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세계
고혜원 지음 / 다이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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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공주, ‘연화’ ]


“너 때문에 윤이가 죽었구나.”

왕비의 죽음과 함께 태어난 공주 ‘연화’. 임금은 딸 연화가 “밉고도 애잔했고 꼴 보기가 싫었으며, 또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래서 터져 나오는 모든 감정을 꾹 누르며 유독 차갑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p. 10) 


왕비 승하 후, 실질적인 권력을 가진 상대등은 자신의 막내딸을 새 왕비로 앉히고, 갓난아이에 불과했던 연화는 차가운 별궁으로 쫓겨난다. 부모의 사랑 없이 자란 연화가 아홉살이 되던 해, 임금의 스승이었던 정균에게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다. 이유는 오직 하나, 바둑을 좋아하는 아바마마와 단 한 번이라도 마주 앉아 바둑을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항상 멀리서 아바마마의 뒷모습만 보아왔던 공주였기에.


궁녀들 사이에서는 선왕비마마가 연화를 낳다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를 당한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연화가 열아홉이 되자 귀족들은 후계자 자리를 노리며 자신들의 아들을 부마로 만들고자 별궁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왕비의 회임으로 가문의 핏줄을 지키려는 상대등의 계략으로 자신의 수족을 모두 잃은 연화는 ‘진엄사’로 유배를 가게 되는데...




[ 거친 파도 속에서 자란 아이, ‘라진’]


한편, 왕비의 승하와 동시에 왜적의 기습을 받은 한 해안가 마을. 아내를 잃은 한 사내가 부엌 솥단지 안에 숨겨져 있던 아이를 거둔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 ‘라진’. 


하지만 자신을 거둬준 아비는 노름판을 전전하고, 라진은 주막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나가지만 결국 아비의 노름빚 때문에 노비로 팔려갈 위기에 처한다. 끌려가던 무리에서 목숨을 걸고 도망친 라진이 도착한 곳, 그곳 역시 ’진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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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작가의 장편소설 『백의 세계』는 신라를 배경으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공주가 ‘바둑’을 통해 세상을 읽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머니의 목숨과 맞바꾼 탄생이라는 굴레 속에서 아버지에게마저 외면당하는 공주를 보며 읽는 내내 마음이 아리고 시큰거렸다. 하지만 자신을 해하려는 무리 속에서도 바둑을 배우며 단단하게 성장해 나가는 연화의 모습에 어느새 대견한 마음이 들어 응원하게 되었다.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구중궁궐, 그리고 진엄사에서 시작될 ’라진‘과의 운명같은 만남. 과연 연화는 세상과 운명이라는 이 거대한 ’대국‘에서 자신만의 ’활로‘를 찾을 수 있을까. 작품의 절반만 읽은 지금, 아직 보지 못한 뒷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바둑에 무지한 나로서 작품을 읽기 전엔 조금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작품 속 바둑은 우리의 삶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사활‘이나 ’활로‘같은 단어들이 바둑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과 관련된 용어였다는 것도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연화가 바둑을 통해 삶을 배웠듯, 나 역시 소설을 통해, 그리고 바둑을 통해 내 삶을 들여다 보고 나의 ‘활로’를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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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바둑에는 법도가 있습니다. 바둑돌은 이렇게 둬야 합니다"
(…)
"법도가 왜 중요합니다. 어차피 놀이라면서요."
"바둑은 지키는 놀이니까요. 집이든, 법도이든, 자신의 감정이든. 여태 공주마마께 아무도 법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겠지만, 저는 하겠습니다. 살아남으셔야죠. 바둑에서든, 궁궐 안에서든." - P52

"공주마마, 이 가슴으로 아는 것들이 있어요. 이 세상엔 흑돌과 백돌로는 계산 안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저는 공주마마가 그것들을, 그 마음을 더 충만히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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