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선인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피어싱을 한 천사와 의인 출신 소시민의 서울 구출기


*

“그해 봄, 피어싱을 얼굴에 주렁주렁 단 천사가 나를 찾아왔다.”


언젠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할 때, 천사가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거나 나를 구원해 주길 바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 앞에 나타난 ‘이런 천사’라면, 난 사양이다.



*

[ 철물점 사장님의 서울에서 의인 찾기 대소동 ]


과거 ‘서울의인상’ 제1회 수상자라는 이력을 가진 미암철물점 사장 ‘재근’. 그의 앞에 자신을 천사라고 주장하는 독특한 차림의 ‘성갑’이 나타난다. 타락한 도시 서울을 멸망시키러 왔다는 성갑은, 불행 중 다행으로 서울에 진정한 의인이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한다면 ‘위에 계신 분’이 봐주기로 했다 이야기한다. 성갑은 재근에게 숨은 의인을 찾아내라는 황당한 의뢰를 맡기고, 그렇게 재근의 “끊길 듯 끊길 듯 의인 수배와 확인의 시간”(p.68)이 시작된다.



*

[ 소시민의 연대를 가장 잘 그려내는 이야기꾼, 김호연 ]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경쾌한 속도감 덕분에 멈춤 없이 후루룩 읽힌다. 다만 이야기의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많은 사건과 설정을 욱여넣은 듯한 밀도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선인』은 김호연 작가님 특유의 ‘콤비 서사’와 ‘소시민의 연대’를 따뜻하게 담아냈다. 『불편한 편의점』, 『연적』 등 전작에서도 보여주었듯, 작가님은 이번에도 유쾌하고 엉뚱한 캐릭터들과 함께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사회적 소재나 ‘인간의 선의’라는 무거운 주제를, 특유의 솔직함과 위트로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냈다. 우리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를 가장 따스하게 담아내는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해 봄, 피어싱을 얼굴에 주렁주렁 단 천사가 나를 찾아왔다. - P5

함께 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 패배를 인정하는 것과 삶의 부당함을 수긍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 나는 나의 응원팀이 우승하길 간절히 바라지 않았다. 그저 나와 함께 내 인생의 트랙을 같이 달리길 바랄 뿐이다. - P10

집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오르며 떠나간 사람들을 떠올려보았다.
내 인생의 돛단배에 함께 올랐으나 어느 순간 저 멀리 떠내려간 사람들. 나는 아무도 쫓아내지 않았다고 여겼지만 내게 실망해 뛰쳐나간 사람들. 조난자들. 그리고 그들에게 나 역시 표류하는 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 P17

"제일 힘든 게 행동이야. 행동은 직접 제 몸뚱어리 움직여야 한다고. 책임 소재도 바로 드러나고. 말이나 글은 번복하기도 좋고 속이기도 좋잖아. 근데 내가 직접 한 행동은 번복할 수가 없어. 바로 책임으로 돌아온다고."
- P135

"사는 게 늘 불안하고 불편한데 내가 너무 오버한 거 같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평범하게 하루하루 사는 게 중요한 거 같더라고." - P235

재난과 인생은 날씨처럼 예측 불가였다. 폭우가 내리고 폭염이 이어지고 태풍이 왔다 한파가 지속되는 삶. 결국 인간은 가끔 주어지는 맑고 화창한 날에 기대 생을 견뎌야 하는 미물이었다. - P280

바라건대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사옵니다. 바라건대 아무것도 행하지 마옵소서. 간절히 바라건대, 인간에게 우연이란 이름으로 찾아오지 마옵소서. 이미 우리는 충분히 고통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
아멘. - P2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