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이 제일 맛있단다
모니카 김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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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장녀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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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김의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는 올해 읽은 호러 소설 중 가장 묵직한 존재감과 압도적인 흡입력을 선사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이민 여성, 특히 아시아 여성의 삶과 장녀, 모녀 사이의 관계를 호러라는 장르의 틀에 담았다. 작가는 "백인 남성의 시선에 맞서고, 여성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존재로 살아갈 힘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독자이자 장녀인 나에게는 작품 안에 담긴 ‘K-장녀’로서의 무게와 부담감에 깊이 공감했다.



내가 그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어?

p.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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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이민 2세대, ‘나’는 "옛말에 생선 눈알을 먹으면 복이 온다더라". 이걸 먹으면 "너희 아빠가 다시 돌아올지도 몰라."라는 엄마의 말에 용기를 내어 생선 눈알을 맛본다. 좋은 딸이 되기 위해, 그리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아빠가 집을 나가고 얼마 뒤, 엄마는 백인 남자친구 '조지'를 소개한다. 그의 푸른 눈을 본 순간, 나는 지독한 허기에 휩싸인다.



삶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 빠져나가며

마침내 숨이 멎는 순간을 지켜볼 거야.

그의 얼굴은 파랗게 질리겠지.

p.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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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 속이 비어 허전한 기운.

최근에 본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도 이 단어가 등장한다. 영화감독의 꿈을 포기하라는 말을 들은 주인공 '동만'은, 테스트 중인 감정 워치에 ‘허기’라는 단어가 뜨는 것을 본다. 우리는 순간 알게 된다. 허기는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닌, 결핍된 감정의 신호라는 것을.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의 주인공도 허기를 느낀다. "단순히 허기를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갑자기 폭발한 식욕을 참을 수 없을 지경"(p.366)의 지독한 허기를. 가정을 버린 아빠를 대신한 정서적 가장의 역할, 엄마의 감정을 오롯이 받아내는 ‘감정 쓰레기통’의 역할, 그리고 어린 여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라는 존재가 온전히 서 있을 곳은 없었다. 현실에서 기인한 이 끝없는 허기는 결국 그녀를 타인의 눈을 탐하는 파괴적인 선택으로까지 내몬다.



부부의 문제는 자녀에게 상처로 그어진다. 그 상처는 다시 자녀들 안에서 반복되어 그어진다. 부정적인 감정은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대물림된다. 이런 병든 관계 속에서 구성원 모두는 계속되는 허기에 시달린다. 서로의 감정을 먹잇감 삼아 물고 뜯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지독한 감정적 허기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결국 ‘분리’뿐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굴레에서 벗어나 개인으로 독립하는 것, 그것은 한 인간의 정신 건강과 온전한 삶을 지키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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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진정 탈출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겉으로는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절대 아닌 것들. 아마 그래서 지금도 엄마는 그 머나먼 과거에 갇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은 이미 모두 새로운 곳으로 떠나버렸는데 말이다. - P32

살아가며 한 번쯤은 자신의 운명을 속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두 번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람인 우리는, 결국 인생이란 게 자기 팔자소관대로 흘러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 P53

엄마의 눈물이 내 손으로 흘러서 카펫으로 뚝뚝 떨어졌다. 그 눈물방울을 바라보던 나는 문득 우리의 역할이 뒤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 어찌 된 건지, 나는 이제 엄마의 어머니였고 엄마는 내 딸이었다. 내 가슴에 머리를 얹은 채 축 늘어진 엄마의 무게가 다소 버거웠다. 내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고 있는지 엄마가 들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섬세하고 미약한 실 한 가닥이 지금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 투명한 실이 끊어져 버릴까? 그게 두려워서 나는 동상처럼 뻣뻣하게 굳은 채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 P120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얼굴 아래쪽으로 뚝뚝 떨어졌다. 내 몸이 가벼워지다 못해 거의 무중력 상태가 된 느낌이었다. 어딘가 멀리 뒤떨어진 곳에 잘못 끼어버려서, 바람이 빠진 채 홀로 남겨진 풍선 같았다. - P141

이렇게 온 세상이 으스러지는 듯한 압박감을 단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아이들도 많겠지. 나는 항상 그런 애들이 부러웠다. 걔네는 자신이 얼마나 좋은 처지에 있는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전혀 알지 못한다.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자유롭게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주변 모든 사람을 걱정하고 책임져야 할 필요 없이, 그 무엇에도 얽매여 있지 않아서 언제 어디로든 훨훨 날아갈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 - P161

엄마의 손을 볼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이 무력하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엄마가 살면서 겪어온 모든 불행과 부당함이 모두 내 책임인 것만 같다. 왜 나는 아들로 태어나지 못했을까? 강하고 당당하게 엄마를 돌봐줄 수 있는 아들이었다면? 나한테 100만 달러가 있다면 제일 먼저 엄마한테 집을 사주고, 매주 네일 숍에 데려갈 것이다. - P177

나는 그런 엄마가 안쓰럽고 화가 난다. 엄마의 이목구비를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지현이와 나 자신이, 우리가 기원한 모든 작은 조각이 엄마를 통과하며 뜨개질처럼 엮인 모습을 보면서 더 진하고 애틋한 분노를 느낀다. 엄마와 지현이, 그리고 나는 이 실타래 속에 영원히 한 뭉치로 얽혀 있다. - P298

희망이란 끔찍한 것이다.
희망은 몇 달이 지나도록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는 우리 엄마다. 희망은 정성스러운 손맛으로 준비한 반찬과 별미가 가득 차려져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저녁 식탁이다. 희망은 내 품에 파고들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아빠가 돌아올까?"라고 묻는 어린 내 동생이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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