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국
캘리앤 브래들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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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떤 시간으로 가고 싶은가요?



시간 여행 장치가 발견된 영국은 비밀리에 시간관리국을 설립한다. 영국은 과거 대규모 인명 사건이 일어난 시기마다 한 명씩 현재로 데려와 적응 실험을 한다. '가교'라고 불리는 관리국 직원은 과거에서 온 '이주자'와 한 명씩 짝을 지어 교육하게 된다. 이주자들은 그들의 시대와 너무나도 다른 모습과 문화에 적응의 차이를 보인다. 그러던 중 어떤 이들의 공격으로 인해 이주자들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


『시간관리국』은 시간 여행이라는 큰 주제 아래 난민, 인종차별과 성차별 등의 사회적 문제도 담고 있다. 소설의 재미 포인트는 몇 백 년이 넘는 시간의 차이를 경험하는 인물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모습들이 생존을 위한 발버둥으로 느껴져 가슴 아프기도 하다. 시간 여행에 대한 실험을 위해, 현재의 (혹은 미래의) 우리들을 위해 과거의 한 사람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읽는 내내 용납되지 않았다. (이것이 식민 지배와 무엇이 다른가.) 물론 과거에 있었다면 죽게 될 운명이었다지만, 모두를 잃고 현재로 넘어와 혼자 살아남은 그들에게 '생존'이 '죽음'과 과연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언제로 가보면 좋을지 떠올려 본다. 트리케라톱스를 볼 수 있는 백악기로, 렘브란트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1600년대로, 쇼팽의 연주회 볼 수 있는 1800년대로, 그리고 조선 독립 만세를 외치던 1919년으로 가보면 어떨까. 물론,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 있는 위치, 미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그 시대들을 경험해 보고 싶다. (나로 인해 미래가 바뀌는 부담은 지고 싶진 않다. 행여나 과거로 가서 현재의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할 일들을 해결했다 한들, 아무 문제 없는 평화의 시대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저 또 다른 평행우주가 생성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요? 어떤 일을 되돌리고 싶나요?"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같은 생각을 한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딱히 없다고. 다시 돌아간다 해도 아마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아마 더 먼 미래의 나에게도 같은 질문을 한다면, 지금과 같은 대답을 하지 않을까. 조금 다른 질문으로 "과거의 나에게 현재의 내가 딱 한마디만 해줄 수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라고 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너의 모든 선택들을 존중해.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


(한 마디만 더 할 수 있다면, 비트코인 몇 개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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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아마 이번에는 그도 죽을 것이다. - P9

역사는 열차 선로를 바꾸듯이 바꿀 수 있는 인과관계의 연속이 아니야. 역사란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서사적 합의야. - P154

인생이란 문을 쾅 닫는 일의 연속이다. 우리는 날마다 돌이키지 못할 결정을 내린다. 고작 십이 초 늦은 지각 때문에,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삶은 느닷없이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 P258

‘혼혈‘인 사람은 엄밀히 따지면 본인이 물려받은 두 문화 영역 가운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혼혈‘ 문화 영역에 속하지도 않았다. 용어 자체가 너무 느슨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혼혈인은 누구나 섬이고, 그 섬의 인구는 딱 한 사람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어쩌면 영국에 캄보디아계 이주 난민이 매우 적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가 자발적으로 예외가 되고 싶어 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 P92

우리에게 역사란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일이야. 당신은 역사를 바꾼다고 말하지만, 사실 당신이 바꾸고자 하는 건 미래야.
- P154

이따금 나는 말을 하면서 이곳저곳에 넣었던 느낌표가 사라지지 않고 내 혀 밑에 감춰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느낌표들은 입 밖에 내고도 무사하리라는 보장만 있다면 터뜨리고 싶은 말이 나에게 있다는 증거였다. - P252

공포는 한편으로 멋지고 순수하고 인간적이었다. 죽음이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갈 때 오는 그 공포 속에서 우리는 문득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선물인지를, 또한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죽음이 창밖에서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을지라도, 거울 속에서 나를 보며 웃고 있을지라도. - P347

그때껏 나는 기쁨이라는 감정을 뭔가 떠들썩하고 화려한 것, 하늘을 향해 거친 숨을 토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쁨은 내게서 말과 숨을 빼앗아갔다. 나는 기쁨에 사로잡혀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고, 어찌해야 좋을지도 알 수 없었다.
- P408

모종의 이유로 스스로가 근본부터 변했을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이 변했어.‘ 하지만 세상은 그대로 머물러 있다. 변한 것은 당신과 움직이는 땅 사이의 관계다.
- P441

"시간이라는 건." 그녀가 말했다. "한정된 자원이야. 다른 자원이 다 그렇듯 말이야. 우리 삶은 한 번밖에 경험하지 못해. 시간 여행이라는 것도 조금은 가능하지만, 그래봐야 흡연하고 비슷해. 더 많이 할수록 그 영향 때문에 죽음에 이를 위험이 더 커지는 거야. 과거로 돌아가 자잘한 것들을 바꿀 수는 있어. 조금은. 하지만 그것도 횟수에 제한이 있지. 우린 시간에 새 통로를 팔 때마다 그 통로를 조금씩 더 고갈시키는 셈이야. 그래서 같은 곳으로 너무 자주 돌아가 너무 깊이 파 버리면, 똑같은 지층에서 역사를 거듭 또 거듭 파내다 보면, 끝내는 통로가 무너져버려. " - P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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