에서 의미 있는 대사를 던져야 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고. 그러지 않으면 슬슬 졸작이 되어버릴 텐데, 도대체가 할 말이 없어서 문제라고. 사는 것 자체에 그다지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 P161
네가 죽은 다음 시간은 흐르지 않게 된 것 같았어. 애써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갈비뼈 아래 숨겨두었던 사실을 꺼내놓듯 조심스럽게. 부딪혀 돌아오는 목소리를 듣기 위해 잠시 숨을 죽였다. 바람이 부드럽게 창틀을 밀어 창문이 덜컹거렸다. 마음은 불타는 것처럼 아팠다. - P211
앞으로도 종종 슬플 거야. 어떤 날은 유독 많이 슬프고, 헤어 나오기 힘들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야.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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