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시대의 종말
비비언 고닉 지음, 홍한별 옮김 / 엘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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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언 고닉 작가의 비평 에세이, 『연애 시대의 종말』은 20세기의 다양한 문학 작품 속 ’사랑‘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탐구한다. 옛 동화 속 엔딩처럼 “그렇게 그들은 결혼을 하고, 평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사랑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고 말한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 속 공주님들의 모습은 현대 문학 속에서 힘을 잃었고, 작가는 이제 ‘사랑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가는 문학 작품 속 ‘망한 사랑‘들을 통해 ’사랑의 한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이래도 사랑만으로 삶을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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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릇된 촉매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축소해버린다.“(p.190) 이 문장을 만나고 망치로 머리를 쾅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최근 몇 년간 나는 ‘사랑이 전부다’라는 생각을 하고 지냈다. 기본적으로 사랑은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물론 책을 읽고 난 지금도 그것이 틀렸다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곪아버린 상처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 ‘사랑’이라는 너무나도 고귀한 그 단어 뒤에 숨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그 지난한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감정 소모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마음에,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 얼버무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작가는 사랑의 감정 그 자체가 옳다 그르다를 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 자신을 구원해주리라고 생각”하는, 즉 사랑이 인간의 복잡한 내면세계의 문제까지 전부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소설 속 인물들의 어리석음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사랑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자아를 찾아가는 도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사랑이 문제 해결에 있어서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 삶의 문제에 있어 몇 가지 정도는 사랑으로 덮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렇게 얼버무려버린 문제들은 하나둘씩 눈덩이처럼 불어나 언젠간 나를 형체도 없이 짓눌러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생각해보기 시작한다. 더 이상 사랑이라는 말랑말랑한 방패 뒤에 숨지 않기로 한다.




+ 책 속에 나오는 작품 중 몇 가지라도 미리 읽어봤다면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내가 이렇게나 고전문학과 거리가 멀었다니. 하지만 내가 품고 있던 견고한 생각에 의문을 가지게 만들고, 사랑이라는 환상에 가려졌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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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자유는 정신의 작동이나 감각의 만족으로는 얻어지지 않는다. 자유는 자기 이해를 끈질기게 실천함으로써 얻어진다. - P24

살지 못한 삶은 고분고분한 짐승이 아니다. 살지 못한 삶은 거대한 분노에 휩싸인 작은 짐승처럼 도사린 채 목숨을 겨우 이어갈 만큼만 허락한다. 때로는 그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암살자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 P52

사랑은 음식이나 공기처럼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해야만 하는 일을 대신해 줄 수 없다. 이제는 사랑이 삶을 조직하는 원리가 될 수 없다는 게 분명하다. 오늘날의 낭만적 사랑은 감정에 푹 빠졌다가 마법처럼 달라진 존재로 돌아오길 바라는 갈망과 비슷한데, 이제는 자아를 만들려면 의식을 신중히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더 큰 진실임을 많은 사람이 안다. - P198

오늘날 소설의 중심에 낭만적 사랑을 놓고 인물들이 사랑을 추구하다 무언가 거대한 것에 도달한다고 하면, 독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 사랑이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을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는지, 우리가 사는 시대는 왜 이러한지, 그런 중대한 사실을 깨닫게 한다고 설득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날 사랑을 은유로 사용하는 것은 발견의 행위가 아니라 향수에서 비롯된 행위일 것이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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