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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 ㅣ 그늘 중편선 5
이서도 지음 / 그늘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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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살고 있던 이 행성에 다른 생명체가 나타났다. 멀리 떨어진 한 행성의 수명이 다하여 소멸하고, 그 행성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으로 이주해 온 것이다. 정보가 없었던 우리는 그들은 ‘저니’라 불렀다. 그러나 다른 종족의 출현에도 공식적인 발표도, 이들을 받아들일 정책 마련도 없었다. 마치 존재 자체를 거부하듯, 그들은 “무관심 속에서 그들의 방식대로 살아남거나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아야 했다“.(p.17)
한편, 식품 회사에서 독성 시험에 쓰일 실험동물들을 입고 및 관리하는 일을 하는 ‘나’는 어느 날 사라진 선배를 항상 떠올린다. 선배는 어려서부터 최선의 판단을 위한 감정 배제 교육을 받으며 자란 우리들과 달리 감정적이었다. 선배와 함께 일하던 시절, 선배에게 실험동물을 폐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렇게 "선배는 인간 네 마리를 죽여야 했다."(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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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은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p. 15)
소설을 읽으며 너무나 당연하게 '인간'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생태계의 중심일 거라 지레짐작했던 내 모습이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물론 인간인 내가 인간 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오만한 사고방식이 소설 속 모습처럼 결국 지구를 멸망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사실 지구의 입장에서 인간은, 그저 가장 뒤늦게 등장한 하나의 종에 불과한데 말이다. 그렇기에 소설 속 인간의 위치를 확인한 순간, 나의 섣부른 판단이 더욱 부끄럽게 다가왔다.
감정을 배제한 채 오직 이성적 판단과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소설 속 행성의 사람들과, 감정을 중심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인간의 모습은 겉보기엔 매우 상반되어 보인다. 어떻게 감정을 통제하고 이성만으로 사회와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문득, 이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모습 모두가 실은 우리 인간 내면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냉정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인을 위해 감정적이고 이타적으로 변하기도 하는 존재다. 그저 처한 상황과 대상에 따라 내면의 다른 얼굴을 꺼내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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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 결정에 ‘나’ 이외에 대한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 감정이 끼어들면 최대의 이익을 만들기 위한 판단 과정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 P21
실수는 오로지 감정이 개입했을 때 발생한다. 우리는 실수할 때마다 스스로 들여다보라는 말을 듣는다. 네가 한 판단을 거꾸로 되짚어보았을 때, 개입한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내라고 했다. 전부 중요하지도 않은, 부수적인 요소였고, 결국 최고의 선택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 P21
손아귀에는 죽음이 남아 있다. 여리게 전해지던 떨림은 잦아들다 몇 초 뒤 순간의 전율처럼 강한 발버둥과 함께 지워진다. 숨이 멎은 몸통에서 손을 떼보아도 온기와 작은 진동은 오랫동안 머무른다. 핀이 살아 있었음을 알리는 것처럼. - P31
마음 어딘가에서 무언가 자라나는 것이 느껴졌다. 질투. 그건 질투였다. 나의 모난 마음의 형태는 질투라는 감정과 닮아있었다. 선배의 감정을 가까이서 바라본 나는 어쩌면 그를 닮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모난 형태 위로 순간 부끄러운 감정이 옅게 스쳐 지나갔다. - P61
보고, 듣고, 느낀다. 일차원적인 감각의 영역은 우리도, 인간도 가지고 있다. 다만, 인간은 확장한다. 단순히 자기가 보고, 듣고, 느끼는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라는 개념이 추가된다. 그들의 감각은 확장되어 ‘타인‘에게 보여 주고, ‘타인‘에게 들려주고, ‘타인‘이 느끼게 한다. - P98
요새는 누군가의 말에 이해한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나라는 사람이 내 옆의 사람을, 조금 떨어진 사람을, 다른 국가의 사람을, 또 머나먼 누군가를……. 이해라는 단어로 타인의 생각, 삶을 내 멋대로 정의 내리는 건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한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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