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를 버리기 ㅣ 자이언트 픽 3
배명은.범유진.이사구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자이언트북스에서 내가 가장 애정하는 도서인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에 이어, 자이언트북스의 세 번째 앤솔러지 『자이언트 픽 03 너를 버리기』가 출간되었다. 이번 앤솔러지는 현대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일터, 즉 ‘회사’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오늘날의 일터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담은 장르 소설 세 편 — 사장 비서직 괴담의 진실을 쫓는 오컬트 잔혹극인 배명은 작가의 「너를 버리기」, 직장 내 괴롭힘의 끔찍함을 담은 심리 스릴러인 범유진 작가의 「당신에게 어울리는 관」, 과중한 업무와 팀원 간의 갈등을 담아낸 메타픽션인 이사구 작가의 「소설을 쓰자」 — 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소위 말하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은 없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회사라는 한정된 배경을 다룬 이 작품들에 깊이 몰입할 수 있을지 조금은 염려스러웠다. 그러나 이 걱정은 기우였다. 회사라는 공간은 그저 거들뿐, 세 작품이 공통되게 다루고 있는 본질은 우리가 뉴스와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접해온 취업 사기, 직장 내 괴롭힘, 과로사 같은 '사회적 문제'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려낸 이야기는 이내 마음속에 깊은 울림이 되었다.
소설은 결코 허구가 아니다. 때로는 현실이 소설보다 더 비현실적이고 섬뜩할 때가 많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직장 내 사건·사고 뉴스를 보고 있자면, 차라리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순한 맛'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마저 든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겪는 가혹한 하루가, 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과 직장인들이 매일같이 버텨내고 있는 현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저릿해온다. 매일 아침 일터로 향하는 모두의 하루가 즐거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고통스럽진 않길 간절히 바라본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정신 차려. 건물에만 등급이 있는 게 아니야. 사람에도 등급이 있다고. 너처럼 마음 약하게 굴면 평생 최저 등급이야." - P87
달라진 것이라면 지금은 부모의 것이 아닌 자기 목구멍이 틀어막히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고작 그런 일. 누군가에게는 죽도록 힘든 일. - P101
비슷한 비용으로 만들어진 건물. 비슷한 비용을 들여 사회에 쏟아지는 인력. 비용이 높을수록, 그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될수록 좋은 등급의 결과물을 내놓게 된다는 점에서 건물과 인간은 결국 같은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저 건물이 나보다 등급이 높을 것이다.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목이 뻐근해졌다. - P106
그 믿음, 회사는 일 인분의 부품으로 제대로 작동하기만 하면 계급 상승이 가능한 곳이라는 믿음이다. 사무실은 실상 전쟁터였다. 귀족 아닌 이들도 몸 하나로 군공을 세워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현대판 전쟁터. 낙하산으로 입사한 사람이 있대도 상관없었다. 입사 전까지는 불공평한 라인에 서 있었더라도 입사한 후에는 능력으로 실적을 내야 하니 결국 같은 라인에 서게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업무를 따오는 것도 결국 인맥이었다. - P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