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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
박서련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평점 :
사랑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색깔도, 모양도 아닌 '능력'으로.
♥ 로로마 효과 :
"체내에 유입된 사랑의 미생물 로로마는 인체가 사랑을 느낄 때 분비하는 호르몬의 칵테일에 감응하여"(p. 36) "그전까지는 없거나 미미했던 어떤 능력이 별안간 발달"(p. 153) 하게 한다. 이제 우리는 "사랑이 사랑이라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게 되었다".(p. 36)
로로마 효과는 생각보다 귀여웠다. 점프력이 향상된다거나 간이 좋아진다거나 눈에 띄게 예뻐진다거나, 작은 소리를 잘 듣게 되는 정도의 능력으로 말이다. 순간 이동 같은 초능력은 아니었고, 그 능력은 사랑이 끝남과 동시에 사라진다.
개인마다 다양한 능력이 발현되는 소설 속 세계와는 좀 다르게, 우리에게는 공통적으로 발현되는 '사랑의 힘'이 하나 있다. 바로 '콩깍지'. 이 능력은 세상 모든 것이 예쁘고 아름다워 보이게 해준다. 입에 밥알을 덕지덕지 묻히고 먹어도 귀여워 보이고, 객관적으론 못생긴 얼굴이지만 나에게만은 박보검보다 잘생겨 보이고, 방귀소리마저 귀엽게 들리는 만능 치트키이다. 하지만 콩깍지도 로로마 효과처럼 사랑의 크기가 줄어듦에 따라 점점 벗겨지게 된다. 마침내 콩깍지가 벗겨져버린 자리에는 꼴 보기 싫음과 한심함만이 남게 된다.
사랑이 '능력'으로 발현되지 않는 이 세계에서도 사랑은 숨길 수 없다.
실실 터져 나오는 미소에서, 은은하게 빛이 도는 얼굴에서, 보다 밝고 상냥해진 말투에서 사랑의 시작을 볼 수 있다. 걸음걸이만 봐도 연애를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있다는 고등학교 무용선생님의 말씀처럼, 어디에서든 사랑은 티가 나게 돼 있다. 비록 본인은 달라진 게 없다 할지라도.
반대로 밥 먹는 것도 꼴 보기 싫고, 숨소리조차 듣기 싫어지는 순간에서 사랑의 끝을 볼 수 있다. 아마 상대방도 그 순간, 사랑이 끝났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들키고 싶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사랑은 참 명확하다.
결국엔, 사랑의 순간 속에서 누가 더 진실한 사랑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
+ 수많은 사랑의 정의와 사랑에 대한 작가님의 명언이 듬뿍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소설이지만 사랑 에세이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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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사랑보다 오래 유행한 게 있을까? - P11
될 수 있다면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웃긴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없어도 웃음을 자아내는 우스갯거리가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다음에는 또 무슨 말을 하려는지 경청할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사람. 나중에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 P70
먼저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이야말로 더 이기적인 쪽이라고 나는 항상 믿어왔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의 그림자에는 당신도 나를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도사려 있으니까. 고백은 배타적인 지목이다. 나는 다른 누군가의 사랑이 아니라 바로 당신의 사랑을 원한다는 의미가 담긴. - P121
기억이라는 사물을 취급할 때의 주의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어날 당시에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던 사건이 이후의 또 다른 사건과 교차하며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 - P127
사랑, 그것은 제국주의의 발명품.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이 자발적으로…… 굴욕을 견디게 하기 때문에. 노예 되기를 망설이지 않게 하기 때문에. - P144
결정론적 우주에 주인이 있다면 그는 무엇을 어디까지 계획해두었을까요? 이를테면 당신의 사사로운 꿈의 내용 같은 것, 그런 것조차 그가 직접 기획한 것일까요? 도중에 당신이 설핏 깨어 꿈의 내용을 얼마간 스스로 주무르게 되는 것까지도, 설마?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정론적 우주를 결정론적 우주라 부르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 P168
나는 실수를 인정하지만, 내가 한 시도를 후회하진 않습니다. 위험을 조금 감수하면 삶이 컬러풀해지잖아요. - P184
왜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이 필요할까. 사랑하지 않고도 싹은 트고 해가 빛나고 바람이 부는데, 불은 사랑을 먹이로 자라지 않고 파도는 사랑을 연료로 달리지 않는데, 왜? - P243
사랑의 먹이는 말하기와 듣기야. 그 먹이의 영양분은 우리의 과거와 미래야. 그 영양분의 수용체는 상상력이야. - P281
"어, 나 좀 멍청한가? 머리가 왜 이렇게 안 돌아가지? 싶으면 생각을 해봐야 된다는 거야." "무슨 생각?" "지금 하고 있는 짓이 나쁜 짓인지를." - P356
오늘만은 최소한의 단어들로 사랑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을 잃을 때 우리는 조금씩 부서진다. 부서진 우리에게는 다시 사랑이 필요하다. 부서졌으면서도 사랑을 하려 한다. 부서졌기 때문에. 이 힘은 늘 내 상상력을 미천한 것으로 만든다. 사랑해. 부서진 내가 부서진 너를.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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