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정민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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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의 마치다 소노코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가 담긴 데뷔작,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 소설은 마을이라는 수조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작소설이다. 다시 돌아올 류를 기다리며 홀로 아들을 키우는 사키코, 남자친구가 죽은 동네에서 머무르고 있는 사요, 머무를 수 없는 운명이지만 머물러야만 하는 유이코, 그리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사쿠라코까지. 


비록 좁고 답답한 수조일지라도 마음만은 온기로 가득한 그곳에서, 그들은 드넓은 바다로 나아갈 채비를 시작한다. 고통과 결핍 속에서 인물들은 서로를 통해 위로를 받고 또 위로 한다. 그저 흐르는 시간 위를 묵묵히 함께 흘러가 주는 것, 그것이 이들이 서로를 구원하는 위로법이다.



수록된 다섯 편의 단편 중, 표제작인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는 책장을 덮은 지금까지도 마음 한구석에 잔잔하고도 깊은 파장을 남긴다.


"할머니가 말이야, 이곳은 조금 큰 수조라고 그랬어. 이 마을은 수조라고. (…)

그리고 할머니는 '이 할미가 우리 하루코의 초콜릿구라미가 되어주마'라고 했어. (…)

이 수조 속에서 슬픈 일을 겪지 않도록, 괴로운 일을 겪지 않도록 이 할미가 지켜주마.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단다. 네 페이스대로 하렴. 언젠가 스스로 길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그날까지 이 할미 안에 있으려무나."

p. 97-98


무척이나 얌전했던 아이 하루코. 중학생이 되어서도 할머니의 등 뒤에 숨어 세상을 바라보던 하루코는 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주던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게 되면서 넓고 따스했던 할머니의 품을 벗어나 세상에 홀로 서는 연습을 시작한다.


치어들이 스스로 헤엄칠 수 있을 때까지 제 입안에 넣고 안전하게 기르는 물고기, '초콜릿구라미'. 책을 읽으며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토록 조건 없는 온기를 내어주는 초콜릿구라미였던 적이 있었을까. 동시에 지금껏 나를 삼키려 드는 거친 세상으로부터 든든하게 감싸 안아주었던 '나만의 초콜릿구라미들'이 떠올라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진다.


저마다의 이유로 세상이라는 큰 바다에 첫발을 내딛기를 두려워하는 이들, 혹은 외로운 항해 중에 지쳐버린 이들에게 이 책을 조용히 건네고 싶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언제 깨달을지는 사람에 따라 달라. 깨닫지 않은 채로 있는 것이 문제야." - P85

"이 수조 너머에는 더 많은 수조가 있겠지. 아니, 수조뿐만 아니라 연못과 강, 그리고 바다도 있어. 일일이 무서워했다가는 살아갈 수가 없어. 우리는 이 넓은 세상을 헤엄쳐야만 해." - P100

여름의 대삼각형을 누비고 다니는 초콜릿구라미. 할머니의 입속에서 뛰쳐나온 작은 물고기는 이 수조 속에서도 뛰쳐나와 이제 넓은 세상을 향해 헤엄쳐가고 있었다. - P109

당신이 저를 평생 생각하면 저도 평생 기억할게요. 이 세상 어딘가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지금 이 순간도 나를 그리워한다고 말이에요. 비 오는 날 아침이나 최악의 하루의 끝 무렵과 나 자신이 싫어진 순간에 떠올릴게요. 나를 좋아하는 남자는 지금 뭘 할까, 하고. - P204

"바다가 보이지? 저 바다는 온 세상으로 연결되어 있단다.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은 저 바다처럼 넓은 세상으로 뛰어드는 치어들이지. 그러니까 여기는 바다로 향하기 위한 입구란다. 이 안은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는 장소, 라는 그런 의미지."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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